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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감] ‘독전’,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한다는 것
2018. 06.05(화) 17:13
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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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원호(조진웅)가 쫓는 ‘실체 없는 적’은 어떤 존재일까.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을 이끌며 웬만해선 만날 수 없다던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까지 찾아오게 만든,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원호는 마지막 사력을 다한다.

‘독전’의 관람 포인트는 ‘실체가 없다는 것’. 끊임없이 악은 생성되는 데, 정작 그의 본질은 아무도 모른다. 마약 세계의 스티브잡스로 여겨진다는 것과 ‘이선생’으로 불린다는 사실만 알 뿐, 꽤 높은 위치의 조직원들조차 실제로 본 적 없다 하니 원호의 싸움은 애초부터 길고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었으리.

“나는 누구일까요?”

하늘의 도움일까. 우연히 조직원 중 꽤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서영락(류준열)이 이선생이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고로 모친을 잃고 아끼던 개까지 다치면서 원호의 둘도 없는 조력자가 된다. 그저 순박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조직의 핵심적인 움직임은 그가 대부분 맡고 있다. 덕분에 ‘실체 없는 적’을 향한 원호의 추적은 사상 처음으로 수월히 흘러가게 생겼다.

‘독전’을 보는 관객은 원호와 함께 락의 조력을 받아 ‘실체 없는 적’에 한 발짝씩 다가가며 추리를 펼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미리 입수한, ‘이선생’은 조직원에게조차 ‘악마’로 여겨지고 힘과 지략 좀 있다 싶은 몇몇이 ‘이선생’인 척 했지만 다 가짜였을 만큼 그를 본 자는 거의 없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가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원호와 함께 의심에 의심을 이어가며 추적하는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신념이란 게 생기거든?”

하지만 ‘실체가 없는’ 존재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실체가 없는’ 존재여서 찾았다 해도 그 실체가 정말 실체인지 혹은 단순히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인지 알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한 순간 잡았다가 또 놓쳐 버릴 수도 있다. 실은 ‘독전’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이야기는 원호와 그의 팀, 관객들까지 조력자 락의 말에 따라 온 힘을 다해 매진하게 만드는 반면, 누구도 실체에 대해 제대로 된 궁금증을 던지도록 하지 않는다.

그저 누가 이선생인가, 하는 물음의 답을 찾는 추적과정에만 정신없이 뒤따르게 하다가, 영화의 말미에야 비로소 그가 왜 실체가 없고 또 없어야 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할 따름이다. ‘독전’이 말하는 ‘실체 없는 적’이란 어떤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절대적 악을 상징한다. 절대적 악은 특정 악인이 사라졌다 해서 사라지지 않으며 다른 악인으로 대체하여 명맥을 유지해나간다. 이선생 한 명만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는 원호로서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또 없겠지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 ‘자베르’란 인물이 나온다. 탈옥한 장발장을 끝까지 추적하는 존재로 자베르에게 장발장 부류의 사람들은 사회악 그 자체다. 하지만 추적 중에 그를 제대로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이 평생을 바쳐 추구해 왔던 신념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순적인 의문에 부딪힌다. 사람이 사회를 악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사회가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옳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란 상황 속에서, 자베르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독전’을 보면 자베르가 떠오른다. 물론 장발장과 이선생은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다르지만, ‘실체가 없는’ 어떤 신념을 위해 사심 없이, 정말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베르와 원호가 동일한 선상에 있는 까닭이다. 마약중독자가 약을 찾는 것처럼 ‘실체 없는 적’을 잡는 데 온 삶이 집중되어 있는 원호, 과연 그의 추적은 성공할까 실패할까(참고로 자베르는 눈앞에서 놓아주었다). 어쩌면 ‘독전’은 그의 추적이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엔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독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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