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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주연부터 조연까지 빼어난 연기력을 갖춘, 복 받은 드라마
2018. 06.13(수) 21:19
시크릿 마더
시크릿 마더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연출 박용순 극본 황예진)가 이야기의 중반부에 멋지게 도달했다. 얽히고설킨 관계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의 문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하여 턱 밑까지 달한 시청자의 궁금증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미스터리라 어쩌면 답답한 마음에 중도하차할 가능성도 높았는데, 이야기의 쫀쫀한 짜임새는 물론이고 주연부터 조연까지 어느 한 사람 빠지지 않는 연기력이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혀준 결과다.

‘시크릿 마더’의 주인공 윤진(송윤아)은 딸을 잃게 만든 여자 김현주가 그토록 믿었던 남편 한재열(김태우)의 불륜녀였음을, 게다가 그녀의 실종이 남편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선 커다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동안의 신뢰를 한 번에 깨뜨릴 수는 없는 터, 그녀는 재열을 데리고 김현주의 구두 한 짝이 발견되었던 별장으로 가서 굳게 잠긴 창고 앞에 선다. 이제라도 그가 솔직히 말해주길 바라며. “이 안에, 한재열 네 안에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건데, 열어.”

송윤아의 붉게 충혈 된 눈과 한껏 높아진 목소리, 특유의 우아함이 짙게 깔린 분노의 표정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어느 하나 의심 없이 교양 있는 믿음을 내어주며 살아왔던 윤진이란 인물에게 어느 날 닥친 믿었던 이들의 배신, 모든 신뢰가 무너져 내린 윤진의 고통스러운 심정이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할까. 보는 이들마저 그녀의 감정에 절로 동화되게 만들었으니, 덕분에 안 그래도 탄탄한 드라마의 구성은 더 큰 탄력을 받는다.

사실 ‘시크릿 마더’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이런 수준의 연기력을 펼친다. 실종된 언니를 찾기 위해 입시 보모로 위장해 윤진의 집에 잠입하는 김은영 역의 김소연은, 날카롭고 불안한 눈빛과 절박한 표정을 조화롭게 연기에 실어냄으로써 미스터리하고 위험한 느낌의 연인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윤진의 남편 재열을 연기한 김태우는 또 어떠한가. 아내만을 생각하는 지고지순한 얼굴 아래에 숨기고 있던 남자의 치명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납득시켰다.

이야기 사이사이를 촘촘히 채워주는 강남 엄마들, 혜경과 화숙, 지애 역할을 맡은 서영희, 김재화, 오연아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혜경은 남편과 외도한 여자에게 화 한번 제대로 못내는, 교양인의 표본이라 할 만한 인물이지만, 내면에 숨겨둔 끓어오르는 욕망을 수영 선생에게 몰래 푼 것을 들켜 곤욕을 치르게 되는, 얌전한 고양이다. 서영희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커다란 눈망울과 어리숙한 행동으로 혜경의 교양 넘치는 순수함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이성의 제어가 풀릴 때 발산되는, 어쩌면 천박하거나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본 모습을 그녀 본연의 매력으로 사랑스럽게 풀어냈다.

아이를 명문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이혼도 서슴지 않는 화숙은,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편이 될 수 있는 여자다. 이렇게만 보면 마음이 썩 가지 않을 만한 교활한 인물이라 생각되지만, ‘시크릿 마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웃음 코드다. 장르가 미스터리인지라 어절 수 없이 생기는 음울함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가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부분만큼은 김재화의 온전한 힘이다.

지애는 술집 여자 출신으로 재력 있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가지면서 신분이 상승했다. 온갖 술수 다 쓰며 자신의 이익만 챙길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아이의 교육비를 위해 술집 일까지 다시 할 정도로 아이를 비롯한 남편을 향한 마음은, 방법이 틀려서 그렇지 순수하기 그지없다. 오연아는 이 점을 명확하게 집어내 연기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애를 미워할 수 없게끔 만든다. 이제는 아마 지애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오연아일 거란 생각까지 든다 할까.

‘시크릿 마더’의 복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조화를 이루는 연기력이라니, 이야기의 매력이 한층 더해짐은 물론이고 어디 하나 마음 가지 않는 등장인물이 없다. 악인은 악인대로, 선인은 선인대로 나름의 지지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토요일 하루 방영임에도 시청률이 낮지 않은 이유다. 서서히 ‘시크릿 마더’의 ‘시크릿’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이 의심하는 즐거움이 터무니없는 막을 내리지 않도록, 이야기의 꼼꼼한 전개를 바탕으로 한 배우들 각각의 연기가 끝까지 제 빛을 발하여 ‘웰메이드 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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