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내려놓음의 미학 [인터뷰]
2018. 06.20(수) 11:1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배우 박은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배우 박은태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 배우 박은태의 문장은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았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부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반듯한 문장들의 행간에는 긴 배우 생활의 원천이 되었을 그만의 올곧은 노력이 묻어났다.

올해로 데뷔 11년 차인 박은태는 20일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연출 왕용범)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2014년 초연된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그린 극이다. 그는 의사인 앙리 뒤프레와 실험으로 인해 탄생한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박은태는 '프랑켄슈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다. 창작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만들어낸 초연 무대를 높은 완성도로 소화해냈고, 재연 무대를 거치면서 작품을 대표하는 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출연 제의를 받자 "겁부터 났다"는 박은태다. 노래도, 연기도 녹록지 않은 난이도의 작품이기에 반가움만큼 걱정도 앞섰다는 것이다.

"11년간 무대에 서면서 딱 세 번 목을 다친 적이 있어요. 그중 두 번이 '프랑켄슈타인' 초연, 재연 때였죠. 역할에 몰입해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쏟아 내다보니 컨디션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때로는 절망의 끝을 파헤친 적도 있고, 분노를 표현하다 보니 흥분해서 바닥에 머리를 막 찧은 적도 있었어요.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기에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작품을 마저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이 두려움을 꺾었고, 왕용범 연출과의 대화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다. 배우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탈진하는 단발성 작품이 아니라 여타 스테디셀러 작품들처럼 규격화된, '프랑켄슈타인'의 완성본을 만들고 싶다는 연출의 포부를 들은 것. 뮤지컬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중차대한 기로에 놓인 이 작품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특히 '프랑켄슈타인'이 '배우의 힘'이 강한 극이라는 선입견을 깨는데 이바지하고 싶어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다.

박은태는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초연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동시에 시간의 공백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나의 경우에는 그 공백을 채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엔 규격화된 시간 안에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려 한다"며 이번 시즌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세 명의 빅터, 네 명의 앙리 배우들이 일부러 따로 떨어져 연습을 했다. 연출님이 아예 '다른 앙리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러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 결과적으로 각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졌기에 페어 조합에 따라 각각 다른 느낌이 묻어 날 것 같다"며 "욕심을 내자면 관객 여러분이 12번을 모두 보셨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팁도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처럼 작품이 변화를 겪는 동안 박은태 역시 변곡점을 지났다. 초연 당시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며 배역에 몰입했던 순간들은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지만, 동시에 일상생활에서도 우울과 분노를 경험하는 극한의 기억들로 남았다. 매 공연 매 순간마다 캐릭터와 하나가 되던 순간은 분명 강렬한 경험이었지만,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재연에서도 초연 때의 극한의 감정을 되찾으려다가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단다.

"예전에는 저라는 배우를 어필하려는 순간이 조금은 있었어요.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나 잘하고 있어요!'라던가, '내 연기를 따라오세요'라고 소리치는 격이었죠. 매 공연마다 120%를 표현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불태워야 어렵사리 만족을 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에 현혹됐던 건지도 몰라요."

배우로서의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계기는 금세 찾아왔다. 재연 공연을 마무리 지은 후 서정적인 색채를 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닥터 지바고'를 만나게 된 것. "극 자체에 여백의 미가 있고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돌이켜 보면 내가 거쳐온 모든 작품들에도 각각의 여백이 있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는 그다. 이 깨달음은 곧 '객석의 관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작품 속 캐릭터로서 이야기에 온전히 충실하자'는 다짐으로 귀결됐다.

해결책을 깨달은 지금, 박은태는 "돌아온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 넣는 일을 멈추려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힘을 믿고, 대본과 음악과 연출의 힘을 믿고, 함께하는 팀원들을 믿으며 한층 힘을 빼는 법, 즉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초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앙상블로 데뷔해 조연으로, 또 주연으로, 10여 년의 세월 동안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결과 박은태는 국내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주역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무대가 계속해서 어렵고, 무서워진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의 작품을 다시 만날 때면 머리가 기억하는 대로 몸이 잘 따라주지 않고, 때로는 자괴감을 느끼며 연습을 할 때도 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발성과 창법을 뒤바꿔보고, 새 시도를 하고 욕심을 내다보니 세월이 쌓일수록 과거와의 갭이 커진단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다. 마음을 내려놓되 몸은 치열하게 사는 삶이다. 가수 지망생에서 갑작스레 진로를 틀어 배우가 됐고, 덕분에 데뷔 직후 시작하게 된 성악 레슨, 연기 레슨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는 것이 일례다. 매 작품에 맞는 수업을 팀 연습 외의 시간을 내 개인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일상이 됐고, 유일한 취미인 운동조차도 컨디션 유지를 위해 몸을 관리하는 수단 중 하나다.

박은태는 이 모든 것이 "노년까지 오랜 시간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주연에서 조연의 자리로 자연스레 내려오며 수십 년간 무대 위를 지킨 선배들의 뒷모습을 우러러보고, 그들의 태도와 자세를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일도 이 과정의 일환이란다. 그가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면 뭔가 이룰 줄 알았는데 턱도 없다. 스스로에 기대치는 높아지는 와중에 나는 퇴보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앞으로도 10년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완전히 비우고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의욕을 다지는 이유다.

"언젠가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자연스레 내려가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내려놓음'의 과정이 될 것"이라는 박은태. "조연이 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게 불안하거나 혹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내게 주연을 맡겨주시는 분들의 기대치에 걸맞은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그의 솔직한 말에서 '내려놓음'의 미학이 느껴졌다.

"주연으로서 혼자 온전히 받는 박수, 커튼콜의 대미를 장식하며 받는 마지막 박수는 정말 뜻깊죠. 한때는 '앙리도 나름대로 주인공인데 왜 빅터가 마지막에 박수를 받지? 나도 맨 마지막에 나오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등장 순서에 쓸데없는 의미 부여를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무대가 이렇게나 행복하고 즐거운데, 누가 더 많은 박수를 받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충무아트센터]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박은태 | 프랑켄슈타인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