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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현실과 허구 사이의 간극, ‘미스 함무라비’
2018. 06.22(금) 17:49
미스 함무라비
미스 함무라비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현직 판사가 쓰는 판사 이야기라 그런가,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의 현실은 신뢰도가 높다. 취재로 알게 된 세계가 아니라 그 속에 직접 살고 있어 알게 되는 세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생’이 얻고 갔던 것과 유사하다. 직접 회사에 입사한 건 아니지만, ‘미생’의 동명 원작 웹툰의 작가 윤태호도 회사원들과 밤낮 함께 하며 이야기를 탄생시켰는데, 덕분에 대중은 현실이 담뿍 담긴 드라마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허구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여 존재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현실이 담뿍 담겨도 ‘미생’과 ‘미스 함무라비’는 완벽한 허구, 현실을 닮은 모조품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그래서 이야기는 힘을 가진다. 사람들은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이야기에 마음을 놓고 무방비상태로 빨려 들어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리어 허구의 세계를 현실로 끌고 들어와 버리는 까닭이다.

모조품은 진품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허구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현실과 가까울수록 대중의 몰입을 좀 더 쉽게 유도하며, 해당 현실을 이야기로 끌고 들어온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발휘되어 드라마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런 맥락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박차오름(고아라), 임바른(김명수), 한세상(성동일) 등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현실과 별 차이 없는 세계를 지니고 있고, 대중의 신뢰도 또한 높으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 보아도 되겠다.

“과연 세상 사람들이 전부 바보여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믿는 걸까요?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해오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그랬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아무리 닮았어도 재창작된 현실이라 실제 현실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은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드라마만 재미있다면 별 상관하지 않는 부분일 테지만, 한 번쯤은 짚고 가야 할 대목이긴 하다. 드라마는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진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현실, 현실의 편집본이다. 즉, 간극을 들여다보면 해당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간극이 좁고 명확할수록 작가의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미스 함무라비’는 얼마 전, 우리들이 은연중에 당연한 현상이라 인식하고 있는 ‘전관예우’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놀랍게도 드라마 속 몇몇 판사들은 그런 일이 있겠냐며, 거론되었다는 것만으로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이더라. 이에 우리의 주인공 박차오름은 누군가 그런 예를 보인 사람이 있었으니까 말이 나오는 거라며 정곡을 찔러 버리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해지고 말았다.

박차오름처럼 그냥 선배든 까마득한 선배든 할 말 다 하는 판사가 실제로 존재할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찾기는 쉽지 않을 테다. 그러니까 매순간 할 말 다 하는 박차오름의 존재(임바른이나 한세상도 마찬가지다)가 ‘미스 함무라비’가 가지는 가장 명확한 간극이다. 현실에 있을법하지만 있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비현실적인 인물, 그래서 박차오름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다 보면, 우리는 작가의 시선이나 생각, 의도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미스 함무라비’는 현실과 허구가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아주 탄탄하고 좋은 조화를 이룬, 상당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 결론 내려도 되겠다. 현직 판사가 그리는 판사의 세계라는 독특한 이점이 어느 드마라보다 더 신뢰성 짙은 현실감과 더 명확한 간극을 갖추게 했다. 이제 남은 일은 배우의 연기력을 비롯한 드라마의 다른 요소들이 제 역량을 잘 발휘하여, 이 좋은 이야기를 끝까지 잘 받혀주는 것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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