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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법의관은 현장을 제압하고 배우는 이야기를 제압한다
2018. 06.27(수) 17:48
검법남녀
검법남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시신을 부검하는 남자’, ‘사회성 제로, 배려심 없음, 독설까지 대인기피 3박자를 갖췄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진실에 집착하며 시신의 미로를 헤집고 또 헤집는 안티 히어로’, MBC 드라마 ‘검법남녀’(연출 노도철, 극본 민지은‧원영실)의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백범의 인물 설명이다. 보는 순간 정재영이 구현화한 백범이 생생하게 떠오르니, 잘 된 설명이요, 그보다 잘 된 연기다.

배우 정재영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 건, 19, 20회 방영 분에서다. 백범이 자신의 형을 죽였을 거란 의심을 해오던 검사 강현(박은석)은 서계장의 살해범으로 백범을 지목한다. 서계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백범이라는 통화기록을 증거로 하여, 백범과 강현의 형 사이를 알고 있는 서계장의 입을 막기 위해 죽였을 거라는 주장이다. 드디어 형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아내고 죄를 물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강현의 열정은 분노를 힘입어 폭발한다.

백범의 손발이 묶이고 이제 이야기에서의 활약은 나머지의 몫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이 나머지의 몫이 백범의 조금 줄어든 부분을 메꾸기보다 오히려 드러나게 한다는 점에 있다. 특히 매순간 분노를 표출하며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오로지 백범의 구속만을 주장하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백범과 가장 강력한 대치 상황을 이루는 강현의 책임이 크다. 분명히 이유 있는 무대보인데 이유 없는 무대보인 것처럼 느껴진다 할까.

처음엔 이야기의 부족함이려니 생각했다. 백범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강현의 주장 자체가 과연 엘리트검사가 맞는지, 그동안 눈에 보이는 확실한 증거만을 중요시 여기던 검사양반은 어디로 가셨는지, 이야기의 완성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마추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강현의 입장이 이해가 가면서, 이건 이야기를 되짚어볼 게 아니라 강현을 담아내고 있는 박은석의 연기력을 살펴볼 문제이구나 싶더라.

원한과 분노는 충혈 된 눈과 큰 목소리만이 아닌 온 몸으로 표출되어야 할 감정이다. 그게 굳이 소리를 지르는 걸로 표현될 필요도 없다. 박은석은 강현의 내면에 남겨진 형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그저 백범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물론 이 또한 당연한 감정의 표출 방법이지만, 다 큰 어른의 마음에 깊게 패인 상처이고 오래도록 갈고 닦은 원한인데 이렇게 가벼운 부피의 분노로 나올 수 있을까 반문이 드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재영은 단조로운 말투, 감정이 살아 있는 눈빛 하나로 백범의 마음과 감정을 드러낸다. 서로 상반된 캐릭터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검사 강현과 분노하는 강현이 가지는 괴리감과 백범이란 캐릭터가 가지는 일관성을 놓고 볼 때, 그리고 백범과 강현이 대치하는 장면을 떠올려볼 때, 분명한 연기력의 차이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법의관은 현장을 제압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백범, 즉, 정재영의 부재에서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배우의 힘이 얼마나 큰 지 경험했다. ‘법의관은 현장을 제압해야 한다’는 백범이 가진 철칙처럼, 배우 정재영은 다른 이들의 연기력이 받혀주지 않을 때도 자신의 온전한 힘으로 이야기를 제압하며 끌고 나간다. 박은석을 비롯한 연기자들에겐 그야말로 행운이다. 연기력이 부족해도 어느 정돈 감추어 줄 뿐 아니라, 정재영의 연기에 이미 압도된 시청자들은 그를 보아서라도 종종 눈 감아 주기도 하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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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검법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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