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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가 왜 그럴까’엔 암투가 없다 [TV공감]
2018. 07.11(수) 12:02
김비서가 왜 그럴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암투’, 서로 적의를 품고 드러나지 아니하게 다툰다는 의미다. 드라마를 볼 때 시청자들이 가장 마음을 졸이는 부분이어서, 특히 매일의 시청률을 붙들어야 하는 일일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갈등 관계의 한 종류다. 물론 드라마의 재미를 돋우는 요소다. 하지만 가끔은 현실에서도 적지 않은 암투에 시달리는데 굳이 드라마에서까지 느껴야 하나 싶다.

이런 맥락에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최보림 연출 박준화)는 좋은 조건을 지닌다. 암투라고 해보았자, 유년시절 사건에서 비롯된 이영준(박서준)과 형 이성연(이태환)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있을 뿐이다. 김비서이자 김미소를 얻고자 하는 다툼에 있어서도, 우선 근본 원인 자체가 두 형제간의 풀지 못한 과거의 실타래에 있고, 혹여 김비서의 마음이 바뀔까 하는 등의 염려가 전혀 되지 않을 정도로 영준 쪽이 우세하다.

영준의 매력이 우세한 것도 있지마는, 영준에게 기울어진 김미소의 마음이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까닭이다. 밀당도 할 법 한데, 이 여자는 자신에게 고백을 해오는 성연에게 어렸을 적 힘든 상황을 함께 버텨낸 오빠로서지, 이성으로서가 아님을 야무지게 말한다. 암투를 일으키기보다 진정시키고 있으니 시청자들에겐 이것만큼 속 시원한 전개가 없다. 게다가 비틀려 있는 영준과 성연의 관계를 되돌려 놓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나. 김미소란 인물이 가진 단단하고 깔끔함은 드라마의 풍미를 한층 더 돋우는 요소다.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후임과의 라이벌 구도를 생각해볼만 한데, 후임으로 등장한 또 다른 김비서인 김지아(표예진)는 사심 없이 열정적인, 맑고 밝기만한 인물이다. 현재는 고귀한 소문에 둘러싸인 남자, 기획팀 대리 고귀남(황찬성)의 비밀을 우연찮게 알게 되면서, 미운 정을 듬뿍 들이며 흥미진진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니, 암투나 질투 따위 없는 좋은 후임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웃음 포인트를 맡고 있는 부속실 과장 봉세라(황보라)도 빼놓을 수 없다. 겉으론 암투 한 가득 쏟아 부어 줄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귀여운 푼수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고귀남을 두고 홀로 경쟁을 벌이다가 수행비서 양철(강홍식)이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녀만의 애정 발산지점에 걸려 들어오며 돌연 양철에게 푹 빠져 있다. 물론 여기서도 제대로 된 암투나 질투 따윈 엿볼 수 없으며 그녀만의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내숭만 존재한다.

사장 박유식(강기영)은 영준의 속 깊은 고민을 꿍꿍이 없이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다. 나르시시즘적인 영준의 행동도 고깝게 여기기보단 정말 친한 사이에서만 가질 수 있는, ‘원래 저런 녀석이지’하는 반응으로 넘어가 준다. 영준이란 사람 그 자체를 인정해준다 할까. 종종 귀찮아해도 영준의 고민에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박유식에게도, 이모저모 뛰어나고 무엇보다 스스로 이 사실을 자각하는 친구 영준을 향한 꼬인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이영준의 인복이 참 뛰어나다 하겠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또한 마찬가지고. 좋은 인물들을 갖춘 좋은 세계이니까. 영준 형제와 미소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던 유괴범을 제외하고 어디 하나 치열한 악인이 없다. 이런 세계인데 어찌 힘을 들여 몰입하지 않을 수 있겠나. 현실이 각박할수록 종종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드라마,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세계를 담은 드라마가 하나쯤 끌리기 마련인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그러하다. 각각의 자리에 위치한 배우들의 알맞은 연기력과 서로를 받혀주는 호흡까지, 웬만해선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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