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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뒤흔든 '미투', 그 이후 [상반기결산]
2018. 07.12(목) 09:45
상반기결산, 공연계 미투 운동
상반기결산, 공연계 미투 운동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법조계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학계, 공연계, 방송영화계를 차례로 뒤흔들며 수많은 가해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 이중에서도 특히 공연계는 연일 거장 연출, 유명 극단 구성원 및 배우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며 아수라장이 됐다. 도제식 교육과 경력, 인맥 중심인 폐쇄적인 공연계 특성에 힘입어 폭력을 휘둘러 온 이들의 민낯이 밝혀지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 "그는 세상의 왕이었다", 권력을 손에 쥔 이들

공연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은 배우 이명행이었다. 2월 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명행이 과거 공연에서 여성 스태프들을 성추행했다는 고발글이 전파됐다. 이명행은 논란 이후 출연 중이던 연극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첫 폭로로 물꼬가 트이자 동시다발적으로 추가 가해자들이 지목됐다. 2월 14일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인 이윤택 연출 성 추문 논란이 불거졌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연출이 과거 연희단거리패 단원 시절 이윤택에게 성기 안마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김 연출의 폭로 이후 이윤택이 연기 지도를 빙자해 음부를 만지는 등 상습적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를 성폭행해 임신을 시킨 후 낙태를 강요했다는 등 이윤택의 문하에 있던 연극인들의 추가적인 폭로가 등장했다. 이후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지만 성폭행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중요 무형문화재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 인간문화재 하용부의 성폭행 사실도 알려졌다. 하용부는 과거 이윤택, 배우 손숙과 함께 밀양에서 현재 밀양연극촌의 토대가 된 연극예술촌을 만들었고 현재는 촌장을 역임하고 있는 문화계 거장이었기에 충격이 더했다. 하용부는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극단 목화의 대표인 오태석 연출도 성 추문에 휩싸였다. 2월 18일 그의 제자인 황이선 연출이 과거 서울예대 극작과 재학 시절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또한 극단 내에서 상습 성추행을 벌였다는 주장까지 등장해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오태석은 '미투' 이후 수 개월 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극단 목화는 오태석을 배제한 채 예정된 해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는 미성년자인 16세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내에서 '미투' 운동으로 지목된 가해자 중 처음으로 체포됐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을 제작한 공연계 대부, 공연기획사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윤호진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또한 신임 국립극장장 후보였던 김석만 교수, 극단 명태 대표 최경성, 공연기획사 수현재컴퍼니 대표인 배우 조재현, 배우 한명구 서범석, 변희석 음악감독 등 수많은 공연계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당했다.

◆ 구조적 모순이 쥐어준 칼자루

공연계 '미투'를 고발한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가해자들이 권력 위에 군림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학과, 극단 등에서 도제식으로 연기 교육이 이뤄지는 탓에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연출과 일반 단원 등의 권력 구조가 성립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또한 연출가, 극단 선배 등이 캐스팅 권한을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피해자들은 생업인 연기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가해자에게 저항하거나 이를 폭로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수입이 많지 않은 업계 특성상 금전적인 이유로 소송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자연히 극단 내부 인사들 역시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생기기도 했다. 피해자 편에 섰다가는 집단 내에서 고립당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캐스팅에서 배제당하는 등 보복성 인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피해 사실을 방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연계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에 법적으로 제제를 가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예술계 특성상 작품마다 각각 계약을 맺는 경우가 다수고, 때문에 가해자가 어느 한 공연에서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다른 작품을 통해 복귀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구조적인 모순들이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셈이다.

◆ 미투 그 이후, 지금 공연계는

'미투' 폭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던 2월 이후, 공연계는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구조적 모순을 깨기 위한 다양한 행동에 나섰다.

먼저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거리로 나섰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위드유(With You)' 집회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관객들이 참석해 가해자로 지목된 공연계 인사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 집회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의 집회가 꾸준히 열렸으며, 관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작품을 보이콧하는 등 불매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연계 역시 자정의 목소리를 높이며 변화를 시도했다. 3월 '미투가 폭로한 침묵의 카르텔', 5월 '공연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진단과 전망' 포럼을 비롯해 상반기 내내 공연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려는 여러 포럼이 열렸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연극인들은 물론 연극계 위계질서의 뿌리가 되는 각 대학 연극영화과 학생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토론하며 인식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다.

하지만 법정에 선 가해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긴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으며, 각 대학의 징계위원회는 유명무실해 지는 등 제자리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윤택이 있다. '미투' 이후 이윤택의 성추문을 폭로한 피해자들은 공동변호인단과 함께 그를 집단 고소했다. 하지만 이윤택은 지난달 20일 시작한 공판에 출석해 "합의한 내용이었다", "강제성이 없었다"고 증언,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죄를 축소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당시 시작된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명지전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성추문에 휩싸인 교수를 단죄하기 위해 예고됐던 징계위원회도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유명무실해졌다. '미투' 운동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말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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