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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죽여야 할 이유?, ‘검법남녀’와 ‘식샤를 합시다3‘ [TV공감]
2018. 07.19(목) 09:49
검법남녀 식샤를 합시다3
검법남녀 식샤를 합시다3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창조된 이야기세계라 하더라도 인물의 죽고 삶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작가의 상상력과 배우의 연기가 만든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나 마찬가지기에, 만든 이는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의 삶과 죽음에 분명한 이유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비중이 크든 적든 상관없다.

다음을 기약하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뽐낸 드라마 ‘검법남녀’(연출 노도철, 극본 민지은‧원영실)의 경우, 법의관이 주인공이다 보니 매회 빠짐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등장했다. 매 번의 동기는 뚜렷해서, 갑작스럽다거나 개연성이 없다거나 하여 무책임하단 느낌은 주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이 남긴 이야기를 듣고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설정이,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인물의 죽음에도 무게감을 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검법남녀’에도 이해가 안 되는 죽음이 하나 있었다. 백범(정재영)의 약혼녀이자 옛 연인 한소희의 죽음이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그녀는 사실 식물인간으로 백범부(父)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들의 사연이 좀 복잡한 것이, 백범부가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한소희에게 떠나 달라 부탁을 했는데 당시 그녀는 백범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떠나려는 한소희를 백범의 친구 강웅(고세원)이 자신의 아이라 하자며 붙잡았고, 내막을 알 리 없는 백범은 그저 믿었던 친구와 연인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진다. 그러다 한소희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백범부는 죄책감에, 괴로워할 아들 걱정에 그녀가 살아있음을 숨긴 것이다. 그녀가 죽었다고 안 강웅은 자살을 선택하고 이 일로 백범은 강웅의 동생 강현(박은석)에게 형을 죽인 범인으로 오랫동안 의심을 받아왔다.

즉,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모든 진실이 드러나며 백범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졌는데, 문제는 백범 때문인지 잠시나마 의식이 돌아왔던 한소희가 사랑하는 연인을 보기 위해 10년간의 식물인간으로서의 삶을 버텼다는 듯 바로 죽음을 맞이한 대목. 물론 옛 연인이 정리가 되어야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수월할 테지만, 이미 백범은 마음이 정리된 모습을 보였는데 굳이 죽여야 했었나 싶은 것이다.

같은 방식의, 괴이한 매듭은 또 다른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연출 최규식‧정형건, 극본 임수미)에서도 발견된다. 미식가의 면모는 여전했지만 구대영(윤두즌)의 첫 모습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무기력하고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시즌2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던 백수지(서현진)를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단다.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는 서현진을 카메오로 출연시키면서까지 백수지의 삶을 마감시키는데 그녀가 반드시 죽어야 할 이유야 무엇으로든 연결시킬 수 있겠다만, 여기서도 동일한 의문이 발생되는 것이다. 굳이 죽여야 할 필요가 있었던가.

앞으로의 관계 설정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선, 주인공이 새로운 대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는 명목을 만들기 위해선, 인물의 죽음이 간편하고 깔끔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서 오랜 관습처럼 가장 많이 썼던 방법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방법이 옳은 건 아니다. 만들어진 세계 속 만들어진 인물이라도, 작가가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대입하게 만든 살아 있는 존재다. 죽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함부로 죽일 수 없다는 의미다.

충분히 다른 방식, 좀 더 현실적이면서 드라마적인 방식으로 이전의 관계를 매듭지을 수 있다. 개연성만 있다면 보통의 이별과 같은 에피소드라 하더라도 대중은 받아들일 수 있다. 재기발랄한 드라마들이 수두룩한 오늘날이니 가능하다. 오로지 상대 연인의 죄책감을 없애주기 위해 10년을 식물인간으로 버티다가 얼굴을 보고서야 죽는다는 설정을 주느니 차라리 식물인간으로 고생하게 하질 말던가, 아니면 10년의 시간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하던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위해 연인과의 전화 중에 교통사고로 죽게 하느니, 차라리 조금은 덜 낭만적이고 드라마적이어도 사랑했던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이별의 기억으로 만들어주던가. 굳이 살아있는 인물을 죽이면서까지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이걸 제외하고 좋은 점이 가득한 드라마들이어서 그런가, 이상하게 이 맥락에 있어서 아직 괴이한 옛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쉽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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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검법남녀 | 식샤를 합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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