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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역사의 무게를 견뎌라 [TV공감]
2018. 08.01(수) 11:14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 션샤인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역사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볼 때 가장 진실과 가까워진다. 역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성공하기 쉽지 않고, 성공을 거둔 것들이 대부분 방대한 양을 보유하는 까닭이다. 만약 당시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면 차라리 퓨전이나 판타지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나을 터, tvN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에 갖는 안타까움이다.

전작 ‘도깨비’가 가져온 수려한 성공의 흔적은, ‘미스터 션샤인’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였으리라. 캐스팅부터 이병헌, 김태리, 변요한, 유연석, 김민정 등의 대작 느낌이 물씬 나는 배우들로 채웠고, 구한말이란 다채로워 흥미롭지만 우리 민족의 상처가 시작된 비극적인 시대, 그래서 더욱 낭만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끌고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안에서의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의 ‘러브(LOVE)’란 이전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아픈 것이라기보다 혁명적인 시대와 걸맞은 혁명적인 것이라 할까. 노비의 자식에서 미군이 되어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와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이 함께 도모할 ‘러브’가 그러하다. 이렇게만 본다면 ‘레 미제라블’의 한 꼭다리, 혁명 속에서 이루어진 명망 높은 가문의 아들 마리우스와 장잘장의 수양딸 코제트의 사랑이 떠오를 정도로 온전한 낭만이다.

문제는, 이들을 둘러싼 배경의 진실성이다. 실재했던 역사를 기반으로 세워진 세계라, 그것도 우리가 민감하게 굴 수밖에 없는 시기의 역사라, 인물들의 사랑이 주는 낭만에만 만족하며 취해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실제 역사를 끌고 왔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이 요구된다. ‘레 미제라블’이 세기의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주요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통로로 당시의 프랑스 역사가 품은 진실에 최선을 다해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부터 비틀어진 구석들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신분제도가 가져온 참혹함으로 조선을 떠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우리가 겪은 고통스러운 식민의 역사가 그저 우리 사회의 우둔함이 자초한 결과란 느낌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침입 동기가 제국주의 세계관이란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다 볼 수 있는 미국을, 정의로운 면만 부각시켜 그리는 경향이 짙었다. 잘 보이고 싶은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고애신은, 이러한 비틀어짐의 종합체다. 양갓집 여식이 밤에는 총을 쥔 자객이 된다는 대목에서 약간의 특이점을 가지나, 한성 바닥에 명성이 자자한 가문의 딸이자 지혜로움까지 갖추었으면서도 굳이 유진 초이의 영향 혹은 자극을 받고서야 성장을 한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설정인데다가, 흡사 드라마가 그리는 구한말 조선의 모양새와 꼭 닮아 있어, 무려 김태리를 데려다 놓고도 제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하게 하니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이럴 거면 차라리 판타지적 세계였으면 훨씬 나았을지 모르겠다. 배경 따위 깐깐하게 따지며 보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삶과 사랑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게다. 구한말이란 실제 역사가 ‘미스터 션샤인’엔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 하겠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약하지만은 않았던 우리의 실제 역사가 드라마적 방식으로 되살아나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약하고 무능력해서 강대국에 먹힐 수밖에 없었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이 재확인되는 게 될까 두렵다.

고애신은 ‘러브’를 하필, 혁명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오해한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에 담고자 했던 핵심을 눈치 챌 수 있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어준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 ‘사랑’과 ‘혁명’, 구한말을 배경으로 이 두 단어에 담긴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다. 하지만 역사는 단순한 배경이 될 수 없다. 파급력 좋은 매체라면 더더욱. ‘미스터 션샤인’, 역사 속에 서고자 한다면 그 무게를 견뎌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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