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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황정민, 인물을 통해 반추한 삶 [인터뷰]
2018. 08.03(금) 15:03
영화 공작 황정민 인터뷰
영화 공작 황정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자신이 연기한 인물의 신념을 보며 제 삶을 반추하게 됐다는 황정민. 인물의 복잡하고 깊은 심연까지 헤아린 까닭일 터. 그랬기에 완벽히 실재했던 '공작' 속 흑금성이 돼 그 시절의 공기와 숨결을 담아낸 그는 어찌 보면 놀랍지도 않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제작 영화사 월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구강액션'이란 수식어가 설명하듯, 그 어떤 액션 없이 오직 배우들이 놓인 상황과 그들의 감정 연기만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독특한 작품이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게감과 여운이 상당하다.

황정민은 실화가 전하는 압도적인 기운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체감했을 터. 그는 처음 흑금성 사건을 접하고 "90년대를 잘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몰랐단 충격과 창피함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철저한 첩보 행위를 위해 가족마저 속였다. 오직 조국을 위해 제 삶을 바치며 헌신했다. 그러나 안기부와 국회가 벌인 북풍 사건을 직면한 뒤 개인의 신념을 꺾지 않았던 인물이며, 이로 인해 이중간첩으로 몰려 온갖 '국가안보법 위반'이란 죄명으로 옥살이를 했던 사람. 황정민은 이런 흑금성의 서사를 접하며 실존 인물이 몹시 궁금해졌다. 당연했다. "쉬운 일이 아니잖나.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국가를 위해 한 우물만 판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여타 일들을 경험할 수 있나. 특히 김정일을 직접 만났단 걸 알고 정말 대단한 강골이 아니고서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혀를 내두른 그였다. 자신은 세트장에서 분장한 상태의 김정일 역 배우를 만나 연기하는 것임에도 공간과 상황이 주는 압도감 때문에 주눅이 들고 기가 눌렸었더란다.

황정민은 특히 "자신이 맡은 책무를 위해 한 우물만 팠던 사람이, 그 우물을 잘못 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자괴감을 어떻게 견뎠을까. 측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생각에 실제 흑금성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복역 중이었고, 만기 출소 이후에야 만나보게 됐다. 그에 대한 첫인상을 "너무 귀여우셨다"고 표현한 황정민은 "영화를 쉽게 생각하셔서 미사일도 터뜨리라고 하시는데 '선생님, 저희는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에요. 선생님도 그렇게 안 하셨잖아요'라고 했더니 그냥 웃으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의 그는 단단한 바위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단다. 황정민은 "보통 상대의 눈을 보고 얘기하면 그 사람이 읽히지 않나. 느낌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활들을 오래 하셔서 인이 박히신 것 같았다. 이렇게 느낌을 읽을 수 없던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아무나 첩보원이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전까지는 머릿속에서 상상만 했던 흑금성을, 실존 인물을 만나고 난 뒤 구체화된 느낌이 있었단 황정민은 촬영에 돌입한 후 끊임없이 긴장감에 휩싸였단다. "이 인물이 대단한 것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일을 하지 않나. 그런 것에서 오는 긴장감도 있었고, 긴장감을 주는 공간이나 분위기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가 연기하며 가장 고민했던 것은 흑금성의 스파이로서 일대와 박석영이란 인물로서의 일대를 어떻게 하면 튀지 않고 동일인물로 보이게 하느냐였다. 자칫 1인 2역 같은 느낌을 줘서는 안 됐고, 표현을 배제하면서도 감정적으로 흥미롭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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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액션'이란 것도 배우에겐 큰 부담이었다. 첩보물이지만 액션이 철저하게 배제된 '공작'이었다. 황정민은 "대사로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궁금증이 있었다. 배우들은 모르지 않나. 하지만 윤종빈 감독이 왜 이 작품을 이런 방법으로 선택해서 담아내려 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며 믿음이 생겼고, 이런 식의 첩보물은 배우의 필모로서도 굉장히 근사한 일이니까 동참해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찍을 땐 정말 힘들고 짜증났다고 싫지 않은 볼멘소리를 덧붙이며. 그도 그럴 것이 인물의 동선도 모조리 정적이다. 황정민은 "대사를 하다 보면 손도 쓰고 움직이게 되는데 차렷 자세로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게 제일 힘들었다. 어려운 대사도 많았고, 정확한 발음도 신경 써야 했고 움직이지 못하고 말로만 연기하려니 그런 면이 힘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윤종빈 감독은 굉장히 집요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이런 인물과 작업하면 힘들고 지긋지긋하다며. 이걸 견디려 황정민은 스스로 자신을 못살게 굴었고 그때 의외의 연기들이 나올 때가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말은 짓궂게 해도 감독에 대한 그의 믿음은 곳곳에 묻어났다. 황정민은 "배우들은 통으로 연기한다. 이 느낌과 공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감독의 몫이다. 편집과 빛, 클로즈업 같은 것들을 아주 치밀하게 머릿속에서 분명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고 감탄했다. 이런 믿음이 쌓이다 보니 하나의 해답처럼 느껴졌다. 배우들끼리도 호흡 하나가 틀어지거나 정확한 계산이 없으면 신이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완벽한 합을 맞춰가며 호흡을 같이 했고 그렇게 디테일한 표현을 완성했다. 이에 대한 뿌듯함을 만끽한 황정민이다. 그는 이를 두고 "아주 큰,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공작'은 흑금성 사건이란 극사실주의 남북 첩보극을 소재로 하지만, 그 속엔 분단국가란 체제의 비극과 애수를 담아냈다. 황정민은 이에 대해 "제가 어떤 작품을 하든 간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제가 왜 이 작품을 했는지, 그 이유는 '공작'이란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던 것이었다.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정민은 흑금성을 간접 체험하며 그의 신념에 경외심을 품었고, 자신을 반추하며 초심을 생각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란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같은 일을 반복할 때 내성이 생기지 않나.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도 또 생기고,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은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지겹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다"며 "그 화살을 받는 저로서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이렇게 저를 직접적으로 믿어준다는 것 아니냐. 좋든 싫든 꾸준히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배우는 몇 안 된다. 그중 한 명이 된다는 것이 따지고 보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이미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는 성공적 타이틀에도 자기 성찰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황정민이다. 이를 통한 자기 승화를 이뤄낸 황정민은 역시 좋은 배우란 인식으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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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공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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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영화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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