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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주지훈은 요즘 즐겁다 [인터뷰]
2018. 08.03(금) 15:07
영화 공작 주지훈 인터뷰
영화 공작 주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주지훈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제 일과 삶을 사랑하고 인생의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며 여유를 누리는 그는 유독 멋지고 행복해 보였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제작 영화사 월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주지훈은 극 중 흑금성을 경계하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을 맡아 날카롭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살아있는 느낌이 안 드는 인물이었단다. "그림으로 존재하는 거냐"는 것이 그의 첫 감상이었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이 캐릭터를 살리는 방식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긴 그였다. 그 결과 "찍은 사람으로서 자부심 느낀다"는 감상평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물론 찍는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었다. 미치는 줄 알았다"는 주지훈이다. 이상한 긴장감 때문에 아무리 대사를 외워도 자꾸 까먹었다고. "머리가 나빠졌나.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라고 너스레를 떨던 주지훈은 "실은 그게 아니고 참 힘들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었다. 사람이 들숨 날숨을 제어하며 말하는 게 아니지 않나. 알게 모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 본능적인 움직임 때문에 흐름이 깨지는 것을 현장의 모두가 느꼈다. 그래서 당황하며 버퍼링이 걸렸고 대사가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았다"고 실감 나게 설명했다.

'왜 이렇게 준비가 안 됐나. 엄청나게 준비를 했는데 왜 이러나. 뭐가 잘못된 것인가' 고민의 반복이었고 자책과 절망의 나날이었단다. 그러다 배우들 모두 이같은 불안과 긴장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 오히려 안도가 됐다고. 주지훈은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다. 초반에 고생해서 기차를 선로에 올려놓으면 어느 정도는 저절로 간다는 표현들을 많이 하는데 '공작'은 6개월이란 대장정을 어렵게 지나왔다. 끝의 끝까지 정말 현장이 공작 같았다"고 했다. 이처럼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극도의 압박감을 느낀 이유는 당연했다. 첩보물이지만 그 어떤 액션 없이 오직 배우들이 놓인 상황과 그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감정 묘사만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주지훈은 "심리 문제가 컸다. 이 미묘함을 표현해야 하는데 뭐 하나가 어그러지면 긴장감이 빠졌다. 제 캐릭터만 봐도 흑금성을 믿는다고 표현할 수도, 그렇다고 전부 믿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날씨 따라, 그날 먹은 음식 따라 컨디션이 다른데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니 정말 힘들더라"고 했다. 또한 윤종빈 감독의 엄청난 집요함, 집착은 감탄이 나올 수준이었단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공작'을 지나오니 배우로서 자신을 더 넓혀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특히 남북 간의 첩보 심리전이란 소재를 빌려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결이 좋았단 주지훈이다. 그의 말처럼 '공작'은 흑금성 사건이란 극사실주의 남북 첩보극을 담아냈지만, 그 속엔 분단국가란 체제의 비극과 애수가 담겼으며 이를 권력 유지 도구로 이용하는 정치 공작 구조를 그려낸다. 주지훈은 이런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영화를 통해 이런 접근성을 더 용이하게 해 주고 거부감을 없애게 하는 건 한 인간으로서도 감사하고 배우로서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조부 또한 실향민이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종종 들었고, 그랬기에 북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 할아버지도 결국 사상과 체제의 피해자였다. "사실 젊은 세대들이 정치를 잘 모르지 않나. 요즘 정세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지만 기성세대보다 잘 모르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서 흑금성 사건을 알게 됐을 때 흥미롭고 반성도 됐다"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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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난 정부 시절 '공작'을 기획해 세상 밖으로 던질 용기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겠구나 이제야 알게 됐다는 그는 "제가 막내라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땐 뺀다"고 귀엽게 볼멘소리다. '공작' 제작 단계만 하더라도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였지만, 다시 봄은 왔고 지난 4월 11년 만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평화롭게 열렸다. 이는 '공작'에도 좋은 신호탄이었다. 그는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지켜봐도 판문점 공동선언문을 읽을 때 정말 뭉클했다며 "물론 그것이 잘 이행되고 약속이 잘 지켜져야 하겠지만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굉장하지 않나.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여전히 내전 중인 다른 나라를 보면 내 일이 아닌데도 가슴 아프다. 본능적으로 폭력을 바라지 않고 평화롭길 원하지 않나. 그런 의미가 컸고 저도 인간인지라 솔직히 '공작'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좋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였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고,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단 생각을 한다고.

주지훈은 어느덧 제가 돋보이기보다 작품의 영향력과 메시지를 우선시하는 속 깊은 배우가 돼 있었다. 그는 "막상 분량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더라. 좋은 선배, 좋은 감독님을 만나며 배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면 조금 더 한 발 물러서서 보게 된다. 각자 역할에서 결국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전체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거기에 내 존재 나라는 배우가 정말 필요한지를 중요하게 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바람직한 배우로 성장한 주지훈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했다.

하지만 예전엔 '왜 이렇게 힘들게 사나'라고 생각할 만큼 자신을 자책하며 살았단 주지훈이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호감을 표하면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을 '난 모자라.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라며 스스로를 들들 볶고 못살게 굴었단다. 이것이 반성의 의미로는 좋은 생각일 수 있지만 너무 치우쳐져 있었다고 자기비판을 통해 성찰하는 주지훈이다. 결국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요즘 깨달은 것은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며 기쁜 날, 슬픈 날 굴곡이 있을 거다. 원치 않아도 어둡고 슬픈 날이 오는데 굳이 그렇게 즐거운 날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못 즐기나 싶어 안타깝다. 그냥 즐거워하자"는 것이었다. 인식의 전환을 통해 주지훈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관대해졌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자신에 대한 평가보다 "영화 재밌다"는 평이다. 관객이 시간을 내 극장을 찾아와서 영화를 보고 즐거워 할 때, 훨씬 좋고 행복하단 그였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물의 결과를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주지훈은 확실히 더욱 근사해진 배우가 됐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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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공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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