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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운명의 떠밀림에 순응하다 [인터뷰]
2018. 08.10(금) 07:00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가 되는 일이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채시라. 운명같이 만난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또 한 번 배우로서의 저력을 과시한 그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극본 이도현·연출 김정호)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공들여 지켜온 가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집안에 칩거하던 여인 서영희, 임신한 채 그의 집을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 정효(조보아)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다. 극은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지내며 피폐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던 서영희가 정효의 존재로 인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 편의 성장 스토리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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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는 남편이 저지른 불륜으로 인해 '엄마'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린 전업주부 서영희를 연기했다. 채시라는 '명불허전'이라는 말 그대로, 3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뽐내며 서영희의 성장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극 초반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고 허울뿐인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폐쇄적으로 변한 인물로 매사 냉소적인 서영희의 모습부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자신감 넘치고 능력 있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상처와 고통, 눈물 연기까지 모두 소화해 내며 안방극장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채시라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 서영희의 삶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 이끌려 작품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어머니 캐릭터가 아닌, 모성이 앞서지 않는 여성 캐릭터는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인물이었고, 같은 여자로서 서영희에게 공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쉽지 않기에 더욱 도전 정신을 느꼈고 하나씩 장면을 완성해 갈 때마다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다는 채시라다. 그는 "종합 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좋았던 캐릭터"라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상적인 엄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들, 검은 슬립을 입고 담배를 피우며 변기에 홀로 앉아있는 원작 소설 속 파격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 담는 일이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과 단절된 여인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대본에도 없는 의상 콘셉트를 직접 제안하는가 하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은 99.9%까지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대본만 외우는 등 작품에 '올인'했다"는 채시라다.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캐릭터의 철학을 녹여낸 독백에 가까운 문어체 대사가 많았기에 암기에 어려움을 겪었고, 촬영 전에 완벽히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는 '엄마 채시라'는 잠시 잊고 집안일도 모두 내려놓은 채 온전히 '배우 채시라'로 살아야 했단다.

선배인 채시라가 솔선수범 연기에 매진하니, '이별이 떠났다' 팀은 동료 배우들은 물론 후배 배우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최강의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상대역을 맡았던 조보아는 시청자들에게 매회 연기가 성장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채시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어느새 이런 연배가 됐나 싶기도 하고, 후배들이 정말 나에게서 무언가를 배워가고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이 곧 드라마 전체를 대표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작품이 끝난 후에는 부담감 이상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채시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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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잡지 모델로 데뷔, 이후 CF와 드라마, 영화를 섭렵하며 하이틴 스타에 등극한 채시라다. 그로부터 3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채시라는 지금껏 주연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가수 김태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도 살고 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는 배우로서 이뤄 놓은 모든 것을 잊고 가정사에 몰두하지만, 반대로 작품을 시작하면 완벽주의가 발동하는 탓에 집에서도 아이들을 멀리하고 대사를 외우는데 여념이 없다는 그다. 매사에 넘치는 열정은 그가 지금껏 주연의 자리를 유지하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왕관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이처럼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건만, 그럼에도 채시라는 지금껏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이유를 '운'과 '운명'으로 꼽으며 겸손했다. "그저 배우의 길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으며 운 좋게 한 작품씩 하다 보니 근성도 생기고, 성취감과 의무감도 생기면서 운명에 순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치 운명에게 기분 좋은 떠밀림을 당한 것 같다"며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좋은 대본을 만나면 심장이 뛴다는 그였다. "차기작에서는 서영희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특히 오랜만에 영화에 도전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우리 것을 알리는 사극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그는 천생 배우였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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