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래요' 황동주는 참 멋진 배우다 [인터뷰]
2018. 08.11(토) 09:09
같이 살래요 황동주
같이 살래요 황동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황동주의 연기론은 단 하나였다. 역할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 것. 어떤 역할인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넘치게 감사한 일이라며 웃어 보이는 황동주는 이미 그 자체로 참 멋진 배우이자 사람이었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극본 박필주·연출 윤창범)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지질한 남자 채성운 역할은 적은 분량의 조연일지라도, 황동주에겐 주저될 것이 없었다. 황동주는 많고 많은 배우들 중 자신이 채성운을 연기할 기회를 가졌단 것에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고 두 손을 모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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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제안을 받고 황동주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채성운은 재산 상속과 재벌 이미지를 위해 자신의 불임을 숨기고, 아내인 박유하(한지혜)에게 이혼의 책임을 전가하는 참 비겁하고, 지질한 인물이다. 박유하가 자신의 불임을 폭로할까 봐 그에게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뭐하나 착한 구석 없는 채성운이지만, 황동주는 자신이 맡은 역할이니 그를 이해해보려고 했단다. 그는 "채성운은 사람들이 알만한 꽤 큰 기업의 오너 가문의 일원이지 않나. 불임 사실이 알려지면 기사화가 될 테고, 그러면 집안 망신시키는 꼴 아니냐. 그러면 또 유산 상속에서 불리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채성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불임을 감추려고 노력하겠구나 싶었다"며 자신이 찾은 인물의 당위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황동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성운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악랄해 보이기 위해 네모난 무테안경을 쓰고, 무채색 계열의 정장을 여러 벌 맞춤 제작하고, 머리 가르마까지 세심하게 설정하는 등 황동주는 스타일리스타와 함께 상의를 거듭하며 채성운의 외양을 완성했다. 그는 "희한한 게 저는 그 역할에 맞게 옷을 제대로 갖춰 입으면 연기할 때 훨씬 몰입이 잘된다"고 했다.

그렇게 채성운이 된 황동주는 '같이 살래요'의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불임이라는 치부를 가리기 위해 비겁하고,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는 못난 남편이자 아빠인 채성운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극적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채성운이 딸 채은수(서연우)가 친자가 아니란 출생의 비밀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선 이기적인 면모의 정점을 찍었다.

해당 신을 찍으며 대본에 나와 있는대로 채성운을 나쁘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덜 나쁘게 연기해야 하는지 고민했단 황동주다. 자신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의 악행에 내적 갈등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작가님이 그려주신 채성운에 최대한 따라가도록 하려 했다.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비겁할 줄 알았던 채성운은 채은수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은수가 아픈 이유가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아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이에 채성운은 박은태에게 그의 정자를 기증받아 박유하 사이에서 채은수를 얻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황동주는 이러한 채성운의 심경 변화를 연기하며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채성운이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채은수를 보고 오열하며 잘못을 비는 장면의 경우 촬영이 끝나도 쉬이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황동주는 "촬영에 들어가고 아이의 얼굴을 보는데 너무 눈물이 났다. 내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지만, 그래도 내가 한때 사랑하는 여자가 낳은 아이에게 아빠로서 사랑을 주지 않고 오히려 거부했던 날들이 제일 가슴 아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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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주는 후회없이 채성운에 몰입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행복한 소회를 전했다. 악역을 연기한 탓에 시청자들의 쏟아지는 질타를 받았음에도 의연한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황동주는 "댓글로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그만큼 시청자 뇌리에 채성운이라는 캐릭터가 각인됐기 때문이라는 생각 하니 괜찮아졌다"고 했다. 악플도 관심이라며 황동주는 되려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이지, 캐릭터에 대한 비난은 괜찮다. 사실 가끔 악역을 잘한다 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정말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계속해서 악역 제의만 들어와도 황동주는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허허실실 웃어 보였다.

그가 이 같은 태도를 갖게 된 건 과거를 반추한 결과였다. 과거 이미지 변신을 위해 스스로 공백기를 가졌던 황동주는 출연 제의를 연이어 거절했고, 결국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배우가 돼 있었다. 이에 황동주는 "3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친 뒤 배우로 복귀했을 때 역할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캐릭터가 나빠서 안 한다고 해도 캐릭터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오는 기회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절하면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적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에 황동주는 어떤 역할이든지 기꺼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제가 일하는 게 꿈만 같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역할을 가리겠나"라며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배우라는 일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는 황동주에게서 단단한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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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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