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힙합' PD의 힙합 정신 [인터뷰]
2018. 08.17(금) 11:52
방과 후 힙합을 연출한 SBS 교양국 소속 도준우 PD
방과 후 힙합을 연출한 SBS 교양국 소속 도준우 PD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지상파 최초 힙합 버라이어티가 생겼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거짓 없이 10대들의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는 '방과 후 힙합'이다. 그 프로그램의 수장 역시 '힙합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래퍼 돈춘호로도 활동한 '방과 후 힙합'의 도준우 PD를 만나봤다.

SBS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방과 후 힙합'은 '힙합 쌤'들이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10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랩으로 전달하는 방송이다. 코미디언 김신영과 그룹 블락비 멤버 피오가 MC로, 힙합 그룹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와 래퍼 슬리피, 키썸, 킬라그램이 '힙합 쌤(선생님)'으로 나선 가운데 16일 밤 첫 방송됐다.

'방과 후 힙합'을 연출한 도준우 PD는 SBS 교양국 소속의 실력파 PD다. SBS 간판 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탐사 취재로 연출력을 키운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돈춘호라는 랩 네임으로 활동한 래퍼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스냅백에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션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힙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방과 후 힙합'도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힙합을 이용한 방송을 선보이고 싶어서 시작했단다.

당초 도준우 PD는 2년 전 10대의 이야기를 랩으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러다 사내에서 수정을 거쳐 지금에야 '방과 후 힙합'으로 결실을 맺었다. 시작이 다큐멘터리였던 만큼 도준우 PD는 '방과 후 힙합'을 예능보다는 교양이라고 못 박았다. 프로그램의 화법도 유쾌함은 견지하되, 랩을 통한 경쟁이 아닌 랩을 한다는 것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방과 후 힙합'은 래퍼들의 쇼나 경연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준우 PD는 래퍼이자 힙합을 사랑하는 만큼 케이블TV Mnet에서 나온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등 다양한 힙합 예능 시리즈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러나 기존 힙합 프로그램들에서 제대로 된 '힙합 정신'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실감했다. 그는 "힙합은 음악의 한 장르이기도 하지만 삶의 태도이다 개인의 가치관까지 포함한다"며 "이렇게 포괄적인 한 문화가 곧 힙합인데 기존 힙합 프로그램은 이 부분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고 봤다.

도준우 PD는 "제가 생각하는 '힙합 정신'은 남의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거짓 없이 행동하는 거다. 이걸 '방과 후 힙합'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가장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그는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더라. 10대들은 그런 부분에서 한층 자유로웠기에 제가 생각하는 '힙합 정신'을 잘 실현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도준우 PD는 '방과 후 힙합'이 마찬가지로 10대들의 랩을 선보였던 '고등 래퍼' 시리즈의 지상파 버전이 아니냐는 의혹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과거 고등학생들의 무대가 됐던 KBS2 예능 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일-주먹이 운다'(이하 '주먹이 운다') 등을 비교 선상에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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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일럿에서 선보인 경기도 안성시 가온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도준우 PD의 기대와 믿음을 눈으로 확인시켜줬다. 기본적으로 가온고등학교에 입시를 준비하는 인문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실업계 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던 터라 화소 자체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부모의 이혼이나 교내 따돌림 같은 개인적인 아픔부터 '깜지'를 종용하는 담임교사에 대한 귀여운 불만, 열일곱에 깨달은 인생의 허무함까지 천차만별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쏟아냈다. 물론 랩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기에 그 실력은 천차만별이었으나, 각자의 '힙합 쌤'들을 만나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도준우 PD 또한 가온고등학교 학생들 얘기만 나와도 연방 감탄했다. 그는 "이 친구들이 모두가 놀랄만한 대단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랩을 대단히 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기 얘기를 털어놨다. 그 자체가 '리스펙(respect, 존경)'할 만했다. 그런 친구들의 당당함이 곧 힙합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기에 '힙합 쌤'들의 도움도 컸다. 당초 도준우 PD는 '방과 후 힙합'의 연예인 출연자 대부분 다양한 무대와 예능에서 실력을 입증했던 래퍼들이기에 섭외 과정에서 불안감과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래퍼들의 실력이나 무대가 아니라 학생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초점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도준우 PD는 "그런데 '힙합 쌤'들이 제작진보다 더 학생들이랑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며 "무대에 설 때도 기존 발표곡을 커버하는 게 아니라 신규 비트를 직접 만들어 왔더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가사에 맞는 비트가 필요했다'고까지 말해줘서 감동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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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래퍼들의 노력에 발맞춰 도준우 PD는 '방과 후 힙합'이 출연진에게 독이 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출자로서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며 노이즈 마케팅에 활용될 법한 독소 같은 장면들은 엄정하게 배제한 것이다. 가령 가온고등학교의 지원자 학생들 중 누가 봐도 탐낼 만한 미모와 실력의 방송용 인재가 있더라도 출연시키지 않았단다.

그는 "몇 친구들은 정말 예쁘거나 잘생기고 랩도 잘했다. 그런데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그들의 래핑이 지상파에선 소화하기 어렵다 싶을 정도로 과격했다. 단순히 과격하기만 하면 논의해서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랩이 방송되면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 친구에게 거센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 같더라. 그런 친구는 아쉽지만 출연진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세심한 배려가 더해져 '방과 후 힙합'은 '디스(disrespect, 무례)' 일색으로 치부되던 기존 힙합 프로그램에 경종을 울렸다. 심지어 힙합을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풀어낸 것도, 10대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것도 연예인 관찰 예능이나 '먹방' 일색인 최근 예능계 경향을 벗어나 신선함을 자아냈다. 개인의 진솔한 목소리를 랩으로 들려준 '방과 후 힙합'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10대들이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방과 후 힙합'의 모델로 선정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말을 반대로 얘기하면 직장 생활, 사회생활 조금이라도 한 분들은 자기 목소리 내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거거든요. 사실 저조차 직장인이라 남 눈치 보는 일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웃음). 그래서 더더욱 '방과 후 힙합'이 10대들이 랩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학생들만 보는 방송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어른들도 사소한 것부터 묵직한 얘기까지 눈치 안 보고 다 얘기하는 이 친구들 보면서 조금 더 당당하고 솔직해지자고요. 그런 용기와 에너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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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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