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감', 단순함 상쇄하는 유쾌한 여운 [씨네뷰]
2018. 08.23(목) 09:00
어른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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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어른도감' 속 조카와 삼촌의 성장 이야기는 유난스럽지 않고 차분하다. 영화는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이 잔잔한 성장담을 독특한 설정, 배우들의 호연과 결합해 결국 큰 파동을 일으킨다.

23일 개봉한 '어른도감'(감독 김인선·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은 아빠를 여의고 슬픔에 빠진 경언(이재인)과 그런 경언에게 갑자기 등장한 삼촌 재민(엄태구)이 특별한 가족이 되어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내용을 그린다.

'어른도감'은 아빠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경언이 장례식장에서 생면부지인 재민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과정을 담백하게 펼쳐낸다. 표면적으로는 인물 간의 만남과 성장이라는 굉장히 평범하고 단순한 구조를 따르고, 그 과정 또한 화려한 장치 없이 덤덤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영화는 일찍 철이 든 소녀와 철부지 삼촌이란 캐릭터성을 강조하며 유쾌한 톤을 유지하고, 이에 지루할 틈 없이 능숙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카에게 주어진 보험금을 가로채려 꾀를 쓰는 삼촌과 그런 삼촌의 얄팍한 수를 모두 꿰뚫어보고 있는 조카. 이처럼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난 가족의 모습이 신선함을 더하고, 두 인물이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앙숙 케미'는 소소한 웃음을 가미한다. 특히 영화 말미 상극인 두 사람이 펼치는 어리숙한 부녀 사기극은 유쾌함의 정점을 찍으며 이들의 고단한 현실마저 잊게 만든다.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결여된 이들의 외로운 내면을 파고드는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늘 씩씩해 보이는 경언에게도 어린아이다운 유약함이 있고, 안하무인이던 재민에게도 따뜻함이 존재하는 지점 등이 그렇다.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은 때로는 갈등을 겪지만, 때로는 서로가 지닌 빈자리를 채워주며 깊은 유대를 형성한다. 이들이 겪는 뜨거운 성장통의 끝에는 서툴지만 분명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각박한 현실에서 진실된 가족의 '정'이란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영화의 의도가 제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들인다는 건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삶의 일부를 주는 거다"라는 재민의 대사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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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게 배역에 적절히 스며든 배우들의 호연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엄태구는 '어른도감'을 통해 과감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강렬한 인상과 낮은 목소리로 그간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연기해 온 엄태구는 능청맞고 뻔뻔한 재민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냈다. 그는 다채로운 연기톤과 특유의 몰입감 넘치는 눈빛 연기로 변화하는 재민의 감정선을 능숙하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아역 이재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재인은 극 초반 어린 나이답지 않은 절제 연기를 선보여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는 외로움이 몸에 배어 무뚝뚝하고 차가운 경언을 깊이 있는 눈빛과 섬세한 표정으로 그려냈다. 이어 따뜻한 정을 느끼고 변화하는 모습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성장의 감동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렇듯 '어른도감'은 진부해질 수 있는 단순한 구성을 유쾌하게 변환해 입체감을 부여했다. 평범함을 울림이 있는 특별함으로 구현한 '어른도감'만의 힘은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감돌게 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어른도감'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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