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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 박건형은 진화한다 [인터뷰]
2018. 08.31(금) 19:56
박건형 뮤지컬 바넘 개인 포스터
박건형 뮤지컬 바넘 개인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관객을 웃기기 위해 묘기는 기본, 실수에 따른 대처 방안까지 연습한다. 배우 박건형은 누구보다 치밀하고 철저하게 웃음을 연습하는 발전하는 쇼맨이었다.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연출 구스타보 자작, 이하 '바넘')은 서커스를 지상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실존인물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이다. 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라이선스 작품으로, 현재 국내 초연 중이다.

박건형은 '바넘'에서 타이틀 롤 바넘 역을 맡았다. 실제 바넘은 서커스를 기반으로 쇼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사업가이자 정치인, 동시에 인종과 장애를 돈벌이로 이용한 '프릭(freak)쇼'의 주인공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더욱이 바넘의 이야기는 지난해 연말 개봉한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세계적인 배우 휴 잭맨이 연기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만큼 박건형 역시 바넘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에 부담도 느꼈다.

다만 박건형은 "부담감이나 무게감에 짓눌리긴 싫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2015년 연극 '택시 드리벌'의 택시 기사 덕배부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빅터 프랑켄슈타인, '인터뷰'의 유진 킴, 전작인 '모래시계'의 검사 우석까지 하나같이 다소 진지했던 점을 언급했다. 예능에서 입담으로 주목받은 터라 배우로서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던 작품들이 이제는 그에게 또 다른 고정적인 이미지를 씌워주고 있었다는 것.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는 그는 다시 한번 필모그래피에 변화를 주기 위해 쇼 뮤지컬 '바넘'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박건형은 누구보다 치밀하게 코미디를 준비했다. 그는 "슬랩스틱이 아닌 이상 코미디는 굉장히 정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적에 휩싸인 순간 배우의 포즈, 쉴 새 없는 음악의 템포까지 모든 게 조화를 이뤄야 뮤지컬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건형은 "결국 모두가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했다"며 "한 순간의 개인기로만은 이 작품을 끌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박건형은 이번 작품에서 많은 디테일을 추가했다. 쇼맨으로서 모자를 쓸 때 일부러 한번 더 돌려 모자 묘기를 보여주는 식이다. 극 구성에 맞춰 물을 와인으로 바꾸고, 흰 손수건을 붉은 손수건으로 바꾸며 손에 없던 장미를 보여주는 식의 기본적인 마술도 곁들였다. 극 중 바넘이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와 마주친 순간, 신사답게 숙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영화 'E.T' 속 한 장면처럼 손끝을 맞대는 엉뚱한 포즈도 박건형 만의 디테일이었다.

이에 그는 "코미디에는 의외성이 필요하다"며 나름의 철학을 설명했다. 숙녀가 손을 내밀면 손등에 입을 맞춰 인사하는 게 당연하고 일반적이라는 생각에 의외의 동작으로 반응하면 뭔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는 것. 또한 박건형은 "물론 상대 배우에게 무례하지 않고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하는 게 기본"이라며 "나름의 기준 안에서 새로운 게 없을지 계속해서 찾았다. 무대 자체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박건형 만의 웃음 검증을 거친 게 결정적이었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자신이 생각한 장면을 보여준 뒤 아내가 웃어주면 연습실에서 한번 더 시도하고, 동료와 창작진도 재미있어 하면 비로소 관객에게 선보였단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나아가 박건형은 자신이 시도한 코믹한 요소가 웃기지 않거나 자신이 무대 위에서 실수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가정했다. 일례로 최근 공연에서 모자를 돌리는 묘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는 무대 앞 쪽에 있는 오케스트라석에 모자를 떨어트렸다. 그러나 그 순간 지휘자가 모자를 받아 다시 바넘에게 건넸다. 마치 짠 듯한 자연스러운 상황은 관객에게도 유쾌한 해프닝으로 남았다.

박건형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만큼 무대 위 배우에게 아찔한 건 없다"며 "손에 익지 않은 만큼 모자든 다른 마술이든 시도하다가 떨어트리는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 어떻게 떨어트려야 조금 덜 어색하고 자연스럽게 장면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각도를 재봤다. 오케스트라 쪽에도 '내가 만약 거기에 떨어트리면 자연스럽게 주워서 돌려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박건형은 '바넘'의 막이 오른 지금도 극에 변화를 주기 위해 골몰했다. 특히 그는 "객석의 감정은 누구보다 배우들에게 크게 와 닿는다"며 "관객과 우리가 이 장면을 얼마나 함께 하고 있는지, 어느 부분에서 내가 감정을 놓친 건 없는지 따지고 있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필모그래피 안에서나, 작품 안에서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남자, 박건형의 무대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미스 사이공', '캣츠' 이런 공연은 이제 더 이상 바뀌지 않아요. 완성도 면에서 멈춘 작품이죠. 하지만 '바넘'은 이제 막 한국에 왔잖아요. 물론 부족하죠. 극의 재미를 위해 실제 인물이 어땠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부족함을 우리들이 바꿔나갈 수 있고, 채워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중요한 건 진심인 것 같아요.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진심. 그러기 위해 저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연습해요. 결코 부끄럽지 않게요. 그 지점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메이커스 프로덕션, 킹앤아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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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뮤지컬 | 바넘 |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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