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5개월 만에 돌아온 이유 있는 자신감 [리뷰]
2018. 09.02(일) 17:48
연극 쥐덫 프레스콜 시연 장면
연극 쥐덫 프레스콜 시연 장면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MBC 탤런트 극단의 창단 기념 연극 '쥐덫'이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작품으로 돌아왔다. 단기간에 이뤄진 세밀한 변화들이 정체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1일 개막한 연극 '쥐덫'(연출 정세호)은 지난 4월 막 내린 MBC 탤런트 극단의 창단 기념 연극의 앙코르 공연이다. 영국 추리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단편 소설 '세 마리 눈 먼 생쥐'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전후 영국과 유럽 사회의 병폐를 조명한다.

불과 5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이 올라온 만큼 공연의 절반적인 줄거리는 초연과 대동소이하다. 이야기는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다음 살인 예고 장소인 몽스웰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방문객들의 과거사가 펼쳐진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인 남편 자일즈와 아내 몰리는 물론 방문객 보일 부인, 크리스토퍼 렌, 케이스 웰까지. 이들은 런던 경찰 당국에서 파견된 트로터 형사의 지시 아래 수사에 동참한다.

특히 '쥐덫'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두 차례 세계 대전에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바 있다. 트로터 형사의 추리 아래 인물들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토로한다. 이 과정에서 극은 전쟁 후 해체된 가족들을 제대로 보듬지 못한 부실한 사회 체계를 고발하고 전쟁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개인의 인내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던 당시 시민들의 애환을 그린다.

물론 이 같은 메시지는 모두 초연에서 배우 양희경과 윤순홍 장보규 박형준 등 MBC 탤런트 극단 소속 배우들의 열연으로 조명됐던 부분이다. 여기에 앙코르 공연에서는 한층 강해진 긴장감이 객석을 매료시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음향 효과다. 초연에서는 살인을 암시하는 '눈 먼 생쥐 세 마리'라는 동요만이 극에 등장한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극 초반과 암전 장면에서 스릴감을 극대화시키는 음향 효과들이 추가된 것. 음산한 효과음과 음악들이 추리 스릴러라는 '쥐덫'의 장르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이는 극 후반부의 반전과 맞물려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소품과 의상 등 세밀한 부분의 디테일도 강화됐다. 캐릭터 대부분이 단벌 신사에 가까웠던 초연과 달리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보일 부인을 비롯해 트로터 형사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환복까지 이뤄진다. 다채로운 소품은 20세기 중반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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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쥐덫' 앙코르 공연에서 괄목할 만한 부분은 대사의 변화다. 초연 당시 '쥐덫'은 원작에 대한 고증에 철저했던 만큼 번역투에 가까운 대사들로 일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국 소설이 원작인 만큼 번역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들이 21세기 한국 관객들의 몰입을 다소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연에서는 불필요한 서술과 대사들이 한층 생략됐고, 대사 어미들이 현대 한국의 구어체에 가깝게 수정됐다. 이를 통해 극 중 인물들의 대사가 전보다 빠른 템포로 오가며 극 전개에 속도감을 더한다.

더불어 뉴 캐스트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배우 강문영과 아나운서 김성경, 가수 홍경민 등이 '쥐덫'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기 때문. 그중에서도 강문영은 최근 출연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보여준 예능감 강한 이미지를 잊게 만드는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과 더불어 MBC 탤런트 극단 외에 극단 제3무대 배우들이 함께 하는 점도 작품에 안정감을 더한다.

결과적으로 '쥐덫'은 소품과 음향 등의 디테일, 캐스팅 라인업을 보강해 빠른 앙코르 공연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킨다. 불과 5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을 내세우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다. 오픈 런으로 끝을 모른 채 달리는 이 공연이 상연 기간엔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쥐덫'은 서울시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 다온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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