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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맞닥뜨린 첫사랑, ‘너의 결혼식’ [영화공감]
2018. 09.03(월) 09:26
너의 결혼식
너의 결혼식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첫사랑이 더없이 애틋한 이유는 그만큼 순수하게 몰입했고 또 서툴렀기 때문이 아닐까. 되풀이되고 편집되는 기억 속에서 그 때의 내가 혹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전개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조금은 능란하게 된 오늘의 우리들은 아쉬움에, 지나간 사랑의 역사에 끊임없이 이런저런 수정을 가해 본다.

“당신 앞을 지나가는 여자가 걸으면서 빛을 발산하는 날, 당신은 끝났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다. 당신은 더 이상 한 가지밖에 할 일이 없다. 즉 오로지 그이만을 생각하여 그이에게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 ‘레 미제라블’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 마리우스가 사랑하는 연인 코제트에게 보내는 연서 중 일부다.

영화 ‘너의 결혼식(on your wedding day, 2018)’(이하 ‘너의 결혼식’) 에서 황우연(김영광)이 환승희(박보영)를 처음 본 순간의 마음이 꼭 이러했겠다. 주로 청소년기에 맞닥뜨리는 첫 눈에 반한다는 감정. 여기엔 외부의 어떤 조건도 작용하지 않고 상대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의 빛 그리고 순간의 눈 마주침만이 온전한 동력이 된다.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은 사랑하는 그이에게 내달리기 시작하고, 공부와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이 사랑하는 그이를 따라 대학을 가고 체육교사까지 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하지만 사랑의 타이밍은 항상 얄궂고, 우연은 버스 탈 때마다 들려오는 ‘환승입니다’를 통해 환승희가 남긴 잔인한 첫사랑의 기억을 훑는 게 전부다. 기어코 잡는다 싶더니 승희에게 다른 연인이 있고 겨우 행복을 되찾는다 싶더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얼굴을 볼 수 없다. 매번 슬며시 빗나가기만 한 그의 애틋함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어느 날 찾아온 우연(그래서 이름이 우연일까)과, 더 이상은 놓칠 수 없다는 그의 간절함이 합쳐져 첫사랑은 기억을 벗어나 현실로 안착한다.

이렇게만 끝나면 버석한 현실을 잠시 뒤로 한, 낭만적인 환상으로 가득한 로맨스 영화로 끝났을 터다. 그리고 그저 그런, 연인들이 보기 좋은 달달한 영화 정도의 감상만 남았으리라. ‘너의 결혼식’이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은, 이 현실로 안착한 대목이다. 타이밍보다 더 무서운 현실의 존재, 타이밍은 두 연인을 사랑으로 귀결시키지만 현실은 사랑의 모양에 낭만의 껍질을 제거하고 균열을 일으키며 위기를 가져온다.

생의 처음 자신의 영혼을 휘몰아간 순수한 감정이, ‘첫사랑’이란 다시없을 이 고귀한 마음이, 낭만이 증발된 날선 현실 앞에서 남루하게 몸을 웅크리는 걸 보아야 하는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등을 돌리고 과거, 편집된 기억으로 회귀하려 한다. 서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사랑의 시절을, 그 시절의 증거들을 현실로 안착하며 잃을까봐, 혹은 잃는 바람에 그 도움 얻기 힘들다는 타이밍이 도운 사랑의 끝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첫사랑은 첫사랑으로만 남겨두어야 한다고들 하는가. 우연의 승희, 즉, 운명을 향한 열정적인 돌진은 의미가 없는, 단순한 호기에 불과한 것일까. 알다시피 첫사랑의 순수함과 숭고함은 다시 찾아오지 않으며 이를 경험한 자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차이는 크다. 날 것의 사랑과 날선 현실의 맞닥뜨림을 경험한 자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차이도. 사랑이 주었던 행복과 불행, 과오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삶이 지닐 수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요소가 되는 까닭이다.

“사랑하고 고통 받는 마음은 숭고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보 짓거리, 이러한 시시한 말, 이런 것들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것들을 한 번도 말해 보지 못한 사람은 바보이고 악인이다”, ‘레 미제라블’에서 발췌한 구절들로 덧붙인다. 그렇다. 설사 현실에 의해 무너진 첫사랑의 흔적일지라도 우리에겐, 우리로 하여금 온전한 인간이 되도록 돕는, 더없이 유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너의 결혼식’이 관객에게 남기는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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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너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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