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먹자'의 스토리텔링 [첫방기획]
2018. 09.08(토) 08:10
폼나게 먹자 포스터
폼나게 먹자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향수와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보기 드문 예능이 왔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새 예능 '폼나게 먹자'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폼나게 먹자'가 7일 밤 첫 방송됐다. '폼나게 먹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토종 식재료를 찾아 전통 방식의 요리를 맛보고, 스타 셰프들과 함께 식재료를 활용한 색다른 요리법을 함께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코미디언 이경규, 배우 김상중과 채림, 래퍼 로꼬가 4MC로 식재료 전문가 김진영과 함께 사라져 가는 먹거리를 '삭힌 김치'를 찾아 나선 모습이 그려졌다. 이름도 생소한 식재료로 호기심을 자극한 가운데 '폼나게 먹자' 만의 스토리텔링은 명확했다. 바로 사라진 먹거리를 찾는 것과 이를 통한 향수(鄕愁)였다.

삭힌 김치는 충남 예산의 향토 식재료로, 현지에서도 단 10명 만이 보존하며 명맥을 잇는 희귀한 음식이었다. 직접 담근 김치를 깨져 물이 빠지는 항아리에 오랜 시간 삭혀 골마지(김치에 피는 하얀 곰팡이)가 생길 때까지 보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김치는 물기가 빠지는 만큼 한껏 마른 데다가 고춧가루 붉은 기 하나 없이 시래기처럼 푸른 배추 이파리에 가까운 빛을 냈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현지 사람들은 삭힌 김치를 고유의 맛을 살린 김치찌개로 주로 만들어 먹었다. 보통의 김치찌개가 고기나 참치, 두부 등의 주재료와 함께 국물 요리에 가까운 노릇을 했다면, 삭힌 김치찌개는 김치 고유의 식감과 향,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이원일 셰프는 삭힌 김치와 두부를 함께 내 '두부 김치'처럼 익숙한 음식으로 만들었다. 삭힌 김치 특유의 쿰쿰한 향을 잡고 먹음직스러운 현대적인 음식 비주얼로 선보인 요리는 4MC는 물론 첫 게스트로 나온 가수 아이유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오래된 음식을 소개하는 만큼 프로그램은 음식의 역사에 맞춰 기존의 예능과 다른 속도감을 취했다. 기존 예능이 TV 프로그램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유독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듯 시청자를 빨아들였다면 '폼나게 먹자'는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고 여유 있는 속도로 식재료를 소개했다. 김상중만 해도 실제 그의 취미인 오토바이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달리며 식재료가 있는 충남 예산으로 달렸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식재료를 붙잡는 '폼나게 먹자'만의 속도감이 보는 이들에게도 여유를 선사하며 프로그램 전반을 지배하는 향수성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이는 기존의 예능 뿐만 아니라 '쿡방', '먹방'이라는 하위 장르와 '폼나게 먹자'가 다른 차별화 지점이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케이블TV tvN '집밥 백선생', '수미네 반찬' 등 다양한 '쿡방'과 '먹방'이 등장하고 퇴장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 국내 '쿡방'과 '먹방'은 요리사들이 화려한 솜씨를 보여주거나, 스타가 즐겨 먹는 음식으로 일상을 조명하거나, 요리와 먹거리를 찾아가는 과정 등으로 일정한 포맷을 지니게 됐다. '폼나게 먹자'는 요리와 먹거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스타 셰프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세부적인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사라져 가는 식재료'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색깔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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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쿡방' 예능이 쏟아지며, 기존 예능은 화려한 요리 과정과 값비싼 식재료 위주로 화면을 구성했다. 음식을 먹거리가 아닌 볼거리, 뽐낼 수 있는 즐길 거리로 소비한 셈이다. 그러나' 폼나게 먹자'는 사라져 가는 향토 식재료를 통해 수수하면서도 먹거리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면모를 보여줬다. 흡사 KBS1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방송 문법이기도 했다.

기존 예능보다 다소 느리지만 진중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폼나게 먹장'의 방식에 시청자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예능 같지 않아 느슨하다는 지적과 그만큼 제목처럼 품격 있으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공종하고 있다. 다만 음식이 낯설다는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인 줄 알았다"고 지적한 이경규의 과장된 평가나 '먹방'에 걸맞지 않은 야박한 리액션은 음식에 대한 흥미와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하고 우리가 먹은 우리의 식재료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김상중의 말이 '폼나게 먹자'의 존재 의의를 각인시키고 있다. 프로그램 특성 상 8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돼 이미 첫 시즌 촬영이 끝난 상황. 제작진이 향토 식재료에 대한 한층 강한 사명감을 얼마나 폼 나는 이야기로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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