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수연 작가가 끌고 조승우가 민 조직사회 (종영)
2018. 09.12(수) 00:05
라이프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이규형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 태인호 염혜란 최유화 엄효섭 김원해 우미화
라이프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이규형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 태인호 염혜란 최유화 엄효섭 김원해 우미화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글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지울 수 없는 그만의 세계관과 인장(Signature)이 묻어나는 것도 당연지사다. ‘라이프’가 ‘비밀의 숲’으로 단숨에 르포형 작가로 등극한 이수연 작가의 저력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동시에 조승우는 이 드라마의 수레바퀴를 밀고 또 밀어준 대표급 혁혁한 공로자였다.

11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극본 이수연·연출 홍종찬) 최종회 16회에서는 예진우(이동욱) 구승효(조승우) 이노을(원진아) 예선우(이규형) 주경문(유재명) 오세화(문소리) 김태상(문성근) 이보훈(천호진) 선우창(태인호) 강경아(염혜란) 최서현(최유화) 이상엽(엄효섭) 이동수(김원해) 김정희(우미화)를 둘러싼 메디컬 정치 스토리 결말이 공개됐다.

이날 화정그룹 회장은 세화, 경문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일격을 맞게 됐고 분노한 나머지 구승효를 총괄사장직에서 해고해버렸다. 의사들 역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간 구승효를 따돌리듯이 벌레 취급한 의사들은, 오랜 시간 속에서 구승효가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에 세화는 구승효가 떠나는 상황에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구승효는 의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그려낸 ‘라이프’를 총정리하는 듯한 이 대사가 최종회를 마무리했다.

구승효는 “미래의 의료기관은 병원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가진 자들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곳이 될 거라고 한다. 저도 그 말이 과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것을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무너질 사람, 버텨질 사람, 거슬러 오를 사람. 다 여러분 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승효는 “완벽하지도 않고 예상 외로 우월하지도 않고 심지어 우왕좌왕하는 듯 보여도 끝내는 실천에 이를 사람이 여기도 있을 거다”라는 말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다채로운 인간 군상,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꾸려나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사회를 한 큐에 집약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구승효는 그렇게 슬프지만도 화나지도 기쁘지도 않게 상국대학교 병원을 유유히 떠났다. 상국대학교병원 의사들의 일상도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이어졌다. 방송 말미 이노을은 의사들에게 독립 재단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낙천적 결말이 암시됐다. 쳇바퀴 돌아가듯이, 삶과 조직은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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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는 무언가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의학드라마로 출범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직업관이나 인생을 건 사람들이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열띤 싸움을 벌였다. 생을 치열하게 살아내기 위한 상징적 각축전이 다채로운 플롯 안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것이다.

전작 ‘비밀의 숲’을 통해 검찰과 법조계의 지난한 악습, 비리층의 폐단을 르포처럼 상세히 묘사한 이수연 작가는 이번엔 의학계로 날카로운 관찰의 눈을 돌렸다. 여전히 날 벼려 있는 시선과 관(view)이 돋보였다. 특히 의학계, 병원 경영계 사전 조사의 꼼꼼함을 엿보게 하는 대사 속 디테일들이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 편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드라마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의사들, 경영진들의 적나라한 이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번 들으면 결코 잊히지 않는 촌철살인의 현실적 격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계, 드라마계, 뮤지컬계를 모두 섭렵한 명품 배우 조승우의 캐릭터성은 여과없이 빛났다. 인간은 무릇 언제나 선하지도 언제나 악하지만도 않은 ‘회색’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구승효 캐릭터는 이수연 작가의 승부수 그 자체였다. 가령 구승효라는 어느 경영가의 나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인간 군상은 이수연 작가가 인간을 관조하는 중립적 시선이었다.

여기에 구승효와 그룹 측에 대항하는 의사들의 대립각은, 영리나 때론 신념을 추구하는 여느 한국조직의 보편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했다. 그래서 이 극본은 일견 완벽히 짜인 보고서와도 같았다. 배우 문성근, 천호진, 문소리, 유재명, 염혜란, 태인호, 엄효섭, 김원해 등 각자의 신에서 획을 그은 이들의 노련한 연기가 드라마 구석구석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이다.

다만 간간이 삽입된 구승효, 이노을 사이의 러브라인 등이 다소 어색하게 튀어 보인 점은 아쉽다. 조직의 정치와 심리구조, 자료 조사에 능한 이수연 작가의 장기는 여전히 빛을 발했지만, 로맨스 경력이 없는 그의 허점이 살짝 드러난 격이다. 첫 작품 ‘비밀의 숲’만으로 톱급에 오른 이수연 작가의 건필은 이제 시작일 터다. 그의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건필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남다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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