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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아도 뭐 어때 [종영기획]
2018. 09.19(수) 09:13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양세종(왼쪽) 신혜선(오른쪽) 포스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양세종(왼쪽) 신혜선(오른쪽)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꽉 찬 계란 한판에 이립(而立)까지. '서른'은 흔히 무언가 정립해야 하는 나이로 꼽힌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서른조차 무방비하고 위태로우며 치기 어린 청춘 일 수 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열일곱 청춘 같은 서른의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 이하 '서른이지만')가 18일 밤 방송된 32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서른이지만'에서는 공우진(양세종)과 우서리(신혜선)가 한 집에서 살며 결혼으로 미래를 약속했다. 우서리를 좋아했던 공우진의 조카 유찬(안효섭)은 마음을 정리한 채 두 사람의 행복을 빌었고, 가사도우미 제니퍼(예지원) 또한 마음 놓고 집을 떠났다. 완벽하게 꽉 닫힌 행복한 결말이었다.

'서른이지만'은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우서리와 열일곱부터 서른까지 스스로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공우진의 코믹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였다. 제작진은 이 같은 기획의 도에 걸맞게 때로는 서툴면서도 때로는 애틋한 공우진과 우서리의 이야기를 잔잔하지만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특히 양세종과 신혜선은 최근 드라마계에서 '대세'로 손꼽히는 배우들 답게 안정적인 기량으로 작품을 소화했다. 두 사람이 맡은 공우진과 우서리 모두 열일곱에 겪은 다중 추돌 사고로 인해 정신 연령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신체 및 사회적 나이만 서른인 캐릭터였던 터. 양세종과 신혜선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철없어 보이는 역할의 맹점을 호소력 짙은 감정으로 연기하며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안효섭 또한 매사 긍정적인 유찬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비록 양세종과 안효섭은 실제 나이 차이가 3살에 불과하지만 극 중 어린 삼촌과 조카로 등장해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이에 힘입어 공우진과 우서리의 로맨스 못지않게 공우진과 유찬의 브로맨스 또한 '서른이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예지원은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가사도우미 제니퍼 역을 맡아 극 초반 표정 없는 얼굴과 세상 무미건조한 언행으로 폭소를 유발했다. 더욱이 그는 극 후반부 과거 다중추돌 사고의 피해자 가족임이 드러나며 절절한 감정 연기로 반전의 묘미를 더하며 선배 연기자의 위엄을 보여주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처럼 주연 배우들이 맹활약한 결과 '서른이지만'은 제목처럼 서른임에도 열일곱처럼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했다. 극 중 공우진과 우서리는 13년 전 다중추돌 교통사고의 목격자와 피해자라는 아픔을 간직해 각각 마음의 병과 혼수상태를 얻었다. 이는 곧 공우진이나 우서리처럼 자의로 혹은 타의로 세상과 자신의 크고 작은 문들 닫고 사는 현실의 청춘을 떠올리게 했다.

일례로 13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지 못한 채 생계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우서리의 모습은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는 청년이나 다름 없었다. 현실에 부딪혀 대학 졸업은 물론 취업부터 결혼에 출산까지 모든 관혼상례의 통계적 평균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 "나 왜 벌써 서른이야?"라며 아이처럼 울부짖던 우서리의 통곡은 실상 이룬 것 없는 청년들의 외침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는 무대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속내만큼은 열일곱 소년에 머물러 있는 공우진과도 마찬가지였다. 나이 서른에 연애도, 입맞춤도, 사랑도 우서리가 처음인 공우진의 이야기는 이른 나이에 취업 후 안정을 취하기 위해 사적인 영역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온 현대 청년들의 이야기와 겹쳤다.

그렇기에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하고, 다소 코믹하고 서툴지만 사랑을 키워나가는 공우진과 우서리의 로맨스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서른이지만 세상이 생각하는 '서른' 같지 않아도 된다고 건네는 제작진의 위로였다. 나이 서른에도 얼마든지 열일곱처럼 살아도 문제 없으며, 결코 틀린 게 아니라고. 정답이란 없는 인생에 '그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편견을 타파하는 의외의 가치. 세상 가벼울 줄 알았던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서른이지만'이 남긴 메시지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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