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허무한 인생에 세운 지지대 [리뷰]
2018. 09.19(수) 10:56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단순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나 불륜으로 치부해서는 안될 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성의 일생을 담은 여정,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연출 김태형)는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프란체스카와 사진 촬영을 위해 마을에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이룰 수 없는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2014년 브로드웨이 초연됐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원작 소설은 물론 이미 1995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소개돼 익숙한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올해 공연에서는 연기력과 가창력 모두 빼어난 김선영 차지연이 프란체스카 역을, 초연 무대에서 활약했던 박은태와 이번 작품을 통해 상업 뮤지컬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한 강타가 로버트 역을 맡았다.

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에서 미군인 남편을 동아줄 삼아 미국으로 이민 온 중년의 여성 프란체스카가 세계를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를 만나며 변화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담아낸다. 주부의 일상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프란체스카와 카메라 렌즈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며 늘 이방인으로 존재하던 로버트. 이들은 우연히 길을 묻고,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다. 공통분모는 곧 호감으로, 호감은 곧 사랑으로 변모해 두 사람은 각자의 비어있던 세계를 서로의 존재로 채운다. 프란체스카는 떠난 로버트의 사랑을 지지대 삼아 잃었던 '나'를 되찾고, 남은 일생 동안 스스로를 지탱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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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서정적인 음악과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감성적인 무대 미술을 통해 스크린 속 중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무대로 고스란히 옮겼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등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수려한 음악은 이들의 사랑을 씨실과 날실처럼 섬세하게 엮어내는 일등공신이다. 클래식 기타, 피아노 선율을 기반으로 하는 넘버들은 때로는 격정적으로 휘몰아치고, 때로는 인생의 허무를 노래하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초연과 비교해 바뀐 몇몇 장면은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소재인 '불륜'을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다룬다. 대도구를 옮기며 무대 위로 등장해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만남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희석되고, 대신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이 직설적으로 표현돼 '사랑'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 속 미묘한 감정선을 고스란히 옮기기에는 다소 직설적인 연출이지만, 감정선이 단순해졌어도 노년의 프란체스카가 자아낸 결말의 진한 여운만은 그대로다.

김선영과 차지연은 굴곡진 프란체스카의 인생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낸다. 폭넓은 음역대를 바탕으로 난이도 높은 노래들을 거침없이 소화해 낸다. 어머니로서의 모성은 물론,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까지 폭넓게 변화하는 인물을 그려내며 입체적인 연기를 펼친다. 새롭게 뮤지컬에 도전한 강타의 활약은 사뭇 놀랍다. 아직 세밀한 감정선을 쌓는 작업에는 서툴지만, 안정된 발성을 바탕으로 한 연기력이 자연스레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박은태의 연기는 한층 섬세해졌다. 초연 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무대 전체를 지탱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0월 2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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