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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주지훈이 내뿜는 소름끼치는 광기 [인터뷰]
2018. 09.20(목) 15:51
영화 암수살인 주지훈 인터뷰
영화 암수살인 주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주지훈이 이제껏 보인 적 없던 소름 끼치는 광기를 뿜어냈다. 이 낯설고 기묘한 이질감을 그는 매우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듯했다.

주지훈이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제작 필름295)에서 살인마 강태오가 됐다. 강태오란 인물을 살펴보면, 여자 친구 살해 혐의로 수감된 감옥에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형사에 제가 저지른 또 다른 살인 행각들로 거래를 제시하는 비정상적인 뻔뻔함은 약과다. 심기를 거스르면 번뜩이는 살기를 내비치고 순식간에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포악함, 허세를 부리며 거들먹거리다가도 공권력을 손바닥 뒤집듯 역이용하는 지능적인 모습까지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주지훈은 강태오의 예측 불가능한 감정선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거친 사투리, 삭발 차림과 걸음걸이만으로도 두려움을 자아냈다. 이쯤 되면 파격 변신을 넘어선 이미지 파괴다. 그런데 이를 감쪽같이 소화해낸 걸 보면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실상은 "그런 말이 듣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제 연기 칭찬에 으쓱해하는 장난기 가득한 주지훈이다. 처음으로 온전한 악역을 맡는 데다 사이코패스란 진단마저도 어려운 감정 불가의 살인마라니 꺼려질 법 한데 오히려 그는 배역을 맡게 돼 고마웠단다.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은 '아수라' 속 주지훈이 연기한 선과 악의 경계에 놓인 형사 문선모 캐릭터를 본 후 "태오를 찾았다"며 캐스팅 제의를 해왔다. 배우의 어느 단면을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 것인 만큼, 배우에게 영광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주지훈도 그런 의미에서 기뻤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런 기회를 얻게 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막상 대본으로 접한 살인마 강태오에 대한 감상은 공포와 수반되는 무기력감이었다. 일상 공간에서 너무도 우발적이고 서슴없이 살인 행위를 벌이는 인물을 보며 섬뜩한 충격을 느낀 그였다.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더라. 정말 위험한 인물이었다. 이런 미치광이가 돌아다니면 막을 수도 없지 않나. 정말 무서웠다"는 그는 이런 인물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이 볼 땐 미쳐 날뛰는 인물 같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대사 한 문장을 하더라도 고개의 각도마저 세밀하게 계산해야 했다.

강태오 특유의 걸음걸이를 만든 것도 그래서다. 주지훈은 "강태오의 느낌은 나태하면서도 세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런 성향을 담았다. 감독님께 미리 보여 드리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마음에 드신다고 하더라"고 비화를 털어놨다. 선글라스 소품 역시 더 큰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설정인지, 사람을 일곱 죽였어도 감옥에선 잡범 취급을 당하는 인물이 지지 않으려 하는 설정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삭발 감행도 그의 아이디어다. 감독이 차마 삭발을 얘기하지 못할 때, 주지훈이 선뜻 나서 삭발이 어울리겠다며 아이디어를 냈다. 소싯적 꽃미남 타이틀을 단 배우의 삭발, 죄수복 비주얼은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주지훈은 "삭발한 모습을 봤을 때 우리 아버지 어린 시절 모습과 똑같아서 놀랐다"며 엉뚱한 소리로 웃음을 자아내고, "'신과함께2' 해원맥으로 멋있는 걸 다 해봤기에 괜찮다"고 개구지게 웃어 보였다.

오죽하면 실화 사건의 형사가 촬영장에 왔을 때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똑같다며 놀라워했단다. 주지훈은 "이걸 좋아해야 하나 싶었다"고 이내 익살이었다. 하지만 강태오가 되려 노력함에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은 계속됐다. 이를테면 살인을 저지른 뒤 세차를 맡기고선 아무렇지 않게 배고프다고 말하며 밥을 먹는 신이다. 주지훈은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정신질환인 거다. 기술적으론 할 수 있는데 연기는 내가 이해하고 해야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계속 '미친놈'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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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의 상식과 범주를 벗어난 행동들을 하는 강태오였기에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장면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고 쉼 없는 의논 과정을 거쳤다. 이런 과정들이 "마치 첫 작품 찍을 때 느낌 같았다"는 그는 "그래도 제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언제 또 김윤석 선배를 가지고 놀겠나. 이런 기회는 다시없다"며 유쾌한 너스레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강태오는 암수살인 단서를 알려주는 대가로 형사에 영치금부터 갖가지 요구사항을 내밀고 진술마저 이랬다 저랬다 뒤엎으며 치 떨리는 뻔뻔함을 보여준다.

실제론 김윤석에 대해 애정이 가득한 그였다. 주지훈은 "사실 처음엔 너무 무서웠다. 다층적인 캐릭터고 연기적으로 뛰어놀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인물이었다. 오프로드처럼 울퉁불퉁해서 재밌겠단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너무너무 무서웠다. 부산 사투리라는 높은 장벽도 넘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나 싶었을 때 김윤석 선배가 먼저 캐스팅됐단 이야기를 듣고 비빌 언덕이 있겠단 생각을 했다"며 "역시나 큰 도움이 되어주셨다. 제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이 단단한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안정되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평가 자체가 무의미한 선배들은 이유가 있다. 함께 할 때 너무 단단하고 확실하면 무섭고 불편할만한데 오히려 매우 편하고 정말 좋았다. 참 엄청난 내공을 지니신 거다"라며 존경을 표했다.

결과적으론 '암수살인'을 할 수 있어 행운이었고 배우로서 제게도 도움이 됐단 주지훈이다. 무엇보다 '암수살인'이 내포한 메시지가 좋았단다. 그 흔한 액션과 추격전 없이 심리적인 긴장감만으로 스릴러를 이끌어간다는 점, 그러면서도 형사와 살인범의 관계에서 확장돼 자신의 본분을 굳건히 지키는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이들의 존재로 사회가 정화되며 돌아가는 것이란 묵직한 울림을 전해줘서 좋았던 것이다. 이처럼 작품의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위해서는 제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고 파괴될지라도 기꺼이 응하는 배우 주지훈이다.

늘 거침없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그의 자세는 여전히 한결같다. 그의 최근 필모그래피만 봐도 '신과함께' 시리즈 속 천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저승차사 해원맥부터 '공작'의 날카로운 북한 간부, '암수살인' 속 감정 불능 살인마까지. 장르와 인물 면면이 이토록 변화무쌍할 수가 없다. 쉼 없는 다작으로 최근엔 응급실 신세도 졌다지만, 그럼에도 주지훈은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이고 어릴 때부터 함께 연기하고 싶던 선배들이 포진돼 있으니 악마의 유혹처럼 안 할 수가 없는 거다"라며 씩씩하게 답했다. 아직 젊기에 재밌고 즐겁다며, 배우들에겐 대본이 들어올 때가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는 그에게선 열정과 긍정의 기운이 가득했다.

"언제나 감사히,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지훈은 대중에게 자신이 친숙한 배우로 여겨졌으면 한단다. "저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언제 봐도 반가운 배우"이고 싶단 그는 이미 그 바람을 이룬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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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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