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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김윤석, 목마름을 채우다 [인터뷰]
2018. 09.20(목) 15:53
영화 암수살인 김윤석 인터뷰
영화 암수살인 김윤석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김윤석은 무심한 듯해도 다정한 속내가 있다. 이는 그의 작품 색에도 간간히 묻어 나오곤 한다. 물론 필모그래피만 보면 다채롭기 이를데 없지만, 유독 몇몇 작품에선 아무도 몰라주고 보상도 없지만 제 본분을 지키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존재로 여운을 남겼다. '추격자'의 중호가 그랬고,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도 그러했으며,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피해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 '암수살인' 속 형사 김형민도 그 궤를 같이한다.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김윤석 본연의 성정에는 항상 따뜻한 인간미가 넘쳤다.

'암수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사건을 뜻한다. 동명 영화는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암수범죄를 바탕으로 한다. 김윤석은 살인 혐의를 받고 수감 중인 강태오(주지훈)로부터 추가 살인 자백을 듣고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형민 역을 맡았다.

형민은 기존의 범죄물에서 흔히 보던 형사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다. 재벌 아버지를 둔 부유한 인물이며 재정적 여유가 넘쳐 고급 차량과 옷차림을 고수한다. 침착하고 지성적인 인물로 마약 수사대 출신이지만, 살인마의 살인 자백을 들은 후 자발적으로 현장 일선에서 뛴다. 살인마의 뻔뻔한 행위나 조롱을 들으면서도 그저 기가 차 헛웃음을 짓고 만다. 분노와 허망함이란 극적인 감정선을 드러내는 법도 고요하다. 그럼에도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은 삭이고 삭여 담아내는 그 내면의 감정에 동화되기 때문일 터.

그도 그럴 것이 김윤석은 실적도 되지 않는 무모한 수사를 강행하다 내리 좌천을 당할지라도, 암수범죄의 실체가 없어 살인마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지라도, 오히려 "세상에 나 하나만 바보 되면 얼마나 다행이냐"며 피해 사실이 없길 바라는 인간적인 형사 형민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이 캐릭터가 사건을 대하는 방법, 범인을 대하는 태도 등이 여느 형사물에서 보기 힘든 것이기에 더 매력적이었다"는 김윤석은 늘 이런 캐릭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말하길 영화계에서 범죄 수사물이란 장르는 굉장히 쉽게 그릴 수 있는 소재다. 주인공이 악전고투 끝에 이기며 정의가 승리하고, 이 과정에서 오락물로서의 통쾌한 액션을 넣어 가미하면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다. "성공하는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런 요소들은 유혹적인 클리셰"지만, '암수살인'은 현실적이면서도 살인마와의 두뇌 싸움, 밀도 어린 심리전만으로 승부한다는 점에 매료된 것이다.

김윤석은 비슷한 예로 형사 콜롬보를 꼽았다. "콜롬보는 그 흔한 총 하나 없다. 오래된 트렌치코트 차림에 액션 하나 없이 볼펜 하나, 수첩 하나 들고 다닌다. 그런데도 어릴 때 손에 땀을 쥐고 봤다. 이는 드라마의 밀도가 높고 완성도가 있다면 상업적 조미료 없이도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란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본질에 닿는 과정이 어렵고 만들기도 힘들기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주저하는 것이라고. 그는 이런 형사물이 한 번은 나와야 하지 않나 갈증이 있던 찰나였다. 그렇기에 장르의 통념을 깨고 피해자를 역추적하며 사건의 추리와 해결에 초점을 둔 '암수살인'이란 시나리오가 제게 찾아온 것은 "저에게도 행운이며 바라 왔던 작품"이라는 그였다.

그동안 형사 역할은 종종 연기했지만 이처럼 "올곧게 범인이랑 대처하는 건 처음"이란 김윤석은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도 김형민 형사의 절제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의 미덕은 느리더라도 절대 단서를 놓치지 않는 점에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효력이 없음을 알아도 이를 밝혀내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마인드가 그가 지닌 매력"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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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겐 쉬이 드러나지 않는 형민의 심경까지도 그는 깊이 헤아렸다. 이를테면 극 중 현민이 경찰의 증거 조작 사실을 밝혀내 강태오의 살인죄 형량이 감형된 순간부터 이 사건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강태오가 미끼를 던진 살인자백 게임을 알면서도 발을 빼지 않았다. 7개의 암수범죄 자백들이 살인자의 비뚤어진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거짓말일지라도, 이 중 하나만 진실이어도 은폐된 살인사건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김윤석은 살인마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화를 유지하며 끝까지 중심을 잡는 인물의 감정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김형민이 두려운 것은 강태오가 아니다. 그가 입을 닫아버릴까 봐 두려운 거다. 그래서 조절하고 참고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강태오가 지나가는 말로 진실의 한 조각을 털어놓는다면 이를 갖고 퍼즐을 맞춰야 되니까 계속 그 간극을 좁히고 벌리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런 이지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지점들이 기존의 형사 캐릭터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낯설고 신선한 요소였다. 특히 보는 이들엔 치가 떨리고 몸서리 쳐지는 강태오의 가증스러운 행위들에도 한결같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형민의 모습이 유독 인상 깊었다. 김윤석은 "이미 형민이란 캐릭터의 마음속에 정리가 되어 있기에 그 사람은 어떤 하이라이트에서도 절제돼 있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히려 강태오보다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변론에 울컥했었다며 "과잉 수사로 몰아가기 위해 형민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나. 실제라면 아주 속이 뒤집어졌을 것"이란다.

실화 속 형사도 촬영 현장에 두어 번 찾아왔었지만, 늘 아무 말 없이 가만히 현장을 보다 돌아가곤 했다며. 그는 "파출소 순경으로 좌천된 극 중 설정도 실제였다. 이 영화가 그분께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 인사만 했고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인상은 확실히 쉽게 흔들릴 것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끈기가 보였다"고 했다. 그렇게 회상하는 김윤석에게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묵묵히 집념을 발휘하는 형사, 실존하는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던 것에 대한 영광과 감사의 마음이 엿보였다.

"항상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늘 기대한다"는 김윤석은 "그래야 인간을 보는 시각이나 세상을 보는 시각도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상 그 누구도 관심없던 범죄 사건 속 피해자를 찾기 위해 애쓰는 형사 형민에 매료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겠다. 그가 인물을 통해 담아낸 것은 주변과 사회에 무관심한, 극도로 이기적인 개인주의 실적 사회에서 은폐되는 피해자들이 없길 바라는 연민과 공감이었다. 비록 카타르시스적 쾌감보다 여운이 깊이 남는 영화지만, 명확한 본질과 목적을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라며 '암수살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의 모습이 참 따뜻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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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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