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이종석 감독, 긴 담금질 끝에 얻은 소중한 것 [인터뷰]
2018. 09.20(목) 15:55
협상 이종석 감독
협상 이종석 감독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긴 담금질 끝에 데뷔라는 달콤함을 맛본 이종석 감독은 작품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잘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로 꾸준히 관객들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꺼내놓은 작품이 '협상'이었다.

'협상'(감독 이종석·제작 JK필름)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영화 '국제시장' 조감독과 '히말라야' 각색 등 긴 시간 충무로에서 내공을 다져온 이종석 감독은 '협상'이라는 작품을 만나 첫 데뷔를 했다. 준비 시간이 길었던 만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던 그는 흔쾌히 '협상'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소재가 중심이라는 점과 협상가와 인질범이 펼치는 '밀당'으로 극을 끌어간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돌입을 하고 나서는 또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이걸 긴장감 있게 두 시간 동안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는 부담감을 느낀 이종석 감독이다.

특히 "중심 캐릭터도 두 명뿐이고, 모니터실이라는 공간도 한정적이지 않나"라는 어려움을 토로한 이종석 감독이지만, "개인적으로 힘들면 힘들수록 더 하고 싶어 지더라.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하지 않나. 내겐 도전이었다"라며 신인 감독다운 패기를 보여줬다.

이종석 감독은 먼저 모니터실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다채롭게 보여주며 지루함을 상쇄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에 이종석 감독은 민태구의 공간에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느낌을, 하채윤의 공간은 넓고 깨끗하지만 어디에도 숨을 수 없는 열린 느낌을 주기 위해 애를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로 하채윤의 모니터실은 유리를 많이 사용했다. 그것 때문에 촬영 도중 스태프들이 유리에 비쳐 그것을 막느라 고생을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하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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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색에 대한 이미지를 반대로 활용해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는 "민태구는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지만, 그의 협상실에는 오히려 붉은색을 가미해 역설적인 느낌을 줬다"라며 "하채윤에게도 파란색을 넣어 반전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공간처럼 시간이 지나고 사건이 베일을 벗으면서 인물들 역시 보이지 않았던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종석 감독은 "처음 알게 된 것이 나중에는 달라지기를 원했다. 장소나 컷 구성은 물론, 배우들 역시 이런 연기를 안 해본 배우들과 해보고 싶었다"라며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이종석 감독은 낯선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원 생중계 촬영이라는 새로운 방식까지 도입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난색을 표했지만, 이종석 감독은 "그들은 모두 해보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산가족을 찾는 방송을 담을 때 이원 생중계로 촬영한 적이 있다. 그때 훨씬 날것의 감정이 담겼다"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종석 감독의 이 같은 확신은 주변인들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작품에 대해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을 한 만큼 누구보다 자신 있었단 그였지만 감독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훌륭한 영화가 완성될 수 없다는 굳은 소신을 가진 이종석 감독이었다.

감독으로서는 첫 발을 내디딘 그였지만 "감독은 권위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떠받들어야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영화를 끌고 가는 사람이니 존중을 해줘야 한다. 감독이 무슨 신이 아니라 다 알 수가 없다"는 뚜렷한 소신을 털어놨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는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감독은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를 각 분야의 스태프들이 구현을 해주는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종석 감독은 모든 스태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들을 훌륭하게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우리 영화가 특히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이었다. 쉬는 날에도 헌팅을 다닐 만큼 빠듯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한 이종석 감독은 최근 뒤풀이를 하며 웃는 스태프들을 보고서야 영화가 완성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물론 누구보다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했기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배우 분들이나 나를 믿고 촬영 해준 촬영 감독, 스태프들 모두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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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부터 수많은 위기를 넘으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낸 이종석 감독은 앞으로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찾고 싶다고 했다. 특히 사회나 사람에 대한 시선 등 뭔가를 담고 있는 영화들을 찾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협상'에도 이종석 감독의 바람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밀고 당기는 협상 과정에서 상류층의 비리를 폭로하며 사회 문제로 판을 키우는 과정 역시 이종석 감독의 선호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했다고. 또한 "영화 속 하채윤은 계속 민태구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지 않나.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본심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나 이외에 타인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을 담은 영화라야 할 것 같다. 내공이 쌓인다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무언가를 담고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처럼 진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종석 감독이었기에 그가 보여줄 다음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를 모은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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