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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김선영, 배우의 숙명을 따라 [인터뷰]
2018. 09.23(일) 12:29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김선영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김선영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소묘 스케치를 하듯 섬세하게 쌓아 올린 감정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 뮤지컬 배우 김선영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쌓아 올리며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김선영을 만났다.

지난달 11일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연출 김태형)는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여인 프란체스카와 사진 촬영을 위해 마을에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이룰 수 없는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김선영은 주인공 프란체스카 역을 맡았다.

김선영은 뮤지컬 계에서 '여왕'으로 불리며 독보적인 위치에 선 배우다. 지난 1999년 데뷔해 어느덧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해오며 '에비타' '미스 사이공'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위키드' 등 유명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런 '여왕'에게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도전의 연속이었고, 매 순간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단다.

김선영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자신의 만남이 운명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서른 살, 뮤지컬 '신행진, 와이키키'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원작 영화를 처음 보았고, 세월이 지나도 영화 속 풍경이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아 잊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뮤지컬을 통해 다시 작품을 만났을 때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작이 지닌 서정적인 정서를 무대 위에서 오롯이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김선영이 연기하는 프란체스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에서 미군 남편과의 결혼을 동아줄 삼아 미국으로 온 중년의 이민자로, 주부의 일상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 마주친 로버트와 사랑을 나누며 잃었던 '나'를 되찾게 되는 인물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가정을 꾸린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다 보니, '불륜'이라는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때때로 배우에게 큰 숙제가 되기도 했다. 김선영은 프란체스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막연한 감정만 가지고는 이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었다. 나흘 간의 짧은 시간 동안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를 밀어붙인 힘이 무엇이었을지, 그럭저럭 그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엄마이자 아내 프란체스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그다.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고, 그 사랑을 알게 되고,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어찌 보면 프란체스카에게는 이 사랑이 큰 사고예요. 사고처럼 찾아온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일상이 깨지고, 애써 묻어뒀던 과거의 기억들이 들춰지는 혼란을 겪잖아요. 비록 로버트라는 남자가 혼란을 몰고 오지만, 그 혼란를 통해 지나간 삶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고, 결국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 해답을 얻는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김선영은 이를 위해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감정선을 쌓아가는 작업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했다. 두 주인공이 우연히 첫 만남을 가지고,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 서로에게 이끌리고, 농담을 자연스레 주고받다가 어느새 사랑에 빠지는 변화를 서서히,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자연스레 그려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아직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벌써 한 달 정도 공연을 했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어쩌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완성을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라며 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선을 따라 달라지는 관객들의 반응은 배우로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란다. 김선영은 "어떤 날에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나고, 어떤 날에는 웃음 포인트가 되는 장면에서 객석이 놀랍도록 차분하기도 하다. 분명히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슬픈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 한 분, 한 분이 안고 있는 희로애락이 모두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런 재미들이 무대에 서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매 순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라는 김선영. 그는 자신의 숙명을 따라 오랜 세월 무대 위를 지켰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후배 배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유일무이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세 살 배기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장소가 어디이건, 나이를 얼마나 먹던, 연기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한계 없이 끝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에게는 무대 위와 아래가 즐거운 도전의 연속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제 삶을 성실하게 잘 살고 있으면 누군가는 날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때로는 후배가 내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좋다는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고, 그럴 때면 '내가 열심히 잘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죠. 내가 이 삶을 '버티는' 과정이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저절로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그러다 보면 계속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멋지게 느껴지죠. 고되고 힘들겠지만 여한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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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김선영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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