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댁·우진 어머니, 이정은이라 다행이다 [인터뷰]
2018. 10.12(금)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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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공손히 일어나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인터뷰의 시작을 알린 이정은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확고히 했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작품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까지 엿보게 하는 배우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두 작품 케이블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극본 양희승·연출 이상엽)에는 모두 이정은이 자리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고애신(김태리)을 보좌하는 든든한 오른팔이자 유모 함안댁으로, ‘아는 와이프’에서는 치매를 앓는 서우진(한지민)의 엄마로 분한 이정은은 각각의 작품에서 모두 현실적인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전파를 탔음에도 함안댁과 우진母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극에 자리한 인물을 확연히 다르게 분리시켜 보여줄 수 있었던 데는 이정은이라는 배우, 그의 연기가 가진 힘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정은은 “다르게 연기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작가님들의 역량이 큰 것”이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제 몸을 재료로 쓰니까 물론 양념이 있다”면서도, 작가들이 글에 녹인 애정이 캐릭터를 더욱 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은이 작품에 임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올바르게 전달할 것인가’와 ‘이 인물이 지금 누구와 관계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함안댁으로서 자리할 땐 고애신(김태리)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는 “애신이는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부모 역할을 해줄 사람은 함안댁과 행랑아범(신정근) 둘 뿐이다. 노비제가 폐지 됐음에도 계속 남아있는 자들이다. 충직함과 애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남아있던 거라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진의 어머니로 ‘아는 와이프’에 자리할 땐 대중이 ‘치매’에 대한 부정적 접근을 하는 것을 최소화 하고자 했다. 서우진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컸지만,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부터 더욱 예민해지고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심각한 문제이지만, 극 중 우진의 어머니는 시청자들이 캐릭터와 치매에 거리를 두지 않고 애정을 갖고 볼 수 있게끔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에 대해 이정은은 “우진이는 생활에 찌들어있지만, 우진 엄마는 행복한 기억만 꺼내 놀이동산 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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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댁이 보여주는 인물 간 관계성에 집중한 ‘미스터 션샤인’부터 치매에 걸린 우진 어머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보여준 ‘아는 와이프’까지. 이정은은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내며 올해 유난히 많은 주목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정은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배우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덧 이 사람은 이런 옷을 즐겨 입는 구나, 신발은 좀 닳았네, 이 사람은 지금 척추가 아픈 가보다 등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살피고 관찰하는 일이 습관이 된 28년 차 배우였다.

이정은은 사람을 관찰하는 눈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대중의 눈높이가 달라져가는 것까지도 캐치해 내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넷플릭스의 플랫폼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또한 받아들였다. 환경은 달라졌지만, 배우로서 갖는 마음가짐은 여전하다. “금액과 상관없이 이야기가 재밌다면 플랫폼과 관계없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미드, 영드 안 보시는 분들 드물고 나아가 중국, 일본 드라마 보시는 분들도 있다. 기호들이 다양해졌는데 저희도 그에 맞추려면 좋은 이야기를 간단하고 쉽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정은은 영화 ‘카트’, 드라마 ‘송곳’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내준 작품에도 다수 출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이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가 사회적 불이익을 많이 당한 건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경험에서 나오는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며 해당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작품에 대해 말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인생이 재밌어야한다”는 이정은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즐겁지 않으면 관둬야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스트레스가 쌓이고 머리가 빠질 때도 있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다는 점이 그에겐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고, 그 호기심은 이정은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동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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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언론에 노출 되는 직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영향력을 바르게 쓰고자 하기도 했다. 자신이 작품을 통해 하고 있는 이야기에 너무 거리를 두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그는 “배우는 연기를 할 때만 배우인 거다. 가방 하나 딱 들고 지하철 타고 일터에 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게 좋다. 가끔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 대중이 제게 호감을 가지고 옆집 사람처럼 친절하게 맞아주시는데, 역할이 주는 친근함 덕인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너무 스타면 거리를 다니기 힘들 거다. 저는 앞으로도 적당한 정도의 유명세만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너스레도 잊지 않아 웃음을 안겼다.

이정은은 그저 계속 연기를 하는 연기자로 남고자 한다. 그는 “당연히 눈에 띄는 배역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종종 뒤에서 비질 하나를 하는데 열중해 하는 배우들이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며 자신은 흥행이 되는 작품들이 많아 운이 좋게 눈에 띌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이정은은 “어쨌든 제가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있으니, TV 보시다가 취향이 아니더라도 잠깐씩 채널을 멈춰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러다 제 옆 배우가 좋으면 그 친구의 팬이 되셔도 좋다. 사랑은 나눠가져야 한다”며 배우로서의 소소한 바람을 남기며 마지막까지 유쾌한 웃음을 유발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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