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아이들' 상처를 품은 사랑, 초월적인 힘의 여운 [씨네뷰]
2018. 10.31(수) 09:00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폴란드로 간 아이들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쟁 고아들의 실화를 조명하며 그 안에서 피어난 사랑의 가치를 일깨운다. 실존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드러난 인류애의 역사는 과거에 멈춘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이기에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감독 추상미·제작 보아스필름)은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 그 위대한 사랑을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나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배우 추상미가 감독으로 선보이는 첫 장편작으로 그는 연출은 물론 기획, 편집, 출연까지 모두 소화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추상미가 극영화 '그루터기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프리뷰 작품이다. 영화는 그가 전쟁고아인 김귀덕을 주제로 '그루터기들'을 만들게 된 계기와 배우로 출연할 탈북민 아이들을 캐스팅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추상미가 김귀덕의 친구 역할로 캐스팅한 탈북민 이송에게 함께 폴란드로 갈 것을 제안, 당시 전쟁고아들을 돌본 선생님들과 만나 과거의 흔적을 찾으며 본격적인 전개에 돌입한다.

영화는 상처의 연대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두 갈래의 이야기를 병합한다. 과거 전쟁고아들과 폴란드 선생님들 간의 유대를 조명하는 것과 현재의 탈북 소녀 이송이 내면의 상처와 갈등을 해소해가는 모습이 그것이다. 폴란드 선생님들 역시 전쟁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만큼 한국전쟁 고아들을 보며 강한 동질감을 느꼈고, 모성애를 기반으로 이들을 돌봤다. 전쟁고아들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들의 따뜻함은 현재에 이르러 탈북민 이송의 생채기 난 마음까지 보듬는다. 이처럼 영화는 상처의 연대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대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가치를 강조한다.

영화의 톤 역시 두 가지 색을 띤다. 추상미가 이송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그와 가까워지는 과정은 드라마적으로 표현돼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지닌다. 밝은 성격 뒤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송과 극영화를 촬영하기 전 마음의 빗장이 풀리길 바라는 추상미의 모습이 어우러져 하나의 드라마를 구성한다. 두 사람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여행을 즐기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은 경직될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흐름에 쉼표 역할을 한다. 특히 말미에 이르러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고 손을 맞잡는 이들의 모습은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넘어 인류애를 떠올리게 하는 유의미한 장면으로 완성돼 감동을 안긴다.

반면 전쟁고아들을 보살핀 폴란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충실해 담담하게 그리고 한껏 묵직하게 표현된다. 실존해 있는 폴란드 교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고아들과의 첫 만남부터 이들이 유대를 쌓아간 과정이 사실적이고 진솔하게 전해진다. 더불어 함께 생활했던 장소인 프와코비체와 아이들이 북송된 후 보내온 편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뜨거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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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서는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애라는 본연의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영화에서는 북한의 사상교육, 천리마운동 등이 언급된다.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송환된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는 힘겨운 삶과 폴란드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영화는 사상이나 체제 자체를 비판하거나 이를 통해 주관적인 메시지를 강요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겪을 내면의 아픔과 갈등을 걱정하고 그들을 그리워하는 폴란드 선생님들을 통해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끈끈한 연대를 강조할 뿐이다.

실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북송된 아이들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는 선생님들을 여러 차례 비추며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우리를 엄마라고 불렀다" "이별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몸을 아프게 해서 가지 않으려 했다"며 가슴 아파하는 이들의 모습은 국경과 이념, 사상, 시대를 초월한 인류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된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는 프와코비체 양육원 원장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조건 없이 상처를 감싼 위대한 사랑의 힘을 대변한다.

다만 영화는 한국전쟁 고아들의 실상과 함께 추상미와 이송의 드라마까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가려고 하는 바, 그 간극에 어색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병합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 초반부 몰입이 방해를 받는 지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해 현재에 닿게 하는 통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실화를 통해 감동 그 이상의 먹먹한 여운을 빚어내고자 한 추상미 감독의 가치 있는 도전작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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