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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단점 내보이니 사랑스럽다 평가, 다행이요" [인터뷰]
2018. 11.24(토) 13:30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 인터뷰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내 뒤에 테리우스'가 2018년 MBC 미니시리즈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성공의 중심에는 배우 정인선이 있었다. 22년 연기 경력을 무기 삼아 대중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놓은 그를 만났다.

지난 15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극본 오지영·연출 박상훈)는 남편이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죽임을 당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첩보전에 얽히게 된 쌍둥이 엄마 고애린, 앞집 여자 고애린과 우연히 얽히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정체를 드러낸 전설의 블랙요원, 코드명 테리우스 김본(소지섭)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다. 정인선은 고애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인선에게 '내 뒤에 테리우스'는 부담이 큰 도전이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라는 작품의 크기도, 주인공인 역할의 크기도, 상대 배우가 소지섭이라는 사실도, 모든 요소가 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대본을 본 이후에는 모든 고민을 덮어놓고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작품 내내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는 고애린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긴 탓이었단다.

고애린은 여섯 살 쌍둥이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모든 경력이 단절된 주부로 등장한다. 극 초반 남편의 죽음을 맞은 후 생계를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던 주부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되찾고 당당하게 홀로 선 사회인의 모습을 되찾는다. 정인선은 "고애린은 작품 속에서 가장 성격의 격차가 크고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자 어려운 도전일걸 알면서도 사족을 쓸 수가 없었다"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각오를 다지고 뛰어들었지만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작품 외적인 요소들보다는 고애린 캐릭터를 향한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옭아맸다고 했다. 정인선은 "제작발표회 직전까지 체한 것 같은 마음으로 울었다"며 "극 초반에 우는 신이 많기도 했지만, 촬영장에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는데도 집에 가면 또 눈물이 나더라. 누구 하나 그런 나를 따끔히 혼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다들 '정말 잘하고 있다'며 따뜻한 격려만 해주셨다. 정작 평가하시는 분들은 시청자인데, 첫 방송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더라. 딱 시작하니까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놓였다"며 당시의 속내를 털어놨다.

정인선은 "시청자 분들 중에는 6년 차 엄마도, 쌍둥이 엄마도 많을 텐데 그분들 눈에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가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배우를 직업으로 삼은 이상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을 표현하는 것은 늘 해오던 일이었다. 하지만 두 쌍둥이 엄마인 와중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아픔도 보여줘야 하고, 남편이 죽어서 느끼는 고통까지 표현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초반부에 몰아쳤다"며 "고애린이 시청자들을 상상의 나래로 안내할 첫 번째 주자였고, 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아야 드라마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더욱 큰 부담감에 잠식됐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점을 가리기 위해 메이크업을 하는데, 연극 무대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부각해서 분장하면 외려 캐릭터가 살아난다고 배웠던 기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그 말들이 자꾸만 생각나더라고요. 그렇다면 기꺼이 제 단점을 다 꺼내보자 싶었어요. 그 나이대 엄마로서의 제스처, 목소리 톤, 추임새 까지 많은 걸 준비했고 표정도 마음껏 쓰며 연기했죠. 그렇게 캐릭터를 빚어나가는 순간에서 희열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고애린은 정인선의 연기 스펙트럼이 또 한 차례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하며 연기를 하려 했던 과거 내 모습을 깨고, 한 꺼풀을 벗고 나를 내려놓고 나니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나도 내 외형과 첫인상을 이용해 사랑스러운 역할, 밝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역 시절부터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생긴 계산하며 연기하는 습관을 떨쳐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처럼 고뇌 끝에 빚어낸 고애린 캐릭터는 끝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조상신들이 도와주셨는지, 아니면 몇 년 치 운을 끌어다 쓴 건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시선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정인선은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도 시청자들이 내가 주연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신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고애린으로서 많은 분들이 받아들여주신 덕분에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겸손한 인사를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를 통해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전작인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만 해도 이름 앞에 '폭풍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번 작품부터는 성인 연기자로 안착을 한 것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기쁜 마음도 슬쩍 드러냈다. 어느덧 20대 후반, 데뷔 23년 차 배우가 된 그는 "그저 내게 어울리는 작품, 즐거울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언제고 연기를 하고 싶다.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마냥 연기가 좋다"는 이 배우의 30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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