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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타인', 노력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한다 [씨네뷰]
2018. 11.27(화)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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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관계에서의 고통은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이해해 왔다고 하는 착각에서 온다. 그 누구도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야 타인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가늠만 할 뿐이지. 소설가 김연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엔 유년시절을 함께 보내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인 네 명의 동갑내기 친구들, 태수(유해진)와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가 등장한다.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나름 까닭 있는 신뢰와 확신은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이 시작한 휴대폰 게임으로 완전히 산산조각 난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각자의 휴대폰을 통해 무심코 전달되는 정보들이 하나같이 개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마음이자 진실들로, 낯익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흡사 낯선 사람들로 만들기 충분한 것들이었던 까닭이다.

서로의 휴대폰을 온전히 공유한다, 오늘의 우리에게 이만큼 자극적인 상황이 또 있을까. 겨우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기계이지만 우리의 순간순간의 족적들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내밀한 속내를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휴대폰 게임이란 소재를 들었을 때 으레 자극적인 상황이나 이야기 전개를 상상하기 마련인데,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비밀스런 내면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게 바로 자극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완벽한 타인’의 흥미로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통제력을 벗어나 전달되는 정보들은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고 만다. 겉으로 보기에 부족한 것 하나 없이 보이는 석호와 예진 부부는 실은 애정의 문제를 겪고 있고,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태수를 묵묵히 참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수현(염정아)은 과거 연인 시절에 받았던 사랑을 붙들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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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 짝 만난 듯했던 준모와 세경(송하윤), 알고 보니 제 짝을 만났다 믿고 있던 것이었고, 서로 잘 안다던 네 친구들은 영배(윤경호)가 왜 이혼을 해야 했는지,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서 왜 친구들 모임에 데려오지 못하는지, 알아채지도, 감히 가늠하지도 못했다. 본인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모양만을 그 사람이라 믿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다른 모양을 드러낸 대상은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아닌, 낯선 사람일 뿐이었던 것.

모든 관계의 고통은 가까운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오해에서 시작된다. 나의 영혼과, 삶과 붙어 있다 여겼던 그 사람이 나와는 다른 존재, 낯선 존재란 사실을 자각했을 때 몰려오는 차갑고 얼얼한 고독감, 이 지독한 상처를 견뎌 내기 위해 감추어야 할 또 다른 낯선 것들, 비밀들을 만들어내는데 운이 나쁜 경우(혹은 좋은 경우)엔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고통이니 감당하며 스스로를, 서로를 기만한 채 살아가야 하는 수밖에 없을까. 석호는 말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래.” 그렇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를까, 의 고통 어린 반문이 아닌, 우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이었구나, 라는 인정과 받아들임에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며, 여기서 더 깊고 넓은 사랑의 단계를 맞닥뜨릴 수도 있단 이야기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감추어진 비밀을 드러내느냐, 마느냐가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임을 깨닫고 인정할 때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첫머리에 두었던 김연수의 말을 이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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