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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이 설정다워질 때, 드라마 ‘나인룸’ [TV공감]
2018. 11.30(금) 13:00
나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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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형수와 변호사의 영혼이 바뀐다는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는 작가의 강력한 설정이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누명을 쓰고 죽게 생긴 사형수의 사연 따위 과연 누가 진정성 어린 눈빛으로 들어주었겠나. 게다가 해당 변호사는 자신의 삶과 성공만을 보며 달려온 인물이다. 때 아닌 따뜻한 인정을 발휘할 겨를이란 없다.

즉, 굳이 이런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설정을 두면서까지 사형수와 변호사를 연결시킨 부분에서 우리는 tvN 드라마 ‘나인룸’(연출 지영수 극본 정성희)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맞닥뜨린다. 그가 어떤 찬란한 순간을 살았더라도 포털사이트에 단 몇 줄로 요약되어 기록되는 유명 인물의 삶(그의 실제 삶은 몇 줄 밖에 존재한다만)처럼 사람들에게 희대의 악녀라 한줄 평을 받는 어떤 이에게도 실은 우리가 알지 못할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문제는 서로가 서로의 삶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가 아무리 뛰어난 공감능력을 발휘한다 한들, 자신이 저지른 죄도 아닌 누명으로 옥에 갇힌 사형수로 살아온 장화사(김해숙)의 비참한 절망을, 출구 없는 좌절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둘의 영혼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을 터다.

그리하여 드라마는 운명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맞닥뜨린, 을지해이와 장화사의 영혼을 바꾸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순간에 사형수가 변호사의 삶에, 변호사가 사형수의 삶에 놓인 것이다. 물론 처음엔, 이 미치지 않고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아닌 현실 앞에, 공감이고 뭐고, 이해고 뭐고, 해이는 원래의 몸을 찾기 위해 발악할 뿐이었고 화사는 신이 자신에게 허락한 마지막 선물이라며 누명을 벗을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만.

서로의 몸을 공유하고 삶을 공유한다, 그 동기와 이유가 무엇이든 이 자체만으로도 둘 사이엔 깊은 연대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해이는 잠시나마 자신이 살아낸 화사와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진실을 믿게 된다. 변호사로서 쌓아온 명예와 부를 유지하고 늘려가는 데 도움 하나 되지 않을 일이라 여겼던 장화사의 재심 청구가 어느새 진심으로 자신의 일이 되고 있었다 할까.

“장화사씨가 사형수로 34년을 산 것은 바로 우리들 때문이고, 바로 나 때문이었으니까요.”

을지해이가 겪은 장화사의 삶과 영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욕망에 철저하게 배신당한 채 34년이란 오랜 시간을 잃어버렸음에도 여전히 사랑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그녀에게 판결을 내린 어떤 사람들의 것보다, 희대의 악녀라고 손가락질을 한 어떤 사람들의 것보다 무죄하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제는 장화사의 재심 청구가 패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재판장이 정의를 구현하는 곳이라면 장화사에게 무죄가 선고됨이 너무나 마땅하니까. 화사가 스쳐 지나간 해이의 삶 또한 방향이 바뀐다. 돈 있는 사람들을 변호하던 승률 100%의 변호사에서 아무런 힘이 없단 이유로 무고하게 형을 살고 있거나 살게 된 이들을 변호하는 재심승률 100%의 변호사로 변화된다.

결국 재앙으로만 느껴졌던 영혼의 바뀜은 해이에게도 화사처럼 신이 마지막으로 허락한 선물이었다. 영혼이 바뀌지 않았다면 절대 깨닫지 못할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알고 살아가게 되었으니 이처럼 큰 축복이 또 어디 있을까. 이를 가상으로 경험하고 깨닫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설정은 현실성이나 타당성의 정도를 떠나 전개될 이야기에서 진정성을 가질 때 본연의 명분을 획득하며 비로소 설정다워진다. ‘나인룸’은 이러한 설정이 가진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tvN ‘나인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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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나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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