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JK "저는 변한 게 없어요" [인터뷰]
2018. 12.04(화) 11:00
타이거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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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한국 힙합계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래퍼 타이거JK가 자신의 음악적 분신 드렁큰타이거와 결별했다. 20년 만의 일이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등 여러 히트곡으로 당시 10대 남성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드렁큰타이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원년멤버 DJ샤인이 탈퇴한 후 1인 그룹으로 드렁큰타이거를 지켜온 타이거JK는 막상 이별에 덤덤했다. 타이거JK는 "생각보다 요즘 화제성이 없다"고 20년 간 건재했던 드렁큰타이거를 겸손하게 평가했다. 다만 그는 "마지막 챕터라는 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을 발매한 소감을 밝혔다.

최근 타이거JK는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 앨범 '드렁큰 타이거 엑스 : 리버쓰 오브 타이거제이케이(Drunken Tiger X : Rebirth Of Tiger JK)'를 발매하며 드렁큰타이거의 활동 종료 소식을 알렸다. 드렁큰타이거로서 마지막 앨범인 만큼 타이거JK는 두 장의 CD로 나눠 무려 30곡을 수록했다. 말 그대로 앨범은 꽉 차있다.

CD1에는 오랜 팬들이 사랑해왔던 드렁큰타이거의 색깔이 짙은 힙합 음악이 담겼다. 타이거JK는 "코어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들이다. 짓궃고 지질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CD2에서는 변해가는 타이거JK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댄스 음악을 비롯해 힙합을 조금 비껴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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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음악이 충분한데도 타이거JK는 "원래는 CD가 네 장 정도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준비했던 곡들을 많이 뺐다"고 털어놨다. 마치 인심 좋은 맛집 사장의 마인드 같았다. 그만큼 드렁큰타이거를 오랫동안 사랑해줬던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타이거JK는 영어 가사로만 작업된 곡, 외국 아티스트와 작업한 곡, 멜로디가 듣기 쉬운 곡 등을 배제했다. 오로지 드렁큰타이거 팬들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예전 드렁큰타이거 감성을 살리기 위해 그런 곡들을 먼저 뺐다"고 이야기했다. 하드코어의 곡을 가지고 나와 공연을 통해 꾸준히 알리면 6개월 쯤 지나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드렁큰타이거의 흥행 공식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더욱 드렁큰타이거의 색깔이 강한 음악을 수록곡들로 선정했다.

이런 곡들을 통해 타이거JK가 드렁큰타이거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시간'이었다. 시간이라는 주제는 전면적으로 드러나있진 않지만, '타임리스(Timeless)' '이름만대면' 등 여러 곡들 속에 시간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 타이거JK는 "내가 미래에서 와서 미래의 문화를 심어놓은 것이라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시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타이거JK는 차트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유행에만 몰두하는 세태를 꼬집고자 했다.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곡 속에 암호처럼 숨겨놓는 방식을 택한 것도 드렁큰타이거다운 것이었다. 타이거JK는 "드렁큰타이거 팬들은 CD를 사서 가사집을 읽으면서 4개월 쯤 후에 '이거 이런 뜻일 것 같아'라며 암호 풀이하는 것에 빠졌던 세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와 오랜 팬들이 음악적으로 소통해왔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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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드렁큰타이거답게 만드는 데 빠질 수 없었던 사람은 아내인 윤미래다. 윤미래는 드렁큰타이거의 프로듀싱 팀 멤버로, 드렁큰타이거의 곡들을 다수 만들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렛 미 라이드(Let Me Ride)' '아이 러브 유 투(I Love You Too)' '거들먹' 등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타이거JK는 음악적 파트너로서의 윤미래에 대해 "서로 필요한 존재"라고 정의하며 오랜 시간 함께해준 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그룹 방탄소년단 RM, 래퍼 도끼, 데프콘, 가수 김종국, 하하 등 타이거JK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들이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에 참여해 화려함을 더했다. 드렁큰타이거가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멋있게 떠날 수 있도록 해준 동료들에게 타이거JK는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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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JK가 드렁큰타이거와의 결별을 선언한 올해는 공교롭게도 그의 데뷔 20주년이다. 그는 "친구한테 칭찬을 받았다. 20년을 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전에 같이 음악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생각해보라고 하더라"며 그간의 활동을 짧게나마 회상했다. "이제는 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됐다"는 그는 20년만에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20년이나 시간이 흘렀고, 드렁큰타이거와의 결별도 선언했지만, 타이거JK는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음악적으로 보여줬던 말장난이나 암호 숨겨 놓기 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드러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음원 차트에 맞춰진 음악 시장에서도 그는 자신이 팬들과 소통해왔던 방식을 고수해나갈 예정이다.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다.

"지금 제 목표는 '로컬스타(local star)'가 되자는 것이예요. 전라도 어느 시골이 됐든, 대전이 됐든, 울산이 됐든, 타이거JK CD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노래하려고요. 처음 타이거JK를 시작했을 때의 풍경을 만들면서 다닐 거예요. 저를 통해서 제 팬들이 다시 젊어질 수 있게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필굿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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