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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찬미', 연출은 엄지 척…신혜선은 '글쎄요' [이슈&톡]
2018. 12.05(수) 12:08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희대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빈곤한 서사와 빈약한 감정으로 휘발됐다. 하지만 걸출한 영상미는 남았다. 단막극이라는 말보다 TV시네마라는 수식어가 어울린 드라마 '사의찬미' 이야기다.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극본 조수진·연출 박수진)가 4일 밤 방송된 6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드라마는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 극작가인 김우진의 비극적인 사랑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김우진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 드라마다. 배우 신혜선과 이종석이 각각 윤심덕과 김우진 역으로 출연했다.

'조선 최초 소프라노이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장녀 윤심덕과 유부남 천재 극작가 김우진이 만나 열렬히 사랑했으나, 일본에서 돌아오는 관부선에서 바다에 뛰어들었다'. 실존 인물인 윤심덕과 김우진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사람들은 사랑 하나만 믿고 생에 끝자락에서 홀연히 사라진 청춘 남녀에게 열광했다.

나아가 이야기는 조선의 자유와 얼은 물론 백성들의 감정마저 말살당했던 암울한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는 물론 전통적인 결혼관에 저항한 천재 극작가와 소프라노의 로맨스로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이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됐다. 그중에서도 1991년 배우 장미희 주연의 영화 '사의찬미'가 큰 사랑을 받았다.

자연히 TV시네마 '사의찬미' 또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더욱이 이번 작품은 '닥터스', '낭만닥터 김사부',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연출력을 갈고닦은 박수진 PD의 입봉작이었다. 캐스팅도 화려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호흡한 이종석이 개런티 없이 출연을 결정했고, 신혜선과 이지훈, 이상엽 등 단막극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에 힘입어 드라마는 당초 기획된 2부작 단막극에서 3부작으로 확대 편성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작품은 기대감에 못 미쳤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서사와 감정이었다. 동일한 소재를 다룬 기존 작품들을 의식한 탓일까. 드라마는 이전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에서 볼 수 없던 김우진의 작품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윤심덕과 김우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핵심 줄거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김우진의 시와 산문 등 일부 작품들이 내레이션, 자막 등을 통해 일부 등장하긴 했으나 완전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결국 드라마 속 김우진의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에 부유한 삶을 사는 지식인의 죄책감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마저도 기존 작품들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고뇌였다. 애시당초 '사의찬미'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로맨스인 터. 엄격히 말해 '사의찬미'는 유부남 김우진의 불륜 치정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소재인 만큼 무리하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대신 외면할 수 없는 절절한 로맨스로 시청자의 감성을 울렸다면 좋았을 터다.

여기에 배우들의 빈약한 연기도 찬물을 끼얹었다. 기본적으로 이종석과 신혜선 모두 시대극에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인 어투를 고집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상을 찾아볼 수 없는 대사들의 나열이 몰입을 방해했다. 더욱이 드라마 '더블유'로 연기대상을 거머쥐고, '황금빛 내 인생'으로 온 가족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이종석과 신혜선이다. 그러나 '사의찬미' 속 두 사람의 감정선은 비극적인 로맨스를 연기한다 하기엔 한결 가벼웠고, 진중하지 못했다. 심지어 신혜선은 소프라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노래하는 장면에서 노래와 입술의 싱크로율이 맞지 않았다. 몰입하지 못한 배우들의 불협화음이 세기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그대로 휘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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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은 박수진 PD가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적어도 그는 '사의찬미'에서 입봉작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TV시네마임을 증명하듯 방송 내내 드라마의 평균적인 화면비 대신 영화 스크린의 비율을 사용했다. 특히 화사한 바닷가의 풍경과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냈다. 조명과 자연광을 자유롭게 배치해 함께 있을 때 빛나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박수진 PD는 인물들의 감정을 구도로 표현하는 데에 탁월했다. 그는 같은 바스트 샷이더라도 때로는 인물을 화면의 중앙에, 때로는 한쪽에, 때로는 사선으로 다양하게 카메라 구도에 변화를 주며 장면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했다. 배우들의 감정 표현이 절제된 데 비해 다채로운 영상 구도가 캐릭터의 감정을 한층 극대화한 격이었다. 급박한 촬영으로 화면이 단조로워지기 일쑤인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품격 있는 연출이었다.

배우들 역시 이를 인지한 듯 싶다. 이종석은 첫 방송 다음 날 개인 인스타그램에 "생각보다 반응도 시청률도 잘 나온 것 같아서 기분 좋다. SBS는 좋겠다. 행복하시고, 번창하시라. 단막극도 많이 만들어 주시고. 조금 부족해 보이는 서사와 감정들은 연출력으로 극복해줄 거라 믿는다. '갓수진'"이라는 글까지 남겼다. 박수진 PD의 귀환을 기대하게 만든 '사의찬미'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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