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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안에 갇힌 왜곡된 사랑 [TV공감]
2018. 12.18(화) 10:01
SKY 캐슬
SKY 캐슬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삶이 여의치 않은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더 잘 살아내길 바라고 삶이 넉넉한 부모는 자식이 적어도 자신만큼만 잘 살아내길 바란다. 나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아이들이 슬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애틋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바람이지만, 어쩌다보니 때로는, 자녀의 삶의 형태가 부모에게 있어 하나의 삶의 성적표처럼 여겨지는 상황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의 배경이 되는 SKY 캐슬은 주남대 의대 정교수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하나의 성으로, 집 한 채씩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학벌은 이름처럼 쟁쟁하다. 놀라운 사실은 대궐 같은 크기의 집에다 탁 트인 정경의 공용정원까지 누릴 수 있는 곳인데도 입주민들은 집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벌과 현재의 사회적 위치가 불러온 특혜 중의 특혜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사는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의 삶을 물려받아 이왕 사는 거 좀 더 풍요롭게, 행복하게 살기 원한다는데 본심은 따로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SKY 캐슬을 물려받아 자신의 가문이 대대로 이 거대한 특혜의 자리를 지키기 원한다. 언젠가부터 이들에게 자녀의 삶은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또 하나의 평가서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모든 게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부모의 말에 속아, 어렸을 때부터 공부로 인한 끝없는 경쟁의 세계로 진입하여 오로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학에 들어가 부모님처럼 혹은 부모님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사랑을 빙자한 부모의 압력 아닌 압력에, 스스로를 기만하며 자신의 존재를 누르고 억제하며 공부를 하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터지고 만다.

SKY 캐슬에서 아버지 수창(유성주)에 이어 서울대 의대에 합격해 부모의 커다란 기쁨과 자랑이 되었던 영재(송건희), 이게 웬 걸, 합격증과 자신의 속마음을 적은 일기를 던져놓은 채 가족과 연을 끊겠다며 집을 나간다. 엄마 명주(김정난)는, 아들의 존재를, 아들의 삶을 자랑거리로만 삼는 부모가 어떻게 부모냐며, 함께 지낸 시간이 지옥 같았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아들이 결국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렇게 ‘SKY 캐슬’이 지닌 비극성은 첫 회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한층 더 비극적인 사실은 ‘SKY 캐슬’ 속의 부모들이 이 비극성을 보고도 듣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다는, 우리 아이는 달라, 해당 가족의 문제일 뿐이야 라며 치부해버린다는 점이다. 본인의 욕망을 얼마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아이에게 투영시키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

아이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채 알기도 전에 ‘SKY 캐슬’ 안에 갇혀 부모의 왜곡된 사랑을 기반으로 한 왜곡된 세계관에 물들어 고통이 고통인 줄 모르고 받고 있는데도, ‘다 너를 위한 것이고, 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니 참고 견디란다. 보편적이어서 더욱 기이한 이 현상에 ‘SKY 캐슬’의 본질적인 비극이 서려 있다.

하지만 안방극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비극으로만 끝낼 수 없는 법, 이제 드라마 ‘SKY 캐슬’의 남은 과제는 ‘SKY 캐슬’ 안에 갇힌 왜곡된 사랑을 어떻게 제 자리로 돌려놓아, 보는 이들에게 단순히 자극적인 화젯거리 혹은 저렇게도 하는 구나 싶은 하나의 본(최악의 경우이나)으로 남지 않게끔 하냐는 것이다.

한번쯤 제대로 이야기해야 할 좋은 소재와 좋은 배우들이 펼치는 좋은 연기들이 아깝지 않도록, 지금까지의 멋들어진 전개가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왜곡된 사랑으로 자신의 아이를 가두고 있는 수많은 부모들이 외부에서 들려오는 당연하다 싶은 기준이나 이야기들로부터 벗어나 현 상황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끝까지 제 길을 제대로 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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