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우민호 감독이 바라본 1970년대 초상 [인터뷰]
2018. 12.19(수) 11:00
마약왕 우민호 감독 인터뷰
마약왕 우민호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마약왕’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다.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을 통해서 그다지 밝지 않은, 음습한 1970년대를 그려냈다. 우민호 감독이 느끼는 1970년대의 초상이 고스란히 ‘마약왕’에 담겨 있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 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 됐다. 1970년대 실제 존재했던 마약왕을 잡기 위해서 집 앞에 진을 경찰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우민호 감독을 사로잡았다.

우 감독은 “사진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며 “그 한 장의 사진이 아니였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우 감독은 실화가 아니었다면 마약에 대한 이야기도, 범죄자의 이야기를 가짜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실제 했던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를 영화로 만든다면 관객들이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자료 조사를 시작한 우 감독은 제조 공장을 저택 지하에 차리고 위에 잔디를 심고 냄새를 가리기 위해 장미 꽃을 심는 실제 사건을 영화에 그대로 담아냈다. 또한 형사들이 마약왕을 잡으러 들어가다가 총을 발사해 기겁을 해 경찰 특공대를 부르는 장면도, 어깨에 총을 맞는 것까지도 고스란히 영화에 가져왔다.

허나 너무 현실적인 내용을 담다 보면 영화적 재미보다는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해진다. 우 감독 역시 이 지점을 고민했다. 그래서 우 감독은 실화와 영화적 재미의 균형을 맞추기 보다는 영화가 스스로 발화하게끔 자연스럽게 나누려고 했다. 그 과정 끝에 ‘마약왕’은 영화적인 장면 묘사와 굵직한 역사적 실화가 어우러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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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한 인물이 변해가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는 “헛된 욕망을 쫓다가 성 안에 갇힌 것처럼 이두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치 리어왕처럼, 이두삼의 변모 과정을 연극처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 감독은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연민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우 감독은 이두삼이 괴물 같은 인물이지만 단순하게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어둡고 암울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 한 켠에 존재하는 찬란하게 빛났던 지점에서 시대와 함께 삐뚤어져 버린 욕망을 쫓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 감독은 연인의 감정이 과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을 적당히 유지해 관객들이 이두삼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기를 바랐다. 우 감독은 “그 인물에 너무 빨려 들어가면 ‘마약왕’인데 관객들이 어느 정도 거리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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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이 외국 영화가 마약을 다루는 방식과 다르게 보여지기를 바랐다. 우 감독은 마약왕이지만 뭔가 한국적인 느낌을 관객들이 받기를 원했다. 이에 우 감독은 “그게 다른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외국 영화 속 마약왕들을 보면 돈을 뿌리고 어마어마한 향락과 퇴폐 때문에 파멸을 하는데 우리 ‘마약왕’은 마약왕인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두삼이 마약왕이면서도 아내에게 맞기도 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여기저기 돈을 받쳐야 하는 모습에서 한국적인 느낌을 찾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이 한국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조강지처한테 맞아 집에서 쫓겨 나기도 하고 마약왕이지만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굽실거려야 하는 모습.”

또한 영화의 후반부 20분 동안 이두삼을 보여주는 방식도 기존의 영화와 다른 낯섦을 주려고 했다. 앞서 그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리어왕과 같은 모습을 이두삼에 투영하기 위해서 연극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는 “연극처럼 호흡을 끊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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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한 인물을 극한까지 몰고가 그 끝을 보여준다. 우 감독 역시도 “그런 게 있다”고 자신의 영화 속 공통점을 인정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 세울 때 그 인물이 어던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이를 통해서 어떻게 한 인간이 파멸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파멸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때로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때로는 라이벌을 등장시켜서, 혹은 사람 관계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망상에 사로잡히도록 캐릭터를 몰아 넣는다고 했다.

이처럼 우민호 감독은 작품을 통해 인간을, 사회를,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그 역시도 “자꾸 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한다. ‘정말 진실일까’라고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이러한 시선을 갖게 된 이유로 10년간 감독 데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둡게 살아왔으니 자동적으로 그러한 시선이 키워졌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1970년대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우 감독은 “1970년대를 그만 떼어 내자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도 보여지는 바와 같이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과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두삼과 같은 인물이 공존하는 시대가 자신에게 1970년대 초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욕망에 대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요. 잘 컨트롤하고 절제해야 하는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면 파멸로 이어져요. 그게 개인의 파멸일 수도 있지만 국가의 파멸이 올 수도 있어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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