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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윤계상, 내려놓은 뒤에 발견한 류정환의 깊이 [인터뷰]
2018. 12.22(토) 11:00
말모이 윤계상 인터뷰
말모이 윤계상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윤계상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장첸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류정환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조선어학회 대표인 류정환을 연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연기를 해야만 했다.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윤계상은 ‘말모이’가 가진 이야기의 힘과 배우 유해진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그는 ‘말모이’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미 유해진이 캐스팅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판수라는 인물에 유해진을 대입해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그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느껴져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하지만 윤계상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들었던 마음이 미안함이라고 했다. 윤계상은 “내가 쓰는 말이 그렇게 지켜진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역사였는데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잃어 버릴 수 있는 말과 문화를 지켰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극 중 류정환은 조선어학회 대표로 늘 날이 선 모습을 보인다. 소매치기인 판수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고 늘 사람에 대한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판수의 딸 순희(박예나)에게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인다.

윤계상은 “정환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환이 딱딱하게 변한 것이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책임감의 크기가 커서 예민한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윤계상은 되려 정환의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구자영(김선영)을 통해서도 나온다. 대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큰 일을 겪으면서 바뀌게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큰 일을 맡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금의 안 좋은 말도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담감이 류정환을 짓누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윤계상은 “순희에게 구연 동화를 들려주는 모습이 정환이 변화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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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환은 아버지가 변절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배신, 계속된 탄압에도 끝까지 사전을 만들려는 굳건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윤계상은 그러한 류정환이기 때문에 더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윤계상은 류정환이 왜 그렇게까지 한글에, 사전을 만드는 것에 집착을 했을 것 같은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가 결정을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해야만 캐릭터가 가진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류정환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류정환을 연기하면서도 늘 윤계상의 머리 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남았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윤계상은 엄유나 감독을 수도 없이 설득했다. 류정환이 사전에 매달리는 이유를 판수에게서, 혹은 변절한 아버지에게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엄 감독은 이러한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오롯이 류정환이라는 인물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계상은 모든 것을 쏟아낼 수 밖에 없었다. 윤계상은 탈진을 해 기절할 때까지 감정을 쏟아내 보고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됐다. 더구나 그렇게 모든 것을 쏟은 장면을 영화에 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류정환의 감정을 알아야 하는데 그 깊이가 너무 깊으니까 알 수가 없었어요. 눈물을 흘리는 것도 대사가 틀린 게 아니라 뉘앙스의 문제였어요. 관객이 류정환 캐릭터에 대해 느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느슨하게 연기하지 않았어요.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가장 힘든 역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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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연기는 무조건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액션 연기도 그리 어렵지 않는데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건 책임감도 따르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잘못 보여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부담에 대해 언급했다.

이로 인해서 윤계상은 촬영을 하는 내내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을 진짜 많이 물어 뜯었다. 현장에서 웃지도 못할 정도”라고 당시 느꼈던 심적 압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영화가 공개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그는 “후시 녹음을 할 때도 내 부분만 보기 때문에 너무 불안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며 “영화가 공개되기 직전까지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안도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의 의도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더구나 윤계상은 자신이 연기하고 생각한 류정환보다 영화 속에 등장한 류정환이 깊다고 느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내 눈으로 확인한 류정환의 감정이 더 깊었다”며 “류정환을 연기해서 내가 알고 있는 감정들인데도 나도 모르게 내가 울고 있었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윤계상은 내려 놓으면서 얻어지는 게 있다고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내려 놓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선이 꽂히면 정답이라고 오해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절실히 정답을 찾다가도 아닌 것 같다면 한 걸음 떨어져 보는 훈련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잘 하고 싶어해요. 연기를 하다 보면 그러한 욕심이 생기는데 오히려 그런 마음이 캐릭터를 해칠 수도 있어요.”

윤계상은 류정환이 가진 한글에 대한 집착, 사전을 편찬하려는 이유를 찾으려고 절실히 매달렸다. 그러나 되려 한걸음 떨어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난 뒤에야 당대를 살아간 류정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깊이를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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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사람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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