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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퀀텀 점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TV공감]
2018. 12.24(월) 18:21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국의 남자연예인들에게 군대는 큰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약 1년 반 이상의 공백, 오르기는 어려워도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인 연예계에선 꽤 긴 것으로, 당사자에겐 그래서 더욱 초조한 시간이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이러한 순간에 판가름 나는 법, 이 초조한 시간을 온 힘을 다해 맞닥뜨리는 과정을 통해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힘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전성기(견고하다는 점에서)를 맞이하는 까닭이다.

‘현빈’에게 군대를 다녀온 후의 시간은 고민과 고뇌의 연속이었을 터다. 좀 더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좀 더 깊은 노력을 기울이나 대중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마치 그의 시대는 입대 전까지였던 마냥 새로 등장한 배우들에 열광하기 바쁜 대중의 모습에 절망하는 순간도 있었겠다만, 적어도 노력은 멈추지 않았고, 드디어 기회는 찾아온다.

‘W’로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은 송재정 작가의 차기작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연출 안길호, 극본 송재정),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현실 세계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하여 보여주는 발전된 가상현실 기술)을 소재로 삼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현실과 가상의 현실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진 세계를 맞닥뜨리는 어느 인물의 이야기다.

인물의 이름은 ‘유진우’, 현빈이 맡은 배역이다. IT 업계 최대 투자사의 대표에다 유명 배우를 아내로 두기까지 한,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존재이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에 빠져 첫 번째 이혼을 했고, 돈만 보고 자신과 결혼한 현 아내와 곧 두 번째 이혼을 할 예정인, 상처뿐인 개인사를 안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아내의 배신은 유진우를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지극히 냉소적인 성격으로 만들고, 이런 사람이 증강 현실에 매혹되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놓인 덫에 걸린다는 사실은 흥미로우면서 견고한 개연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그만큼 해당 배우로서는 소화해내기 녹록치 않는 역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간 차분히 쌓아 올려온 것이 헛된 일이 아닌 듯 현빈의 연기력 또한 ‘증강’되어 있더라. 증강현실 게임 속에서 죽인 친구가 현실에서도 죽은 채 발견된 이후, 유진우는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지독한 환각(죽은 친구가 계속 되살아나 자신을 공격하는)에 시달리며 정신은 피폐해지고 다리 한 쪽은 불구가 되는 등 심각한 상태에 놓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해는 물론이고 비난조차 받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환영이니까.

놀랍게도 이런 유진우를 현빈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세계 밖에 존재하는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이야 그가 보는 환각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만 끔찍함이 증강된 현실을 맞닥뜨린 그의 고독하고도 묵직한 두려움을, 함께 겪지 않는다면 절대 모를 그의 두려움을, 배우 현빈이 단련된 메소드 연기로 극 전체를 압도하며 그 상황을 마치 함께 맞닥뜨린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할까. 덕분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한층 큰 현실감과 몰입도를 얻는다.

‘퀀텀 점프(Quantum Jump)’, 물리학 용어로 양자세계에서 양자가 에너지를 받아 하나의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 점차적인 발전의 모양을 밟는 게 아니라 계단의 차이만큼 훌쩍 뛰어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약진이라고도 하는 이러한 상황은 모든 양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퀀텀 점프’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에게 마침 알맞은 에너지가 부어질 때만 가능한 경우다.

배우 현빈은 현재 ‘퀀텀 점프’ 중이다. 제대 후 하나하나 쌓아올린 내적 연기에너지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강력한 열을 쐬면서 그의 연기력이 대약진을 이루어내고 있으니. 이전과는 또 다른 전성기이자 이전보다 높은 고지를 맞이한 그에게 감탄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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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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