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감독의 텃밭서 수확한 ‘PMC: 더 벙커’ [인터뷰]
2018. 12.28(금) 07:00
PMC: 더 벙커 김병우 감독 인터뷰
PMC: 더 벙커 김병우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더 테러 라이브’로 주목을 받은 신인 감독 김병우가 무려 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그가 다시 관객들에게 내놓은 영화는 글로벌 군사 기업을 다루고 있다. 김병우 감독은 왜 ‘PMC: 더 벙커’로 관객들에게 돌아오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걸까.

김병우 감독의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이하 ‘PMC’)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생존 액션 영화다.

개봉 당일인 26일 인터뷰를 응한 김병우 감독은 당시 영화가 예매율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안감을 보였다. 그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불안감의 이유에 대해 “족보가 없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족보가 없는 영화가 무슨 뜻이냐고 되묻자 김병우 감독은 ‘PMC’와 유사한 영화들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가 없다고 했다. 비교군이 없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줄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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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의 말처럼 ‘PMC’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상당히 게임, 그 중에서도 FPS(1인칭 슈팅 게임)과 유사하다. 영화 초반 멀지 않은 미래인 2024년을 배경으로 세계 정세에 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에이헵과 CIA 팀장 맥킨지(제니퍼 엘)이 통신을 주고 받는다.

이에 대해 김병우 감독은 “게임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의도하지 않았다. 무의식 중에서 나온 것 같다”며 “영화에서 현대전을 소재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병우 감독은 ‘PMC’를 통해서 영화가 왜 과거 전투만을 다루는 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국가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삼기에 시대적이나 공간적으로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영화 상의 시대를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2024년으로 설정한 이유도 현대전을 영화에 끌고 오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모호성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듯한 모호한 줄타기를 하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과정에 남북간의 관계, 북미간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영화 초반 등장하는 뉴스 장면을 지난 11월에 다시 찍기도 했다고 했다.

영화 속 공간으로 벙커를 택한 이유 역시도 모호성을 위한 설계였다. 김 감독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라는 게 가져올 수 있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벙커라는 공간을 선택하면서 2024년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보여줄 필요가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또한 가상의 공간인 벙커라는 점에서 원하는 만큼 고증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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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은 관객들에게 낯선 글로벌 군사기업이라는 소재를 끌고 온 것에 대해 “군인이었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서”라고 답을 했다. 벙커라는 공간 안에서 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길 바랐다. 하지만 군인이라면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기만 할 것 같아 글로벌 군사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국가나 동료보다는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사건을 마주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며 “자본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국제 정세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직접 판단을 하고 동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러한 자신의 선택 때문에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져 버렸다. 그는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또한 영화에 총이 많이 나와서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총기 30정에서 공포탄을 쏟아내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컷을 해도 들리지 않으니까 탄을 다 쏠 때까지 멈추지 않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PMC’에 등장한 용병들 가운데 실제 용병 생활을 했던 배우들도 존재했다. 이에 김병우 감독은 “그들은 오히려 능숙했다. 내가 능숙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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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은 에이헵이라는 인물을 벙커 안에 몰아 넣고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영화 속 에이헵은 선택의 갈등 속에서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모호한 인물로 비춰진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타인이 말하는 기준”이라고 했다. 그는 “대놓고 나쁜 사람도, 대놓고 착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에이헵이 처한 상황에 주목을 해줄 것을 원했다. 에이헵이 군 사고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6년간 용병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 감독은 ‘PMC’가 에이헵이 윤지의를 만나면서 성장하고 도약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영화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 ‘더 테러 라이브’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인물이 사건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진다”며 사건보다는 에이헵이라는 인물 자체를 보여주기를 원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에이헵의 미소를 관객들이 지지하고 박수를 쳐줬으면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김병우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갇혀 있는 공간에 인물을 밀어 넣는다. 김 감독이 이러한 공간에 인물을 밀어 넣는 이유는 ‘관찰’하고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는 “갇힌 공간에서 인물들에게 선택지를 주고 지켜본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며 “평소 인물이 중요한 사건을, 즉 위기를 맞이할 때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넓은 공간이 아닌 갇혀 있는 공간을 선호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라디오 부스나 벙커라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관객들의 시선이 계속 붙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럴 경우 어떤 사람인지 끄집어 내 보여준다면 집중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시나리오를 쓰기 전 목표로 삼은 것과 일맥상통해요. 관객이 인물과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장을 함께 누비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인물의 행동에 실망도 하고 다독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에이헵의 미소를 마주했을 때 관객들이 그 인물과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자료 수집과 치열한 공부를 통해 5년 만에 ‘PMC’를 내놓은 김 감독이다. 그럼에도 비교 데이터가 없어 걱정이 많았던 그다. 남들과 비슷한 길을 간다면 조금 편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남들이 하는 영화를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영화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도 아니라고 했다. 오로지 “재미있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다시 ‘PMC’와 같은 영화를 하고 싶은 지에 대해 묻자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를 삼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 텃밭을 일궈내 그 안에서 ‘PMC’를 수확한 느낌”이라고 했다. “공동의 텃밭이 아닌 나만의 텃밭을 일구고 ‘PMC’를 수확했어요. 이제 이 텃밭에 다른 걸 심을 수도 아니면 확 갈아 엎어 묻어버릴 수도 있어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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