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 푸른해' 폭력에 매몰되지 않은 메시지 [종영기획]
2019. 01.17(목) 10:08
붉은 달 푸른 해
붉은 달 푸른 해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극본, 연출, 배우의 3박자가 꼭 맞아떨어진 수작이었다. '붉은 달 푸른 해'가 유종의 미를 거두며 종영했다.

16일 밤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가 31, 32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 차우경(김선아)이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동학대 범죄자를 살인으로 단죄해 온 연쇄살인마 '붉은 울음'의 실체가 밝혀졌다. 차우경의 환영에 등장하던 녹색 옷 소녀의 정체도 드러났다.

붉은 울음은 차우경의 선배인 정신과 의사 윤태주(주석태)였다. 윤태주는 과거 20년 만에 친동생인 이은호와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만나게 됐고, 이은호의 불면증을 치료하던 중 보육원에서 그가 겪은 끔찍한 성적 학대를 알게 됐다. 윤태주는 분노해 이은호와 손을 잡았고, 피해 아동을 상담하며 아이들의 기억을 들여다 본 윤태주가 타깃을 설정하고 살인을 계획하면 이은호가 실행하는 방식으로 아동학대 범죄자들을 처단해 왔다.

차우경은 윤태주의 치료를 통해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과 마주했다. 새어머니 진옥(나영희)이 어린 시절 자신이 친동생을 학대해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옥의 문을 연 차우경은 결국 집 벽난로 밑에 묻힌 친동생의 시신을 발견했다. 차우경은 망치를 들고 진옥에게 달려들려 했으나, 환영으로 나타난 친동생이 그런 차우경을 저지했다.

이후 차우경은 진옥을 미끼로 진짜 붉은 울음을 유인했다. 윤태주는 직접 살인을 하기 위해 나섰지만 차우경이 놓은 덫에 걸렸다. 강지헌(이이경), 전수영(남규리)에게 체포당하며 길었던 그의 연쇄살인도 막을 내리게 됐다. 붉은 울음은 사라졌지만 남은 이들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진옥은 공소시효 만료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학대를 자행했음에도 홀가분하게 여생을 살게 된 진옥을 보며, 차우경은 "나에게도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단죄를 포기했다. 씁쓸한 현실을 은유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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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는 극 초반부터 엔딩까지 아동학대와 방임 문제를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동시간대 방영된 SBS '황후의 품격', tvN '남자친구' 등에게 화제성이 밀리며 5%대 시청률을 기록, 수치로만 따지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시청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성 높은 구성으로 "한 회도 버릴 회차가 없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마니아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무엇보다도 몰입감 넘치는 극본과 연출을 토대로 배우들의 열연이 만개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집필하며 스릴러 장르에 두각을 드러냈던 도현정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물 오른 필력을 뽐냈다. 실제로 벌어지는 다양한 아동학대 사례들을 인용해 이야기 적재적소에 녹여냈다. 마지막까지 극적 반전을 놓치지 않고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 한 점도 돋보였다.

연출은 장르적 특성이나 사회비판이라는 목적에 매몰되지 않은 담백한 연출로 작품에 품격을 더했다. 범죄의 현장을 잔인하고 자극적으로 그리는 대신 은유와 암시를 통해 최소한으로 묘사했다. 특히 '시를 읽게 하며 위로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짧은 대사만으로도 어린 시절 보육원 원장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한 은호의 과거사를 풀어내는 세련된 연출, 마지막회 말미 교차돼 흘러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얼굴 등이 그랬다. 폭력을 전시하는 대신 피해자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이들의 흉터를 표현하는데 집중하는 신중한 접근 방식이 외려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선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명불허전' 연기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과 환영을 겪으며 느끼는 우울과 분노, 공포부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끔찍한 과거와 직면하는 과정까지 표현해 내야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양 소화했다. 전작에서 연기했던 형사 캐릭터와는 다른 결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형사를 그려낸 이이경, 어린 시절 폭력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경찰이 된 형사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한 남규리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차학연은 환골탈태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긴 세월 고통 받으며 살인마로 변하게 된 이은호 캐릭터를 선한 용모 속 서늘한 인상을 활용해 섬세하게 표현,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를 뛰어 넘는 발군의 연기를 펼쳤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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