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과 ‘베테랑’, 천만 관객 영화의 비결 [무비노트]
2019. 02.08(금) 17:51
극한직업
극한직업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끈질긴 집념을 가진 리더의 존재와 그 아래 구성된 이들의 특성, 괴력을 발휘하는 여형사가 한 명씩 포진되어 있다는 것 등, 적지 않은 유사성이 발견되긴 하다만 각 요소를 들여다보면 완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만 관객의 호응을 얻었고 얻고 있는 두 영화, ‘베테랑’과 ‘극한직업’을 비교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의 속사정에, 조금이나마 근접해보고자 한다.

물론 주요 맥락은 다르다. ‘베테랑’은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며 폭행치사 등 온갖 악질적인 죄는 다 저지르는 재벌2세 조태오(유아인)를 잡아들이기 위한 베테랑 형사들의 설전을 보여준다면,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에 몰린 마약반이 우두머리격의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잠복하여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형사가 얼마나 극한직업인지, 아주 처절하고도 유쾌하게,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듯 담아낸다.

각 인물들이 지닌 분위기나 구도에 담긴 힘도 다르다. ‘베테랑’의 형사들은 좀 더 현실적인 무게감을 지녔으나 이야기의 중심이 서도철(황정민)과 조태오의 대립각에 있다 보니, 여타의 인물들이 가진 매력의 선명도는 ‘극한직업’보다 덜하다. 그에 반해 ‘극한직업’은 현실성은 좀 덜할지라도, 고반장(류승룡)을 비롯하여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막내 재훈(공명)까지 골고루 이야기의 한 축씩을 담당하며 각자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발휘한다.

연기력이나 인물 설정에 있어서의 표현이 잘 되었고 못 되었고의 차이라기보다, 앞서 언급했던 서로 다른 맥락에서 오는 차이겠다. 덕분에 ‘베테랑’에서는 적대자인 조태오가, ‘극한직업’에선 형사들이 빛이 났다. 두 작품 모두 선명하고 정확한 중심축을 보유한 결과이며, 이것이 바로 천만 관객의 발걸음을 이끌어내는 저력이 된 것이다.

가장 큰 유사점은 성실하고 하나같이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적절한 배치다. 연기력이 좋다는 것은 맡은 인물을 실재화하는 힘뿐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비중을 정확히 이해함 또한 포함한다.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되 작품의 흐름은 방해하지 않는 것, ‘극한직업’과 ‘베테랑’의 배우진 모두, 주연과 조연,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할 악역까지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인식하며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극한직업’의 마약반이 잡아야 할 최대의 적으로 나온 이무배(신하균)와 테드 창(오정세)은 ‘베테랑’의 조태오보단 우스꽝스러운 면이 한껏 강조된다. 잡힐 때도 어떤 긴장감을 자아내기보다 액션 장면이 갖는 박자에 자연스레 따르는 느낌이라, 뿌리 깊은 사회악 조태오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본인들이 악인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 그만큼 조악하게 등장하며 그에 걸맞은 깔끔하지 못한 난투극을 선보인다.

조태오는 자신이 악인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힘을 가진, 사회의 윗선에 앉은 권력자일 뿐, 그래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언짢게 한다면 가벼이 거둬갈 정도로 그에겐 다른 존재의 목숨이 하찮다. 하지만 정작 자기 목에 들어온 위협엔 벌벌 떨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망치기에 바쁘다. 조태오를 잡기 위한 서도철의 모습을 쫓고 쫓는, 속도감 어린 장면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들의 염려 어린 긴장을 한껏 높인 이유다.

결국, 어느 하나의 특출남이나 어그러짐 없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벽한 합을 이루는 것, 이럴 때 관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며 어두운 극장에서 보낸 시간을 되짚고 되짚으며 감칠맛을 느낀다. ‘극한직업’과 ‘베테랑’이 천만 관객 영화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극한직업’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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