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 염정아 “한서진이 용서를 너무 쉽게 받았나요?” [인터뷰]
2019. 02.10(일)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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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스카이(SKY) 캐슬’을 향한 뜨거운 반응은 배우 염정아에게 연기를 하는 재미와 행복을 새삼 들끓게 했다. 시청자들은 작품은 물론 그가 연기한 한서진 캐릭터에, 또 한서진을 표현한 염정아의 연기에 열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염정아는 시종일관 겸손하게 공을 돌렸고, 그런 그가 작품을 통해 느낀 것 역시 감사함으로 귀결됐다.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 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은 1.7% 시청률로 시작해 점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신드롬 급 인기를 누렸다. “작품적으로는 자신 있었지만 입시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터라 타겟층이 한정적이라 생각했다”는 염정아 역시 작품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꿈만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염정아는 작품 이후 공항에 팬들이 마중 나오는 일이 생길 만큼,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가 연기한 한서진은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서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극성 학부모일 뿐이었으나 그 안에는 16년간 진짜 이름을 숨기고 아등바등 지독하게 살아왔던 과거, 자식의 의대 합격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서사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염정아가 그려낸 한서진은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오히려 그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욕망 캐릭터’임에도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염정아는 “시청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너무 욕망 덩어리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연민도 느끼게 되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은 눈빛 하나도 안 놓치고 보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히 더 신경 쓴 지점들을 털어놨다.

염정아는 “대본 숙지를 완벽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 전체 대본의 흐름을 많이 읽고 대본 공부하는 게 제일 큰 준비였다”며 “저 원래 대본에 체크 안 하고 술술 읽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공부하듯이 체크하면서 했다”고 공부하는 손동작을 재연해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덧붙여 그는 “혹시 놓치고 가는 감정이 있으면 금방 알아채실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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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충실한 것 외에도, 그가 한서진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갔던 건 모성애였다. 염정아는 자기 아이만 알고 이기적인 한서진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는 모성애 하나였다고 했다. 평상시 교양을 장착하고 있다가도 아이와 관련해 수틀리면 ‘아갈머리를 찢어버리겠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하지만 한서진으로 살면서 느낀 건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그는 “실제 있을 수도 있는 엄마이지 않나. 제가 한서진을 연기했지만, 한서진이라는 사람을 봤을 때 안타까운 면이 많았다. 자식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는지도 모르고 그게 옳다고 믿는다.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작품은 김혜나(김보라)의 죽음 이후 2막이 펼쳐졌다. 그전까지는 교육문제가 제일 큰 문제였다면, 이후엔 살인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긴장감이 배가 됐다. 하지만 이야기가 틀어진 부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훈훈한 결말에 대해 염정아는 “처음부터 기획에 있던 부분이었다. 다들 (결말에) 다른 기대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한서진이 너무 용서를 쉽게 받았나?”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저흰 결말을 일찌감치 알고 있어서 마음을 먹고 있었다. 방향을 틀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 받아들이는 건 갈등이 많았다. 내가 받아들여 연기를 해야만 시청자들도 공감을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때문에 염정아는 결말에 대한 아쉬운 소리를 들을 때면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한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자신의 연기에 지나치게 엄격한 면을 보인 염정아는 그저 함께한 스태프와 동료 연기자들에겐 공을 돌릴 뿐이었다. 자신이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하고 표현했는지 보다는, 이를 캐치하고 살려낸 카메라와 연출에 감사를 표했다. 후배들의 롤모델로 자주 등장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제가 가진 것보다 저를 크게 봐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나라(진진희 역) 씨가 늘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해주는 데 그것도 부끄럽다. 나라 씨도 연기 그렇게 잘하면서”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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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는 연말 시상식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염정아는 “(‘스카이 캐슬’ 하며) 시청자분들의 뜨거운 반응이 피가 끓게 만들었다. 연기가 재밌고 행복하다. ‘내 연기를 보고 이렇게들 좋아해 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큼 사랑받은 것만으로도 된 것 같다. 상 받고 이런 거 너무 쑥스럽다”며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수줍어하다가도, 이내 “주시면 받아야죠”라고 냉큼 이야기해 웃음을 안겼다.

40대의 한 배우로서, 중년 여성 서사 중심인 ‘스카이 캐슬’의 성공이 갖는 의미 역시 남달랐다. 이에 대해 염정아는 “처음 시작할 때 저희 여자 배우들끼리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도 해본 적 없지만, 우리가 이렇게 같이 역할을 나누면서 하는 작품을 또 언제 해보겠니’ 했다. ‘우리 이번에 진짜 잘해야 돼’ ‘우리가 잘해서 또 이런 작품들 만들 수 있게 시장이 만들어져야 해’ 이런 마음을 가지고 파이팅 해 시작한 작품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몇 백배 잘 돼 기분이 정말 좋다. 이게 한 두 사람의 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아역들, 스태프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잘 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좋다. 저희는 그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했다. 또 “저 개인적으로 목말라했던 좋은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91년에 데뷔해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했다. 염정아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스타일은 못 된다”면서도 “그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저는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님들과 작품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그런 분들을 겪고, 다양한 캐릭터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자평했다.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거지 계속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 저도 한서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염정아는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연기를 해나갈 계획이다. 작품의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현재를 살며 냉정히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는 배우 염정아의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목말라했던 좋은 작품들”이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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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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