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큰 실례가 되고 만, ’황후의 품격‘ [TV공감]
2019. 02.22(금) 15:03
황후의 품격
황후의 품격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화제의 드라마가 맞이하는 끝은 으레 고되기 마련, 그간의 인기를 실감하듯 마지막 회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 또한 한껏 높아지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온 전개만큼 걸출한 마무리를 맺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즉, 대부분이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십상인데, SBS ’황후의 품격‘(연출 주동민 극본 김순옥)도 그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대한제국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설정 위에 놓인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강태후(신은경)의 악행에 맞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황후 오써니(장나라)의 이야기다.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황제 이혁(신성록)과 일반적인 시선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일어나는 궁 내부의 사정, 그 가운데 선의 가치로서 등장하는 황후 오써니의 활약 등이 수많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에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말 저녁이나 일일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막장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장나라를 비롯한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과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니 미니시리즈 방영 시간대의 막장드라마도 충분한 승산이 있더라. 게다가 자극적인 에피소드와 장면들을 사이사이 포진시킴으로 화제성으로도 상당히 좋은 능력을 발휘해 동시간대의 어떤 작품보다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심상치 않은 인기를 실감한 걸까. 방송을 연장하기로 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남자주인공인 나왕식 역의 배우 최준혁의 스케쥴과 맞지 않았던 것. 그러다 보니 마지막 장면을 앞둔 가장 중요한 순간, 온갖 죽을 고비 다 넘기며 기어코 살아남았던 남자주인공이 때 아닌 죽음으로 하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죽음을 암시하는 설정이 지속적으로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 애청자들이 예상할 만한 죽음은 아니었다.

예측을 벗어난 결말은 이야기가 탄탄히 쌓여갔을 때 가능한 것이고, 나왕식의 죽음은 그저 방법이 없어 갑자기 사라질 것을 명받은 느낌이라 할까. 물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자신이 폭탄을 안고 죽음을 맞이했단 점은, 그동안 보인 인물의 성정 상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개였긴 하다. 현실에서도 죽음이 어떤 마땅한 전개를 거쳐 찾아오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야기가 아무리 현실을 모조한다 할지라도, 이야기만의 규칙이 있다. 주인공으로 선정된 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 할 것.

그렇게 복수하겠다며 자신의 삶 전체를 다 바꾸고 궁에 들어갔으면서 결국 제대로 된 복수는 다른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간 거라면 가능하나, ’황후의 품격‘의 나왕식의 경우 그럴만한 징조나 흐름이 전혀 없었다. 즉, 드라마의 회차가 연장되면서 스케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참하게 된 최진혁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메꾸기 위해 발생한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다.

당연히 이야기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연성에 있어 다른 장르보다 너그러운, 이야기의 완성도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막장이라 해도 주인공의 삶조차 납득을 시키지 못했다는 건 큰 문제가 되니까. 어찌 되었든 마무리해서 다행이다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받아 연장방송까지 하는 거면 그에 합당한 노력이 들어간 종영이어야 했다.

더구나 이렇게 이야기의 주요 인물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초부터 연장하지 말아야 했다. 안그래도 화제성 짙은 드라마라 마지막회는 이래저래 어려웠을 텐데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시청한 이들에게도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크나큰 실례가 되고 만, ’황후의 품격‘이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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