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방시혁’다운 축사 [이슈&톡]
2019. 02.27(수) 18:20
방시혁
방시혁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재미있는 축사다. 대부분이 꿈을 이야기하며 꿈을 꾸라고 할 때, 그는 꿈 없이 살 거란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단다. 무엇보다 이것이 ‘방탄소년단’이란 세계적 k-pop 밴드를 탄생시킨 프로듀서 방시혁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없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걸 꼽자면 스토리텔링이다. 앨범에서부터 노래와 무대, 의상까지 하나로 연결된 커다란 이야기를 형성하는 ‘방탄소년단’의 작업은, 팬들로 하여금 여태 해왔던 대로의 방법인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보고 듣고 애정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작업에 참여하도록 돕는다.

팬들은 뮤직비디오나 무대, 노래 가사 등을 통해 ‘떡밥’이란 것들을 줍고 이것들을 사용해 ‘방탄소년단’이 각 작업의 사이 사이에 숨겨둔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겪는데, 이것이 해당 가수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며 어떤 유대감마저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결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고 혹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관건인 까닭에, 이 별 것 아닌 과정이 현재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냈다 할 수 있으리라.

이제는 다수의 동종업계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예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 이들을 탄생시킨 방시혁의 축사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다 보니 어쩌다 음악의 길로 들어섰고 또 어쩌다 프로듀서가 된 거지 자신을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별다른 꿈’이 아닌 ‘분노’라고 하니, 어쩌면 맥이 빠질 수도 있는 맥락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분노는 꿈의 다른 이름이다. 꿈이란 게 무언가. 현재의 상태에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가지며, 나 스스로가 원하고 만들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 또 다른 현재의 상태가 꿈이 아니던가. 단지 사용된 단어와 표출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는 최선의 상황,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으며,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 분노했다고 하니까.

그의 분노는 노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더 할 수 있음에도 멈추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상황에 그대로 순응하는, 그리하여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에도 분노했다 한다. 즉,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치열한 노력을 강조한 것. 여기서도 표현법만 달랐을 뿐, 결국 분노의 방식으로 꿈을 꾸고, 분노의 방식으로 노력하여 꿈을 이루어낸 게다.

그러니까 결론은 분노로 풀어낸 꿈과 그에 합당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단지 흥미로운 접근법으로 꿈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꿈을 꾸고 이룬다는 것의 의미를 탐색하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너무나 많이 들어 이젠 익숙해지고 평이할 만한 내용을,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에겐 이만큼 제격인 게 없는 이야기를, 마치 색다른 것인 마냥 제공하여 흡입력을 높였다. 지극히, ‘방탄소년단’의 프로듀서인 방시혁다운 축사라 해도 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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