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리얼리티’일지라도 지켜야 할 약속 [이슈&톡]
2019. 02.28(목) 10:43
연애의 맛
연애의 맛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시청자들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를 표방했을 뿐, 온전한 ‘리얼리티’가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까닭은, 설사 연극일지라도 브라운관을 통해 방영되어 나가는 순간만큼은 충분히 속아줘도 될 만큼 진실하게 있어 달라는 것, 방송 프로그램과 시청자들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다.

출연 예정자에게 럭셔리한 삶의 모습을 요구했던 게 폭로되어 곤혹을 치른 ‘아내의 맛’에 이어 TV조선 ‘연애의 맛’이 출연자의 진정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바로 가수 출신의 배우이자 방송인인 김정훈이 연인관계였던 여성에게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애의 맛’에 출연 당시 근 2년간 교제하지 못했다는 그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로써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던 ‘연애의 맛’은 존재가치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었다. 연기이든 실제든 방송의 장면 하나, 하나에 감정을 이입하며 설렘으로 지켜보아 왔던 시청자들의 그동안의 과정을 무참히 무너뜨렸으니, 아무리 어느 정도 허구임을 염두에 두고 본 이들이라 해도 여간 괘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연애의 맛’은 출연했던 배우 이필모와 서수연을 부부의 연을 맺게 하여 ‘싱글 스타들이 그들이 꼽은 이상형과 연애하며 사랑을 찾아간다’는 기존의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보통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수준을 넘는 진정성을 획득했더랬다. 즉, 시청자들의 신뢰도도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

그렇다고 출연하는 모든 커플이 이필모와 서수연과 유사한 결말을 맺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니까. 시청하는 시간만큼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대로 즐기기 위해 그저 속아주는 것뿐, 리얼리티다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더라도 흔치 않은 경우임을, 방송은 방송에 불과하단 사실을 시청자들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리얼리티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진정성과 신뢰도란, 제작진에서부터 출연진까지 프로그램의 목적과 방향을 잃지 않고 잘 따라가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시청자들이 더욱 깊게 몰입하도록 도울 때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 허구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느냐는 것.

김정훈이 지탄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거짓말을 했고, 상대 여성을 속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의 진실된 허구를, 그에 몰입하던 시청자들의 진심을 한순간에 우스운 모양새로 만들어버렸다. 방송 프로그램과 시청자들 사이에 맺은 무언의 약속을 깨버림으로써 여타의 출연자들을 비롯하여 프로그램 자체의 신뢰성을 잃게 한 것이다.

이제는 ‘연애의 맛’이 급히 종영한 것도 김정훈 때문이 아니냔 의문이 일고 있다. 속사정이야 다 알 수 없으나, 좀 더 신중히 출연진을 섭외하지 않은 제작진의 실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시즌2를 예고한 만큼, 이번의 경험을 계기로 허구이든 진실의 가능성을 띤 허구이든 시청자들과의 무언의 약속을 명심하여 그저 시청률만을, 화제성만을 위한 컨택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조선]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연애의 맛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