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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탁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TV공감]
2019. 03.04(월) 11:50
심형탁
심형탁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젊음을 잃는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다가오고 또 다가오는 생의 험난함을 받아치고 넘어설 힘을 배우고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받아치고 넘어설 힘이란, 순간의 좌절과 절망의 그늘을 속히 빠져나갈 통로를 몇 개씩 뚫어놓는 것으로 이런 사람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결국엔 웃고 만다.

방송인이자 배우 심형탁의 집은 도라에몽 굿즈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보고 있으면 복잡한 삶이 단순해지는 느낌이라고, 아마도 어린 시절 가난하여 장난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탓에 지금 더 많이 소비하는 것 같다고 답한다. 그에게 여러 장남감이나 피규어 등등은 생이 주는 무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통로다.

생이 내내 평탄하다면 더없이 좋겠다만, 얄궂게도 우리의 삶에 그런 일은 허락되지 않는다. 삶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인정해나가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날이 갈수록 우리의 얼굴에 웃음기보다 어둠이 드리우는 까닭이라 하겠다. 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삶의 진실이다. 행복과 불행이 엎치닥뒤치닥 거리다 불행이 우위를 점하는 것, 이런 게 우리네 생이라면 결국 우리는 불행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나고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해지며 심형탁의 텅텅 비어있던 스케줄은 남부럽지 않게 채워진다. 여기저기서 섭외 연락이 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은, 몸은 피곤해도 그동안 드러남이 뜸했던 배우이자 연예인에겐 행복 그 자체일 터. 하지만 배우에게 연기가 아닌 부수적인 것으로 오른 인기는 거품과도 같아 금방 사그라들기 마련이라, 얼마 되지 않아 심형탁도 동일한 오르내림에 처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심형탁의 부모가 아들을 위해 시도한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면서 그 손해를 메꾸기 위해 살던 집을 내놓고 이사까지 가게 되니, 아무리 좋은 일만 있으리란 법 없고 또 나쁜 일만 있으리란 법 없는 인생이라지만 이쯤 되면 참 약이 오를만 하다. 인상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 지언정 웃음은 잃지 않는 심형탁의 모습이라 하겠다.

삶의 평탄함을 허락하지 않은 대신, 신은 우리에게 좌절과 절망이 그득하게 찾아온 불행의 끝자락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을 부여했는데, 과도하게 부풀려진 감정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게 할 때가 태반이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건강하게 마음을 빼앗길 만한 매개체를 찾아나섬으로써 상황보다 과해진 감정에게서 최대한 등을 돌리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산책이나 운동과 같은 몸으로 하는 취미 생활이 될 수 있으며, 또 어떤 이에게는 독서나 종교 활동,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이 될 수 있다. 심형탁에게는 도라에몽을 비롯한 장남감과 게임인 게고. 여기서 얼마간의 쉼과 힘을 얻고 나면 과해진 감정은 놀랍게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져, 맞닥뜨린 좌절과 절망의 현장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음을, 이겨낼 수 있는 것임을 깨닫고 우리는 다시금 웃음을 머금는다.

즉, 우리의 삶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불행해지기 위해서도 존재하는 게 아니라, 행복은 온전히 누리고 불행은 건강히 넘어설 수 있는 존재가 되라고 주어진 것이다. 한 해 두 해 살아가며 늘어나는 불행의 경험들은 우리로 하여금 유머러스하게 넘기거나 무시할 수 있는 여유 혹은 지혜를 획득하도록 도우며,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좀 더 따뜻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간다. 그저 눈물 많고 웃음 많은 오타쿠로 보이던 심형탁에게서 얻는, 작지만 큰 삶의 통찰이자 위로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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