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집요함으로 빚어낸 '우상' [인터뷰]
2019. 03.16(토) 13:00
우상 설경구
우상 설경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렵다고 해서 대충하는 법이 없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마침내 해내고야 만다. 집요함으로 '우상'을 빚어낸 배우 설경구의 이야기다.

20일 개봉되는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을 그린 영화. 설경구는 극 중 지체장애인 아들 부남을 잃고 사건의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아들의 사망 보험금까지 포기하고, 미련하리만치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유중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답답함을 자아낸다. 유중식은 늘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으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설경구 역시 처음 유중식 역을 제안받았을 때, 이해 가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고 했다.

설경구는 "아들의 사고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자신의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답답했다"고 유중식과 처음 만났을 때의 단상을 전했다. 하지만 그런 유중식의 이해가지 않고 답답한 행동들이 설경구를 '우상'으로 이끌었다. 연기적으로 그 답답함을 풀어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화 촬영 전, 설경구는 유중식에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연기하기 전, 유중식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지만, 이를 영화에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극 중 중식은 부남이 사고로 죽은 뒤 유일한 목격자이자 홀연히 사라져 버린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식하리만치 집요하게 쫓는다. 그 고집은 유중식이 매번 우매한 선택을 하게 했고, 곧 파멸로 이어졌다. 이에 설경구는 "중식에게는 부남이 사고로 죽으면서 둘 만의 세상이 무너졌을 것"이라면서 "뱃속의 아이가 부남의 아이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 아이를 갖음으로써 다시 자신만의 세계를 쌓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설경구는 대대적인 '변신'을 거쳐 유중식이 되어 갔다. 생애 처음으로 탈색도 하고, 감독의 주문에 따라 살을 태우고, 다이어트까지 하면서 캐릭터에 다가갔다. 외적인 '변신'은 설경구가 유중식을 이해하는데 한결 도움이 됐다. 지체 장애 아들을 잃어버릴까 봐 어디서도 알아볼 수 있게 밝은 색으로 탈색을 시켰을 것이고, 강한 부성애를 지닌 유중식도 아들을 따라 탈색했을 것이라는 것. 이에 설경구는 "그냥 유중식은 아들과 같이 앉아서 탈색을 했을 것 같았다"고 자신이 이해한 유중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설경구의 집요함은 촬영 중에도 이어졌다. 유중식은 아들을 죽인 범인이 탄 호송차를 따라가다가 사고를 당하면서 다리를 절게 된다. 설경구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발에 병뚜껑을 집어넣었다. 유중식이 어느 다리를 저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설경구는 "헷갈려서 그런 것뿐"이라고 했지만, 이는 유중식이라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한 수'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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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만큼이나 이수진 감독도 집요한 것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았다.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에 대해 "화면을 꽉 채우려고 하는 감독이다. 화면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면 하는 집요함이 있다"면서 "미리 설계를 하고 오더라도 현장에 오면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지 않나. 근데 이수진 감독은 자신이 설계한 대로 꼭 해야 하는 집요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이 자기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어느 정도냐면 제가 촬영하던 기간에 시상식을 꽤 다녔는데, 감독이 탈색한 머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해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을 신뢰했다. 그 모두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배우로서도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 그 덕분인지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으로 선정돼, 그 작품성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설경구는 칸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를 섭렵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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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시점. 설경구는 "질타라도 감사히 받겠다"는 마음으로 겸허히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영화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설경구는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쉽게 접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상'이라는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상'이 특별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관객들이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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