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버라이어티와 우리의 관계가 지닌 한계점 [이슈&톡]
2019. 03.20(수)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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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혼자 사는 사람들의 연대는 역설적인 것이라 특별하다. 이들은 여럿이 함께 하는 공간에선 독립했지만 홀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은근한 외로움에선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기에, 누군가와의 만남과 부대낌이 그립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이런 현대인의 고독이 가진 양면성(이조차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만)을 파고들어 좋은 성과를 얻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의 가장 설득력 있는 매력은, 출연진들이 보여주는 돈독한 관계다. 그저 혼자 사는 스타들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게 다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출연진들 사이에 ‘무지개’란 이름의 모임이 결성되고 함께 어떤 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공동체의 모양새를 다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흡족케 한 것이다.

물론 스타들도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홀로 있는 장면, 보통의 우리는 우리 자신만 아는 그 장면을 함께 봐주고 순간순간의 감정을 공유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그러니까 누군가의 관심이 항상 향하고 있다는, 그 따뜻한 느낌이 ‘나 혼자 산다’를 흥하게 한 근본적인 힘이다.

즉, 내면 깊숙하게 넣어둔 채우지 못한 갈망을 대리충족하게 함으로써 이끌어낸 결과라 할까. 여기에 더욱 큰 동요를 실은 것이 전현무와 한혜진의 연인관계였다. 으레 남녀가 적절한 비율로 섞인 모임에선 연인이 하나둘 탄생하기 마련이듯,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소식은 대리충족을 한층 공고히 해주는 완벽한 에피소드였다. 사람들은 이들이 방송 중에 서로를 향해 던지는 눈빛 하나, 행동 하나에까지 관심을 가졌고, 이것은 곧장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으니 말 다한 셈이다.

이러한 세간의 이목에 일각에서는 남녀간의 일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건데 혹여 헤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어떤 돈독한 모임이라도 속해 있던 연인이 이별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정쩡하게 되고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엔 모임의 존속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어찌되었든 절대 단순한 친목모임이 될 수 없는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운이 나쁘게도 우려는 현재, 현실로 일어나 있긴 하다. 전현무와 한혜진 또한 보통의 연인들처럼 이별을 했고 그 결과 둘 모두 ‘나 혼자 산다’를 당분간 하차하게 되었으니까. 이들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겐 놀라고 당황했겠지만 어쩌면 앞선 누군가의 우려처럼 아예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으니, 실은 제일 크게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으리라.

더 이상 그들의 달달한 조합을, 그들을 포함한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통해 얻어왔던 대리만족이 지속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안타깝고도 아쉬운 마음. 아무리 그 안에 담긴 게 진실된 마음이고 진실된 관계라 하더라도 틀 자체가 상업적 목적을 가진 허구인 이상, 우린 앞으로 ‘나 혼자 산다’든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이든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할 터다. 제공된 허구의 감정을 허구의 공감으로 받아내는, 리얼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과 우리의 관계가 지닌 한계라면 한계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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