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출신 배우들의 이유 있는 활약 [이슈&톡]
2019. 03.21(목) 17:42
열혈사제 눈이 부시게 정영주 송상은
열혈사제 눈이 부시게 정영주 송상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연극이나 뮤지컬과 드라마의 무대는 다르다. 그러다 보니 표정이나 목소리, 동작 등의 활용 범위에 미세한 차이를 갖는다. 무슨 말인고 하면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선 관객과 직접적인 호흡이 이루어지기에 좀 더 크고 뚜렷한 표정과 목소리, 동작이 필요한 반면, 드라마 촬영장에선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통해 편집과 강조가 가능하니 인물의 감정을 좀 더 섬세하게 묘사해 줄 것이 요구된다는 것. 한 마디로 연기력의 결이 서로 다르다.

재미있는 건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설 무대를 넓혀 가는 일은 빈번히 일어나도 반대의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연극이나 뮤지컬 자체가 수익이 잘 나오는 곳도 아니라 굳이 설 자를 넓혀야 할 건 없지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야 할 연기가 좀 더 어려움 감이 있는 까닭이라 하겠다. 과한 능력을 조절하는 것보단 없는 능력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게 더 쉽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관객과 직접적인 소통이 일어나다 보니, 어느 때보다 온전한 몰입과 배우와의 빈틈 없는 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잦은 실수들에 대해 대처할 유연성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무대 경험이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서서 실수도 수없이 저질러 보아야, 견딜 수 없이 민망스러운 순간들을 좀 거쳐 보아야만 자연스럽게 지닐 수 있을 터다.

드라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연들이 있다 싶으면 대부분 무대 출신 배우인 이유다. 그들은 맡은 인물이 극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상관 없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그렇다고 주연의 입지에 폐를 끼치지도 않는다. 혹 실수를 저질렀다 해도 배역에 완벽히 몰입한 이들의 실수는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일 가능성이 높으며 영 빗나갔다 싶으면 다시 촬영을 하면 된다.

근래의 작품들 중 대표적인 예로, SBS ‘열혈사제’에서 구담구청장 정동자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정영주와 JTBC ‘눈이 부시게’에서 윤복희의 젊은 시절(윤상은)을 연기했던 배우 송상은을 들 수 있다. ‘열혈사제’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정동자는 오랜 비서관 시절로 누구보다 정재계에서 자행되는 권력의 흐름과 맛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정영주는 어디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강한 표정의 얼굴과 패기 넘치는 몸 동작으로, 극 중 구담 사람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너무 강해서 매력적인 존재, 정동자를 가감없이 만들어냈다.

송상은은 어떠한가. 얇고 높은, 혹자는 듣기 힘들 수도 있는 자의성 강한 목소리로 윤복희의 젊은 시절, 윤상은을 완벽하게 구현화하여 단순히 여자주인공 친구가 아닌, 하나의 독보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정영주의 정동자도 마찬가지이지만, 해당 작품의 재미를 돋우어 줄 뿐 아니라 주연의 삶과 주연을 둘러싼 세계를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보는 이들의 몰입을 더욱 깊게 끌어내는 데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대면하며 두려움과 설렘으로 촘촘히 쌓은 연기력은, 연기를 펼칠 환경이 변했다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적당한 조절 기간을 거치면 바로 제 힘을 발휘한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무대 출신의 배우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차지하여 대중의 보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 주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자신의 연기력에 한계를 느끼는 배우들이 있다면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를 진지하게 추천해보는 바다. 기본부터 다시 배워 본다는 생각으로, 그러면 연기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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