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천우희, 초심으로 돌아가다 [인터뷰]
2019. 03.23(토) 13:00
우상 천우희
우상 천우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본드에 취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는 소녀부터, 의문의 연쇄 사건 목격자 무명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마다 파격적인 변신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배우 천우희가 '우상'으로 돌아왔다.

20일 개봉되는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을 그린 영화. 천우희는 극 중 두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뺑소니 사고 후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최련화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영화 '한공주'로 한 번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수진 감독이 최련화 역을 제안했을 때, 천우희는 잠시 망설였단다. 천우희는 "제가 본능적으로 느낀 걸 수도 있지만, 이 인물을 연기하면 나 스스로 잠식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최련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단상을 전했다. 물론 배우로서 탐이 나는 역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천우희는 조금은 겁을 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우상' 속 최련화는 단언컨대 천우희가 그간 맡아온 그 어떤 인물보다 파격적이고, 또 충격적인 캐릭터다. 눈썹 없는 새하얀 얼굴과 연변 사투리, 되로 받은 건 말로 돌려줘야 하는 성미를 지닌 최련화는 모든 면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이수진 감독이 "계급적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을지 모르지만 수틀리면 가차 없는 무서운 캐릭터"라고 말했을 정도로, 최련화는 배우로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선과 파괴력을 지닌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천우희는 이수진 감독을 믿고 '우상'을 선택했다. 천우희는 "'한공주' 때 감독님하고 같이 작업했던 호흡이 너무 좋았다"면서 "팬심으로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했는데,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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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감독과 더불어 배우 한석규, 설경구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믿고 '우상'에 뛰어들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눈썹이 없다는 설정 탓에 진짜로 눈썹을 밀어야 했고, 첫 촬영 당시 한 장면만 40번을 넘게 촬영할 정도로 작업은 고되기만 했다.

'우상' 속 천우희에게서는 그 어떤 부침도 보이지 않는다. 최련화 그 자체로 살아 숨 쉴 뿐이다. '연변 출신'이라고 비하하는 여자에게 서슬 퍼런 경고를 날리다가도, 앞 머리카락을 잘못 잘랐다고 속상해하는 순수한 모습 등 최련화의 입체적인 면모를 십분 그려낸 천우희다. 이에 천우희는 "저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비호감이지 않길 원한다"면서 "최련화가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실제 모습은 그런 모습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 인물 중 최련화가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천우희는 "연기할 때 최련화가 일상에서는 순수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기할 때 의도해서 했다"고 했다.

생생한 연변 사투리가 자아내는 서늘한 긴장감도 최련화의 캐릭터성을 완성하는데 한몫했다. 이에 천우희는 "연변 사투리는 어려움 없이 배웠다"면서 "단어 하나하나까지 감독님하고 함께 만들어갔다. 그 작업들에 제 나름대로는 재밌었다"고 했다.

다만 최련화의 연변 사투리는 너무 리얼(?) 한 탓에 국내 관객들이 뜻을 쉬이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이에 천우희는 "전달력이 조금 떨어져도, 충분한 뉘앙스와 느낌만으로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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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련화를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낸 천우희지만, 사실 그는 촬영 내내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천우희는 "현장에서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진행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연기를 몰입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지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제 스스로 조급했다"면서 "더 잘 해낼 수 있는데, 상황에 치우니까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편으로는 어떤 상황이 오건, 나는 무조건 잘 해내야 하고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그걸 해내지 못했다는 데에서 오는 실망감도 있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우상' 촬영 시기 믿고 의지했던 배우 故 김주혁이 세상을 떠나면서 천우희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천우희는 "전반적으로 모든 걸 돌아보게 됐던 계기였다"면서 "내가 꿈과 신념으로 생각하는 연기가 사실 부질없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우상'을 촬영하는 동안 무엇 때문에 연기를 하는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천우희다. 늘 완벽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자신도 모르게 있었던 천우희에게 '우상'은 '왜?'라는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슬럼프에서 빠져나온 그는 끝내 그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천우희의 배우 인생은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옛날에는 완벽한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너무 진심으로 애를 쓰려고 하다 보니까 제 스스로 고갈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바람이 있다면 좋은 여운을 남기는 그런 배우가 되었으면 해요. 사람들에게 좋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면서 인간적인 느낌도 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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