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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그가 두려움 때문에 간과했던 것 [이슈&톡]
2019. 04.30(화) 16:47
박유천
박유천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학교폭력의 주동자인 아이는 아버지에게 큰 진실을 덮을 수 있는 작은 솔직함을 배운다. 자신이 시킨 행동이지만 영상에 찍히지 않았으니, 마치 친구들을 말릴 수 없었던, 그러나 괴롭힘을 당한 아이를 향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던 사정으로, 이야기를 살짝 손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전개다. 그리하여 잘못이 밝혀질까 싶어 두려웠던 아이의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간과했던 게 있다면, 작은 솔직함, 진실을 덮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솔직함은 불완전하여 도리어 진실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위협적인 통로가 될 수도 있단 사실이다. 아마 지금은 자신들의 뛰어난 처사에 자만하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겠다만 불완전한 통로를 통해 쏟아지는 진실의 힘은 순리대로 오는 것보다 강하여 곧 후회와 절망으로 바뀌리라.

이렇게 보면 보통의 우리와 상관없는 끔찍한 솔직함, 해본 적 없는 솔직함을 가장한 거짓말 같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사안의 경중이 다를 뿐 누구나 한번쯤 해본, 잘못을 덮기 위한 솔직함이고 거짓말이다. 잘못이 가져올 결과를 향한 두려움 앞에 그를 이길 장사는 없으니까. 두려움은 우리의 진실된 모습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으로 가장하게 한다. 그러면, 잘만 하면 피해갈 수 있을 거라 믿는 것이다.

어떤 진실은 몸집이 작아 속아 주었을 지 모른다. 당장은 쾌재를 불렀겠지만 멀리 보면 불행한 일이다. 언제 그 진실이 몸집을 불려 되돌아와 우리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기고 몸집이 작았을 때 눈 감아준 것까지 가차없이 끌어내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할지 모를 일이니까. 몸집이 큰 진실일수록 솔직함을 가장한 거짓으로 덮을 수 없을 뿐더러 속아주는 배려따위도 없다.

‘나를 내려놓기가 두려웠다’는 말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 박유천이 가차없이 휘둘러진 진실의 칼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팬들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겼다. 치러야 할 죄의 대가를 향한 그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솔직함을 가장한 거짓이 그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어쩌면 팬들은 그가 마약을 했다고 인정했어도 잘못은 누구나 저지르기 마련이니까, 그의 응당한 대가만 치르고 돌아온다면 언제든 그를 다시 반기고 도왔을 지 모를 일인데도.

“그를 영원히 지지할 수 있다고 믿어 왔으니까요”

이러한 박유천의 잘못된 선택은 죄로 인해 닥칠 상황보다 진실을 속이고 믿음을 져버린 결과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사실을 간과함에서 비롯된다. 정작 팬들이 오래 지켜 왔던 자신의 마음을 끊어낼 정도로 상처를 입은 것은 그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인데, 두려움에 눈이 멀어, 자신이 처한 상황도, 팬들의 마음도, 진실이 가진 힘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나를 내려놓는 건, 나를 포기하는 건 애써 만들어온 나를 잃어버릴까 싶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야 되는 상황 앞에서까지 내려놓지도 포기하지도 못하여 거짓을 끌어와 나를 빙빙 두른다면, 진짜 나는, 진실된 나는 영영 잃어버릴 터다. 박유천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다. 이제라도 박유천이 진실을 털어놓아, 속내를 털어놓아 다행이다. 마땅한 죄의 대가를 치르며, 팬들의 마지막 바람처럼 남은 삶을 인간 박유천으로서 후회 없이 살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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